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교 수업시간 대폭 늘려…비입시과목은 모두 감소
학교 자율로 과목별 수업시간을 20%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새 학기부터 적용되면서 전국 초·중학교에서 주요 입시과목인 국어·영어·수학 편중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2월 말까지 전국 251개 중학교의 교과편성 현황을 조사해 20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전체의 71.3%에 이르는 179곳이 영어 수업시간을 3년 동안 기준 수업시간(340시간)보다 평균 44.8시간 늘려서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수업시간도 130곳(51.7%)에서 평균 34.3시간 늘어났다. 영어와 수학 수업시간을 줄인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국어 수업시간은 20개 학교가 평균 34.0시간 늘렸지만, 1곳은 34.0시간 줄이기도 했다.
반면 국·영·수를 뺀 나머지 과목의 수업시간은 모두 감소했다. 한문과 제2외국어 등 선택과목은 129개 학교에서 평균 34.6시간을 줄였고, 기술·가정은 99개 학교에서 33.0시간, 도덕은 51개 학교에서 28.7시간 줄였다. 또 사회·역사는 35개 학교에서 32.1시간, 과학은 18개 학교에서 30.2시간을 줄였으며, 음악·미술은 17곳에서 33.0시간, 체육은 8곳에서 31.9시간 줄였다.
이런 현상은 초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334개 초교를 대상으로 한 같은 조사에서, 국어 과목의 경우 1학년은 174곳(52.1%)이 수업시간을 평균 10.3시간 늘렸고, 2학년은 153곳(45.8%)이 평균 10.4시간 늘렸다. 수학 과목은 1학년의 경우 166곳(49.7%)이 평균 8.9시간, 2학년은 180곳(53.9%)이 평균 8.7시간 늘렸다.
서혜정 교총 정책개발국 부장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려됐던 국·영·수 등 입시과목 편중 현상이 실제로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초등학교의 경우 영어수업이 시작되는 3학년에게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 영어 편중 현상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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