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현 박사의 소통&공감> 하지현 지음, 궁리 펴냄
[함께하는 교육]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 권의 책
28. 하지현 박사의 소통&공감
부산저축은행 사태, 현실에 눈을 감게 한 인생역전의 꿈
28. 하지현 박사의 소통&공감
부산저축은행 사태, 현실에 눈을 감게 한 인생역전의 꿈
“투 페어를 잡은 후에 풀 하우스를 바라는 남자에게는 딸을 주지 마라.” 도박판에서 나도는 말이다. 두 페어란 다섯 장이 한 패인 포커에서 같은 모양 카드가 두 장씩 두 쌍이 나온 경우이다. 여기에 카드 한 장이 더 맞으면 풀 하우스가 된다. 즉 같은 모양 카드가 각각 세 장, 두 장이 되면 풀 하우스다.
두 페어에서 카드 한 장만 더 맞으면 풀 하우스, 욕심이 날 만하겠다. 그러나 투 페어가 나올 확률은 4.8%, 풀 하우스는 0.14%이다. 24배에 이르는 엄청난 차이다. 그럼에도 도박판에서는 이런 단순한 셈법이 먹히지 않는다. 대부분은 욕심에 눈이 멀어 베팅을 하고 길게 후회한다.
일상에서도 이런 모습은 드물지 않다. 쥐꼬리만한 수입으로 아득바득 사는 것도 지겹다. ‘큰 것 한 방’이 가져다줄 인생역전의 꿈은 소시민을 달뜨게 한다. 그래서 주식도 사고 부동산에도 기웃거린다. 하지만 성공한 이들은 얼마나 될까? 남들은 쉽게 이익을 따내는 듯한데 나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는다. 손을 대는 족족 손해고 실패다. 마음은 점점 조급해진다. 본전 생각 또한 절절하다. 그래서 손해가 늘어가는데도 판은 점점 커진다. 어떻게 해야 막막한 처지에서 헤어날까?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는 ‘큰 것 한 방’을 노리는 심리를 조목조목 풀어낸다. 한 판으로 거둔 짜릿한 승리는 중독을 부른다. 인생역전의 순간이 꼭 한번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실패가 거듭되어도 언젠가는 커다란 성공이 내게도 찾아들 듯싶다. 거짓 정보에 휘둘리며 돈을 날리면서도 돈을 쏟아붓는 이유다. 현실은 점점 비참해지는데도 그렇다.
이럴 때 사람들은 눈을 감아버린다. 주가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잠시 시장이 안 좋을 뿐이야”, “곧 좋아질 거야” 하며 애써 상황을 좋게 바라본다.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자료들을 흘려버리기도 한다. 신문이나 정보 사이트도 멀리한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Fact)을 마주하기가 겁나는 탓이다. 현실은 두루뭉술하게 넘기며 꿈과 기대에만 매달린다.
새로운 투자 계획을 떠벌리게 되는 것은 이때부터다. 들뜬 마음으로 떼돈을 벌어들일 아이템들을 정신없이 늘어놓는다. 포부를 말할 때만큼은 비참한 현실을 잊기 때문이다. 장밋빛 희망 뒤로 쪼들리는 생활비, 뒤틀린 가족 관계 등은 스러진다. 뼈아픈 실패도 부푼 마음 뒤로 파묻혀 버린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 투자와 도박이 구별되지 않는다. 과연 자신이 투자를 하는지, 베팅이 주는 스릴을 즐기고 있는지 스스로도 헷갈린다. 꾸준히 지켜보며 이익을 얻겠다는 ‘건전한 투자’는 사라져 버리고,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짧은 시간 안에 큰 이익을 얻겠다는 욕심이 앞선다. 마약에 빠져든 중독자와 다를 바 없다.
그러다 또 실패하면? 더욱 강하고 큰 인생역전을 꿈꾸게 될 테다. 다시 일어설 가능성이 거의 없어도 마찬가지다. 허황된 계획은 결코 내려놓지 못할 테다. 이마저 없다면 헛헛한 인생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누군가가 현실을 보라며 충고를 던지면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왜 나를 못 믿어! 내가 그 정도도 안 되는 사람 같아!”라며 말이다.
