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별 이동수업 평가는
상반은 경쟁과열, 하반은 박탈감
상반은 경쟁과열, 하반은 박탈감
21일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 만난 우민혁(14)군은 지난해 수준별 이동수업 영어 ‘하’반에서 공부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군은 2학년에 올라오면서, 학교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1학년만 하는 쪽으로 학사운영을 바꿔 지금은 통합 수업을 받고 있다. 우군은 “수준별 이동수업 때는 수업 분위기가 나빠서 집중을 할 수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재미도 없어져 영어 점수가 많이 떨어졌다”며 “지금은 잘하는 친구들을 보고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영어 수준별 이동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체감 만족도는 대체로 낮았다. 하지만 ‘상’반 학생들 가운데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현재 ‘상’반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1학년 김민아(13)양은 “친구들끼리 경쟁이 심한 탓에 스트레스는 있지만,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있어 분위기도 좋고 고차원적인 질문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준별 이동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낮은 이유로 먼저 수업 분위기를 꼽았다. ㄱ아무개(27) 교사는 “같은 반 아이들끼리는 서로 공감대가 많아 수업 분위기가 활발하지만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면 서로 어색해한다”며 “그러면 수업 분위기도 가라앉고, 흥미도 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ㄴ아무개(51) 교사는 “‘상’반이야 분위기가 좋지만, ‘하’반 학생들은 서로 부정적인 영향을 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수준별로 나누지 않고 통합수업을 하면 잘하는 아이는 못하는 아이를 가르치면서, 못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를 보고 배우면서 교육 효과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또 상대적 박탈감도 흥미나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ㄷ아무개(42) 교사는 “‘하’반 학생들은 자존심이 상하고 학습 의욕도 없어 자기가 속한 반이나 수업에 대한 애정이 낮다”며 “‘하’반 학생들은 공부 자체에 대한 동기가 낮고 가정환경도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수준별 이동수업은 이런 학생들을 격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상대적 박탈감은 ‘상’반 학생들도 느낀다. ㄹ아무개(27) 교사는 “‘상’반 학생들은 너무 경쟁적이고 서로 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스스로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어서 ‘상’반에서 ‘중’반으로 떨어졌을 때 무기력함과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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