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초 학생들이 축제를 준비하면서 무대를 직접 꾸미는 모습. 조현초 제공
[함께하는 교육] 경기도교육청 주최 국제혁신교육 심포지엄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현장의 모습과 성과
주입식 아닌 교사와 학생한테 여유 주는 시스템
한 반에 25명 교육과정 자율로 창의적 수업 연구 “모내기하고 왔어요. 모내기는 일 년에 한 번씩 하는데 벼가 다 자라면 추수해서 떡도 만들어요.” 지난 5월23일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 6학년 윤샘군은 방과후 모내기 체험을 하고 집에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학교 주변에 숲도 많고, 물도 맑으니까 생태학습을 자주 해요.” 윤군은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니다 4학년 때 혁신학교인 조현초로 전학을 왔다. 어머니는 윤군과 윤군의 남동생 형제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찌든 생활을 하는 게 안타까웠다. “한창 학교생활이 즐거워서 밝게 웃고 다녀야 할 때인데 둘째아이의 경우는 유독 학교 가는 게 힘들어 보이더라구요.” 그즈음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학교인 조현초에 대한 얘기를 접했고, 두 아들을 이곳으로 전학시켰다. 이사를 한 뒤로 남편의 출퇴근 시간이 배로 늘어났지만 부모는 지금의 학교가 만족스럽다.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어요. 틀에 박히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수업 방식도 조금 다르고, 여러 가지 체험도 많이 하죠.” 이날 저녁, 윤군의 어머니는 학부모회의에 참석했다. 윤군은 학교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전체 학부모 소집회의입니다. 급한 안건이 있거든요. 교장선생님이 6월까지만 계시는데 그 뒤로 어떻게 할 건지를 결정해야 해요.” 혁신학교에서 2년을 보내면서 윤군은 뭘 느꼈을까? 가장 큰 변화는 수업에 흥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윤군은 “전 학교랑 다르게 수업시간부터 길다”고 했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20분 공부하고, 10분 쉬었거든요. 쉴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근데 여기서는 40분 공부하고, 20분 쉬니까 확실하게 놀 수 있죠.(웃음) 집중이 잘 되냐구요? 선생님이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하세요. 전에는 교과서만 갖고 공부를 했는데 지금은 ‘디딤돌’이라고 선생님이 만든 책으로 공부하죠. 디딤돌에서 단어를 찾고, 국어사전에서 그 단어를 다시 찾아보고, 의미를 다 알게 되면 내 생활과 연관지어서 이야기를 만들어요. 발표시간도 있는데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반 아이들 모두가 발표할 수 있어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혁신학교 덕양중학교에는 수업모델을 연구하는 교사들의 연구공동체가 꾸려졌다. 이 학교는 2009년 혁신학교 지정 전인 2008년도부터 혁신학교 모델을 현장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해왔다. 2008년을 거쳐 2009년 혁신학교로 지정이 되고 올해까지 오면서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내용인 수업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덕양중 김영식 국어교사는 “3년 동안 약 150시간의 연수를 하면서 수업을 어떤 식으로 개선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논의했다”며 “올해는 정기적으로 공개수업연구회도 열고 있다”고 했다.
교사들의 노력은 창의적인 수업으로 구현됐다. 수업은 ‘학습자 배움 중심’으로 꾸려간다. 덕양중 3년 신효진양은 학교수업이 재미있는 이유로 ‘ㄷ자형’ 책상 배치와 모둠수업을 손꼽는다. “굉장히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데 ㄷ자형으로 책상을 배치하니까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어요. 애초에 선생님께서 이렇게 배치한 의미를 잘 설명해주셨어요. 아이들끼리 떠들 거라고 생각도 하실 텐데 토론식 수업을 많이 진행하다 보니까 공부 위주의 토론을 많이 해요. 모둠활동도 진짜 많이 하는데 그것도 좋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말을 친구들이랑 많이 하게 돼요.” 신양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학급 규모가 작아지고, 선생님들께서 수업이나 학생들 생활지도 등에 신경도 많이 써주시면서 변화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교사는 학생을, 학생은 교사를 이해하는 마음도 싹텄다. 학생들은 지난 3월2일 학교 쪽과 ‘생활협약 조인식’을 했다. 신양은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규칙이 내려오는 게 아니라 학생이랑 학부모 등이 참여해 생활협약이라는 이름으로 규칙을 만들었다”고 했다. 여학생의 경우는 화장을 할 수 있는 대신 치마 길이를 짧게 해선 안 되고, 남학생들은 염색을 하는 대신 적당히 붙는 바지를 입기로 했다. 신양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더불어 사는 삶’을 목표로 추구하는 학교가 됐는데 그런 목표가 생기니 선생님들도 우리한테 신경을 정말 잘 써주시고, 아이들 한명 한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중요한 건 학생과 교사 사이의 협조와 배려인 것 같아요. 서로 협조하고 이해하는 게 없으면 공동체 생활이 잘 이어지기 어렵죠. 근데 더 중요한 건 학생에 대한 선생님의 무한한 애정이라고 봐요. 아무리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학생이라도 지속적으로 애정을 쏟아주면 달라지잖아요. 그런 점에서 규모도 작고 선생님들께서 신경써주실 만한 여유가 있다는 게 좋죠.”