때로는 분노가 치밀어 누군가에게 탓을 돌리기도 한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뭘 했단 말인가. 투기꾼들이 판치는 세계 경제를 원망하고, 구멍 뚫린 미국 증권시장에 혀를 찬다. 내가 망한 것은 내 탓이 아니라 세상 탓이다. “엄마 탓이야!”라며 앙탈을 부리는 어린아이의 모양새다. 이도 아니면 깊은 절망과 우울함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려서 벌을 받는 거야”, “이제 나는 끝장이야” 등등. 자신의 처지에 한숨 쉬며 무능함에 몸부림친다. 죄책감에 손실을 메우겠다고 무리한 투자를 또다시 벌이는 이들도 생긴다. 이런 답답한 모습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현 박사는 현실적인 충고를 들려준다. 먼저, 실패한다 해서 사람들에게 버림받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가족들도 ‘큰 것 한 방’에 매달리는 이를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우리는 당신 편이에요. 빈손으로 돌아오셔도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동안 당신이 했던 일이 가족을 위한 것이었음을 알고 있어요.” 이해와 따뜻한 위로는 실패자에게 현실로 돌아올 용기를 준다. 승리와 실패를 나와 떼어내 생각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성공과 실패는 삶을 스쳐가는 여러 사건일 뿐이다. 물론 이런 자세로 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사나운 맹수도 정성을 들이면 주인 말을 듣기 마련이다. 내가 투자에 들인 공이 얼마인데 결과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하지만 증권시장에는 “주식은 당신이 소유자라는 것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결과가 꼭 나의 노력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꼬인 문제를 풀려면 마음이 차분해야 한다. 조급한 마음을 잠재우고 깊게 고민하며 천천히 결정하며 신중하게 움직여라. 부산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단다. 저축은행은 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이다. 돈을 떼일 위험이 큰 사람들에게 대출을 하는 만큼 이자도 크다. 높은 이자를 바라는 마음에는 ‘인생 한 방’의 꿈이 없을까? 저축은행은 예금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어야 했을 테다. 커다란 이익을 위해 더 큰 위험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사행심이 끼어드는 것이 당연한 구도다. 그렇다면 저축은행의 파산이 꼭 경영자 몇 명만의 문제일까? 더 많은 이자를 바랐던 우리 사회의 욕망이 지금의 문제를 낳지 않았을까? 정부 탓, 남 탓 하기 전에 돈 욕심을 한껏 키워놓는 우리 사회의 현실부터 반성해볼 일이다.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timas@joongdong.org
때로는 분노가 치밀어 누군가에게 탓을 돌리기도 한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뭘 했단 말인가. 투기꾼들이 판치는 세계 경제를 원망하고, 구멍 뚫린 미국 증권시장에 혀를 찬다. 내가 망한 것은 내 탓이 아니라 세상 탓이다. “엄마 탓이야!”라며 앙탈을 부리는 어린아이의 모양새다. 이도 아니면 깊은 절망과 우울함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려서 벌을 받는 거야”, “이제 나는 끝장이야” 등등. 자신의 처지에 한숨 쉬며 무능함에 몸부림친다. 죄책감에 손실을 메우겠다고 무리한 투자를 또다시 벌이는 이들도 생긴다. 이런 답답한 모습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현 박사는 현실적인 충고를 들려준다. 먼저, 실패한다 해서 사람들에게 버림받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가족들도 ‘큰 것 한 방’에 매달리는 이를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우리는 당신 편이에요. 빈손으로 돌아오셔도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동안 당신이 했던 일이 가족을 위한 것이었음을 알고 있어요.” 이해와 따뜻한 위로는 실패자에게 현실로 돌아올 용기를 준다. 승리와 실패를 나와 떼어내 생각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성공과 실패는 삶을 스쳐가는 여러 사건일 뿐이다. 물론 이런 자세로 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사나운 맹수도 정성을 들이면 주인 말을 듣기 마련이다. 내가 투자에 들인 공이 얼마인데 결과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하지만 증권시장에는 “주식은 당신이 소유자라는 것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결과가 꼭 나의 노력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꼬인 문제를 풀려면 마음이 차분해야 한다. 조급한 마음을 잠재우고 깊게 고민하며 천천히 결정하며 신중하게 움직여라. 부산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단다. 저축은행은 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이다. 돈을 떼일 위험이 큰 사람들에게 대출을 하는 만큼 이자도 크다. 높은 이자를 바라는 마음에는 ‘인생 한 방’의 꿈이 없을까? 저축은행은 예금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어야 했을 테다. 커다란 이익을 위해 더 큰 위험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사행심이 끼어드는 것이 당연한 구도다. 그렇다면 저축은행의 파산이 꼭 경영자 몇 명만의 문제일까? 더 많은 이자를 바랐던 우리 사회의 욕망이 지금의 문제를 낳지 않았을까? 정부 탓, 남 탓 하기 전에 돈 욕심을 한껏 키워놓는 우리 사회의 현실부터 반성해볼 일이다.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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