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정부쪽 인사로 구성
“모두 만족하는 개혁 힘들어”
서남표식 경쟁교육 지지 뜻
“모두 만족하는 개혁 힘들어”
서남표식 경쟁교육 지지 뜻
카이스트 이사들은 대체로 서남표(75) 총장의 해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13일 카이스트 이사 16명 가운데 연락이 닿은 8명에게 최근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대다수가 이렇게 답했다. 또 서 총장이 추진해온 ‘무한경쟁교육’에도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양규환 이사(경원대 연구부총장)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사회는 전반적으로 서 총장을 지지하는 분위기이고, 개인적으로도 해임에 반대한다”며 “서 총장이 ‘독선적’이라고들 하는데, 어떤 개혁도 모두의 합의를 얻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표삼수 이사(KT 기술전략실 사장)도 “서 총장이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나가면 몰라도, 지금 해임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며 “(이번 카이스트 사태는) 총장 이하 학교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고 진단했다. 조정남 이사(SK텔레콤 고문)는 “서 총장 혼자 책임질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해임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서 총장이 ‘개혁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내부 사람들에게 피로감이 생긴 것이지만, 이번에 퇴임시킨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 <한겨레>의 취재에 응한 5명의 카이스트 이사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특히 안건 상정 권한을 갖고 있는 오명 카이스트 이사장(웅진그룹 태양광에너지부문 회장)은 이날 경북 상주에서 열린 폴리실리콘 생산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기자들과 만나 “(15일 열리는) 이사회는 현안 보고에 관한 것이며, 서 총장의 해임 문제는 (안건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5일에 열릴 긴급 이사회에선 서 총장 해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들은 ‘차등 등록금제’ 등 서 총장의 경쟁 위주 학사운영 방식에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표 이사는 ‘차등 등록금제’의 폐지 여부를 두고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차등 등록금제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삼규 이사(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는 ‘100% 영어강의제’ 폐지와 관련한 물음에 “총장의 재량을 이사회가 너무 간섭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교육계 일부에선 카이스트 이사진의 구성이 재계와 과학기술계, 정부 쪽 인사 중심으로 편중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카이스트 이사진에서 경제계 인사는 8명이고, 학계 인사 4명도 과학기술인이거나 현 정부 쪽 인사로 분류된다. 김달효 동아대 교수(교육학)는 “이사진을 경제계 인사 중심으로 꾸리면 무한경쟁이 가져올 효율성, 선택에 따른 책임 등 시장논리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교육의 특수성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훈 이승준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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