조현초와 덕양중의 이야기가 모든 혁신학교를 다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혁신학교는 학교 상황이나 지역, 교육 주체의 요구에 따라 다른 모양새를 보여줄 수 있다. 다만 공통적인 철학은 있다. 혁신학교는 규모가 크지 않다. 한 학급당 학생 인원은 25명 내외다. 가장 큰 철학은 이 속에서 교사가 교육 혁신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쪽은 가르치는 일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행정업무로 바쁜 교사들을 위해 행정업무 담당 인력을 배치했다. 그 과정에서 조현초와 덕양중에서처럼 창의적이고 학생들이 곱씹을 만한 수업 방식이 나온다. 이 속에서 교사와 학생은 만족감, 자존감을 느낀다. 학교에는 민주적인 분위기가 자리를 잡으면서 학생은 학교 구성원으로서 자기 권리와 책임도 알아간다. 부모는 보조교사처럼 교육활동에 참여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혁신학교의 철학인 창의성, 민주성 등이 실현된다. 지역성 역시 혁신학교의 철학 가운데 하나다. 조현초가 생태체험을 많이 하는 것처럼 각 학교가 의미 있는 도시 또는 농촌 등 지역성을 이해하고 교육의 요소로 활용해 경쟁력을 기르자는 의미다. 또 불리한 여건의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 우선 지원하고 교육양극화 해소에도 힘쓴다. 혁신학교의 기본 바탕 중 하나인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혁신학교 2년 동안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도 있다. 김 교사는 “일반학교에서는 ‘우리도 그 돈 받으면 그 정도 할 수 있다’고도 한다”며 “하지만 그렇게 돈이나 프로그램에 집중할 게 아니라 교육과정과 수업 변화에 방점을 찍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교사들한테 수업에 집중하도록 연구비용을 준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혁신학교의 한 모델로서 일종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거죠. 그리고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어떤 한 학교에만 주목하거나 몰려가는 학부모들도 계시는데 중요한 건 각 혁신학교 모델, 사례가 널리 확산되는 겁니다. ”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뭘까? 교육 관련자들은 “교육 주체가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안학교이면서 혁신학교인 이우학교의 이수광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뿐 아니라 교사들의 자기효능감 상승도 혁신학교의 성공을 보여준다”고 했다. “교사로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구실을 하고 있고, 아이들을 만남으로써 아이들이 변하고 있고, 자신이 하는 교육 활동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걸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자연스럽게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행복해해야 혁신학교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한 반에 25명 교육과정 자율로 창의적 수업 연구 “모내기하고 왔어요. 모내기는 일 년에 한 번씩 하는데 벼가 다 자라면 추수해서 떡도 만들어요.” 지난 5월23일 경기도 양평군 조현초등학교 6학년 윤샘군은 방과후 모내기 체험을 하고 집에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학교 주변에 숲도 많고, 물도 맑으니까 생태학습을 자주 해요.” 윤군은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니다 4학년 때 혁신학교인 조현초로 전학을 왔다. 어머니는 윤군과 윤군의 남동생 형제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찌든 생활을 하는 게 안타까웠다. “한창 학교생활이 즐거워서 밝게 웃고 다녀야 할 때인데 둘째아이의 경우는 유독 학교 가는 게 힘들어 보이더라구요.” 그즈음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학교인 조현초에 대한 얘기를 접했고, 두 아들을 이곳으로 전학시켰다. 이사를 한 뒤로 남편의 출퇴근 시간이 배로 늘어났지만 부모는 지금의 학교가 만족스럽다.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어요. 틀에 박히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수업 방식도 조금 다르고, 여러 가지 체험도 많이 하죠.” 이날 저녁, 윤군의 어머니는 학부모회의에 참석했다. 윤군은 학교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전체 학부모 소집회의입니다. 급한 안건이 있거든요. 교장선생님이 6월까지만 계시는데 그 뒤로 어떻게 할 건지를 결정해야 해요.” 혁신학교에서 2년을 보내면서 윤군은 뭘 느꼈을까? 가장 큰 변화는 수업에 흥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윤군은 “전 학교랑 다르게 수업시간부터 길다”고 했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20분 공부하고, 10분 쉬었거든요. 쉴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근데 여기서는 40분 공부하고, 20분 쉬니까 확실하게 놀 수 있죠.(웃음) 집중이 잘 되냐구요? 선생님이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하세요. 전에는 교과서만 갖고 공부를 했는데 지금은 ‘디딤돌’이라고 선생님이 만든 책으로 공부하죠. 디딤돌에서 단어를 찾고, 국어사전에서 그 단어를 다시 찾아보고, 의미를 다 알게 되면 내 생활과 연관지어서 이야기를 만들어요. 발표시간도 있는데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반 아이들 모두가 발표할 수 있어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혁신학교 덕양중학교에는 수업모델을 연구하는 교사들의 연구공동체가 꾸려졌다. 이 학교는 2009년 혁신학교 지정 전인 2008년도부터 혁신학교 모델을 현장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해왔다. 2008년을 거쳐 2009년 혁신학교로 지정이 되고 올해까지 오면서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내용인 수업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덕양중 김영식 국어교사는 “3년 동안 약 150시간의 연수를 하면서 수업을 어떤 식으로 개선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논의했다”며 “올해는 정기적으로 공개수업연구회도 열고 있다”고 했다.
덕양중 학생과 교사들이 공개수업을 하는 모습. 덕양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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