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불법찬조금 적발 현황
서울교육청, 중·고 2곳 적발…교장 등 징계요청
학교는 근절의지 없이 ‘팔짱’ 학부모는 ‘냉가슴
학교는 근절의지 없이 ‘팔짱’ 학부모는 ‘냉가슴
서울 강북 지역의 ㅈ고등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3월 학교 행사 간식비를 지원한다며 1400만여원의 불법 찬조금을 모았다. 60여명의 학급 회장·부회장 등 학부모회 회원들이 1명당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220만원까지 냈다. 이 학교는 지난해에도 학부모들에게서 1600만여원을 거뒀다. 2년 동안 모인 불법 찬조금 3000만여원 가운데 72%는 간식비로 쓰였지만, 공식적인 학교발전기금 모금 절차를 밟지 않았다. ㅈ고는 지난달 초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가 시작되자 학부모회로 하여금 모금한 돈을 학부모들에게 돌려주도록 했지만, 책임을 면할 수는 없었다.
강남의 ㄷ중학교에서도 지난해 학부모 14명이 100만~400만원씩 2100만원의 불법 찬조금을 모았다. 특히 지난해 8월 이 학교가 강당을 개관하자, 학부모회 간부 3명이 따로 돈을 모아 960만원 상당의 그랜드 피아노를 학부모 회장 명의로 학교 쪽에 기부하기도 했다.
■ 끊이지 않는 불법 찬조금 진정이 제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즉시 감사에 착수해, 최근 ㅈ고 교장과 교감에 대한 경징계를 학교법인에 요청하고, ㄷ중의 교장과 교감 등 교직원 4명에게 경고 조처를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ㅈ고는 불법 찬조금을 막기 위한 가정통신문 발송 등 예방 조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며 “끊임없이 진정이 제기되고, 처벌이 내려지지만 불법 찬조금 관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불법 찬조금은 ㅈ고와 ㄷ중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 학부모 ㄱ씨는 지난 3월 학부모 총회 때 “간식비, 정수기 물통값 등 아이들이 1년 동안 필요한 돈 10만원을 내야 한다”는 학급회장 학부모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한번도 학교에서 별도의 돈을 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들이 항의했지만, “관례인데 당신들만 빠질 거냐”는 면박에 결국 돈을 내는 것으로 정리됐다. 항의하던 학부모 가운데 일부는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와중에 교실을 빠져나갔다. ㄱ씨도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고민 끝에 10만원을 입금할 수밖에 없었다. ㄱ씨는 “내 아이가 먹는 간식비라고 하니, 혼자 빠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며 “찝찝했지만 아이가 담보로 잡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또다른 ㅈ고 학부모 ㄴ씨도 지난달 학부모회 회장으로부터 자녀가 학급 회장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30만원을 내라”는 전화를 받았다. ㄴ씨는 다행히 학교에 문의한 뒤 담임 교사로부터 “따로 돈 낼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돈을 내지 않았지만,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 은근히 부추기는 학교 불법 찬조금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학교가 ‘수익자 부담원칙’을 거론하며 학부모들의 찬조금을 모른 채 눈감거나 은근히 조장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2009년~2011년 4월까지) 불법 찬조금 적발 현황’을 보면, 불법 찬조금 적발 건수는 모두 46건에 찬조금 액수는 32억7700만여원에 이른다. 학부모들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제 불법 찬조금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 등에 따라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모금하는 학교발전기금 외에 학교에서 모금을 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박부희 상담실장은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교육을 권리로 인식하는 대신 시혜로 여겨 학교에 아이를 맡긴 입장에서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불법 찬조금 모금을 막기 위해서는 학교가 먼저 나서서 단호히 받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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