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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의 성장·발달 돕는 교과서 필요

등록 2011-05-09 11:09

‘교과서를 믿지 마라!’ 공동저자 신은희 교사 인터뷰
많은 초등학생들이 ‘교과서’ 하면 공부, 숙제, 시험, 지겨움 등을 떠올린다고 한다. 공부를 좀 한다는 아이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학부모도 아이를 위해 교과서를 보긴 하지만 어려운 내용에 한숨부터 흘러나온다. 사실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이와 학부모만이 아니다. 요즘 학교 선생님들도 이구동성으로 교과서가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 2006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를 연구해온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이 최근 <교과서를 믿지 마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체계 없는 엉터리 교과서가 교사와 아이들, 학부모까지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최초로 초등학교 교과서를 분석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충북 청원 비봉초등학교 신은희(사진) 교사에게 교과서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봤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문제점을 처음으로 지적하는 책이라고 들었다. 초등 교과서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보통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다 맞을 것이고, 초등학교 교과서라면 초등교육 전문가들이 어린이 발달 수준에 맞춰 잘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쳐 보니 교과서가 너무 어렵고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교과서가 생각보다 체계적이지 않고 어려워서 ‘학습부진아’를 만들어내고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특히 가정에서 아이들이 교과서 내용을 모를 때 아이를 탓하지 말고 교과서를 만든 교육과학기술부에 문제제기를 해서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바꿔나갔으면 한다.”

2007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 따른 학교 현장의 혼란이 심각하다고 한다. 어떤 문제가 있나?

“6학년 학생들은 5학년까지는 7차 교육과정으로 배우고 올해는 2007 개정 교육과정으로 공부한다. 사회교과의 역사 영역 같은 경우는 6학년 1학기에서 5학년으로 내려가 버렸다. 다른 교과도 원칙 없이 학년 간 내용이 올라가거나 내려간 경우가 많아 학습 결손이 심각하다.


원래 교육과정이 바뀌면 교과 내용 체계와 설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교과서 구성이나 쓰는 개념, 교육 방법, 평가까지 연결돼서 바뀌게 된다. 따라서 7차 교육과정과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섞이다 보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학교 현장도 준비가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중학교에 가서도 개념 이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이들 발달 단계를 무시한 교과서라는 비판도 있다. 어떤 면에서 그러한가?

“일단 공교육 입문 단계인 1학년의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어렵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1학년은 한글 구성 원리와 낱말을 배우고 겪은 일을 글로 써내는 것만 하더라도 굉장한 발전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생략하거나 간단히 배우고 고학년에서나 가능한 자기 생각 쓰기, 어려운 글 읽기가 나온다. 또 3학년은 자기 가족과 이웃을 벗어나 동네를 이해하는 단계인데 세계지리 내용이나 어려운 개념어가 나온다. 초등학생은 조작, 감각 체험,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이 자라는데 교과학습 내용이 학문용어 중심으로 이루어져 어린이 발달을 저해하고 있다.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게 아니라 교과서를 배우기 위해 선행학습이나 높은 수준의 경험을 미리 해야 할 정도다.”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며 교과서가 지나치게 많은 질문과 쓰기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창의력은 7차 교육과정부터 강조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교육방법론은 없고 늘 학습지 몇 장이나 사교육으로 해결했다. 2007 개정 교육과정은 논술교육 강화를 내걸었다. 이 때문에 국어에서는 억지로 자기 생각을 쥐어짜는 방식이 두드러지고 과학, 체육까지 무리하게 글쓰기가 도입됐다. 수학은 당연한 걸 묻거나 교사 수준에서도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온다. 창의력은 수학, 과학보다 음악, 미술에서 길러져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 무엇보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학생이 교사와 교감하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창의력도 기대할 수 있다.”

교과서가 어려워지면서 사교육 의존이 더 심해졌다고 보나?

“저학년 교과서라도 학부모가 이해가 안 되고 답을 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든다. 큰아이가 4학년인데 1학년부터 집에서 교과서 흐름을 보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한 단원을 공부해도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고 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사전에 설명하고 경험해야 할 게 많다. 이런 내용을 현재 다인수 학급에서 짧은 시간에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학년 발달 수준에서 꼭 필요한 내용,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내용을 중심으로 복습을 했다.”

그럼에도 교사와 학부모는 교과서를 중요한 학습도구로 여긴다. 어떻게 교과서를 활용해야 하나?

“교사들이 어려운 교과서를 쉽게 재구성해서 가르치려 해도 일제고사 때문에 자율성이 많이 없어졌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게 교육의 목적이라면 교과서 내용을 다 이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바꿨으면 한다. 가정에서는 교과서 내용만을 공부하기보다 그 학년 수준에서 경험하고 활동하면 좋은 것들을 해본다. 특히 우리나라 아이들은 맘껏 뛰놀 시간이 부족한 탓에 친구 관계나 기본 감각훈련, 조작 능력이 떨어져 교과학습에 영향을 줄 정도다.”

교과목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교육과정이 개편되는 것 같다. 이렇게 되는 원인은 뭔가?

“먼저 교육과정 논의가 너무 폐쇄적이다. 교과부에서 소수 연구자나 교수진으로 틀을 다 짜고 막상 교육과정이 실현되는 현장에 대한 연구는 부실하다. 초·중·고의 교과 내용도 대학 전공 학문과 별 차이가 없고, 초등은 중등 내용을 압축한 형태라 어려운 개념들이 나열되어 있다. 교과 간에도 소통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교과서가 또 바뀐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하나?

“무엇보다 어린이 발달 수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다음이 교육과정과 교과서 연구이다. 무리한 개편보다는 2007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에서 학년 수준에 맞지 않는 것을 골라내고, 재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교과서를 학년 간에 다시 재구성하고 교사들이 학급 수준에 맞춰 교과 통합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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