서울지역 올해전환 13곳서 29명이 ‘일반고 가겠다’
일반계로 진학한 상급생들 “차별·소외” 항의 빗발
일반계로 진학한 상급생들 “차별·소외” 항의 빗발
올 새학기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로 전환한 서울 ㄷ고는 최근 학교 안팎에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 학교운영위원장의 자녀가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르기 전, 답안지를 입수해 성적을 끌어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2학년 학부모 60여명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학교와 서울시교육청 등을 잇달아 항의방문하고 있다.
2학년 학부모들은 학교가 자사고로 입학한 1학년에 상대적으로 젊고 유능한 교사들을 배치하면서, 일반계고로 입학한 2학년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ㄷ고의 2학년 학부모 ㄱ(44)씨는 “일부 2학년 학부모들은 벌써 전학을 선택하고 있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 학부모들은 불안해하고만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학기 시작 전 교사를 배치할 때 교사의 세부 전공 영역대로 배치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학교 쪽에서 서울대 등 소위 ‘명문대’ 출신 교사들을 1학년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입생 모집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데 이어 학교 안팎에서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되자, 불안감이 생겼는지 1학년들도 새학기 들어 벌써 3명이 전학을 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신입생 모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겪었던 서울 지역 일부 자사고에서 새학기 시작과 함께 무더기 전학 사태가 빚어지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겨레>가 7일 시교육청으로부터 입수한 ‘2011학년도 새학기 자사고 전학신청 접수현황’을 보면, 지난 2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지역 자사고 27곳 가운데 모두 22곳에서 52명의 1학년 신입생이 일반계고로 전학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올해 자사고로 전환한 13곳에서 전학을 신청한 학생이 29명으로 55.8%를 차지했다. 지난해 자사고로 전환된 학교에 입학해 1년 동안 자사고 생활을 경험한 2학년 학생 중에서도 7명이 전학을 신청했다.
특히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의 37%밖에 채우지 못해 일반계고로 다시 전환하겠다고 신청했다가 무산된 ㅇ고에선 11명의 1학년 학생이 무더기로 전학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신입생 무더기 전학은 미달 사태 이후 학부모들 사이에 ‘이 학교가 우리 아이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이미 예견됐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은 정부가 졸속으로 자사고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며 “무더기 전학 현상이 이어지면 주변 일반계고의 학급당 학생 수 등 학생 수용 여건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 교사들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자사고로 전환된 또다른 ㄷ고의 한 교사는 “입시에서 중요하지 않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자신의 과목은 못 가르치고 영어수업 시간에 듣기평가 시디(CD)를 틀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며 “그런 교사들은 현재 깊은 자괴감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