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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세계 몇위” “국내 몇위” 경쟁 매몰…교육을 파는 상아탑

등록 2011-04-15 21:35수정 2011-04-15 22:11

학생들의 잇단 자살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카이스트 긴급 이사회가 열린 15일 아침 서울 서초구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서남표 총장(왼쪽 끝 앉은 이)과 오명 이사장(오른쪽) 등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학생들의 잇단 자살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카이스트 긴급 이사회가 열린 15일 아침 서울 서초구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서남표 총장(왼쪽 끝 앉은 이)과 오명 이사장(오른쪽) 등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내외 언론서 순위 평가
영어강좌 등 국제화 반영
“가시적 성과로 줄세우기”
기업가적 시장논리 담은 1995년 5·31 개혁안 ‘원죄’
카이스트로 본 대학 현주소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서남표식 무한 경쟁교육’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카이스트는 ‘글로벌 경쟁’이라는 구호 아래 순위 다툼에 내몰리고 있는 한국 대학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어 강의’ 등 학생과 교수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는 교육시스템은 대학의 서열경쟁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서열에 목을 매는 주된 이유로는, 일부 언론사의 대학 평가와 순위 공개가 꼽힌다. <중앙일보>는 1994년부터 △교육 여건(100점) △국제화(70점) △교수 연구(120점) △평판·사회진출도(110점) 등으로 대학들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국제화’ 지표에선 70점 가운데 20점을 ‘영어강좌 비율’에 할당했다. <조선일보>도 2009년부터 △연구 △교육 △졸업생 △국제화로 영역을 나눠 대학들을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제 학술 데이터베이스 운영업체인 ‘톰슨-로이터’와 함께 매년 △학습 환경 △국제화 △논문당 피인용 수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세계 순위 200위까지의 대학을 공개하는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 대학 평가가 주목을 받으면서, 경쟁의 범위가 세계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카이스트처럼 경쟁적으로 영어 강의를 늘리고, 외국 교수들을 초빙하고 있다. 실제 ‘100% 영어강의제’ 등을 도입한 카이스트는 <더 타임스> 순위가 2006년 198위에서 지난해에는 79위로 높아졌다.

15일 <한겨레>가 <중앙일보>의 2010년 대학평가 상위 20위에 오른 대학들의 누리집을 살펴본 결과, 8개의 대학이 세계 상위권 대학 진입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고, 5개 대학은 국내 대학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밝혀두고 있다.

서울대는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 연세대는 ‘2020년 5개 연구분야 세계 10위권 진입’을 제시했고, 인하대는 <중앙일보> 대학 평가를 직접 언급하며 ‘국내 탑7’이라는 목표를 밝히고 있었다. 최상위권 대학들은 국제 순위를 높이는 데 열을 올리고, 중상위권 대학들은 그 아래에서 국내 대학 평가 순위를 높이려고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성균관대와 포스텍(포항공대)은 ‘톰슨-로이터’ 누리집에 배너 광고까지 띄워놓고 대학을 홍보하고 있었다. 성균관대 기획조정처 관계자는 “세계 대학 평가는 홍보를 위한 하나의 잣대”라며 “대학들이 모두 마케팅에 나서 과열 경쟁을 하고 있고, 교육 수요자들이 그 부분을 염두에 두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대학 교육의 본질은 사라지고, 가시적인 성과 추구만 남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양대 기획처 관계자는 “대학 평가에서 단순히 국제화 지표를 기준으로 제시하는데, 왜 국제화 지표가 대학 발전에 공헌하는지 막연한 게 사실”이라며 “영어 강의를 많이 하는 게 국제화의 지름길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해 10월 “언론사의 줄세우기식 대학평가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자체 인증평가를 개발했다. 이영호 대교협 대학평가원장은 “대교협 평가는 서열 매기기를 지양하고, △교육목표와 발전계획 △대학 구성원 △교육·교육시설 △대학재정·경영 △사회봉사 등의 기준으로 평가를 해 합격과 불합격을 따지는 것”이라며 “2005년 유럽연합(EU)의 규범 기준을 따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줄세우기식 무한경쟁의 뿌리가 1995년 도입된 ‘5·31 교육개혁안’에 있다고 보고 있다.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학과)는 “5·31 교육개혁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관료적 교육가에서 기업가적 교육자 양성’이었고, 이후 대학을 기업으로, 총장을 최고 경영자(CEO)로 보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시장논리가 득세해 교육의 공공성이 점차 사라져 갔다”며 “카이스트는 그런 기업가적 대학 운영의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재훈 김민경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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