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대적 홍보 불구…올 예산 2억원 전액 끊겨
법인화 추진과정서 재정난…학교쪽 “내년 재개할 수도”
법인화 추진과정서 재정난…학교쪽 “내년 재개할 수도”
서울대 ‘중·고생 멘토링’ 2년만에 폐지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우천중 3학년 김성한(14)군은 지난 1월부터 서울대 화학과 4학년 김아무개씨와 일주일에 서너 차례 연락을 주고받아 왔다. 성적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친구·이성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서울대 멘토링 누리집에 글을 남기면, 멘토인 김씨가 누리집에 답변을 남기거나 직접 전화를 걸어와 상담을 해줬다. 김씨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 김군에게 혼자 공부하는 방법도 가르쳐줬다. 1월 말과 4월 말에는 횡성과 서울을 오가며 직접 만나는 자리도 가졌다.
하지만 김군은 이제 김씨의 상담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서울대가 이달 말 누리집을 폐쇄하고 멘토링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김혜란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장은 12일 누리집에 안내문을 올려 “서울대 멘토링 사업을 이달 말로 종결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린다”며 “예산 절감이라는 당면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음을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군은 “갑작스레 폐지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도움을 받고 싶은 게 많이 남았는데, 이대로 끝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우천중 이용훈 교무부장은 “전교생 102명 대부분이 서울대 학생들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 큰 도움을 받아왔는데, 갑자기 폐지한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서울대가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장무 전 총장 재직 때인 2009년 4월 ‘동반자 사회 프로그램’의 하나로 온라인 멘토링 사업을 시작했다.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1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누리집에 온라인 상담 프로그램을 올리고, 전국 저소득층 중·고등학생들이 서울대 학생들로부터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 멘토링사업부 관계자는 “연간 2억원의 예산이 들었는데, 올 초부터 대학본부에서 예산이 전혀 내려오지 않다가 최근 최종 폐지 통보를 받았다”며 “전국의 멘티 학생들과 서울대 멘토 학생들에게 폐지 사실을 통보하고 있는데 우리도 어떻게 소식을 전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예산 소요가 늘어난 것이 사업 폐지의 이유라고 밝혔다. 서울대 학생처 관계자는 “법인화와 관련해 여러 가지 준비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예산 소요가 늘어나는 바람에 적어도 올해는 멘토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며 “내년에는 다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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