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1개 대학, 예산 2383억 뻥튀기
대학평의원회 심의기구로 권한 강화해야
법정부담전입금 납부 등 강한 규제 필요
대학평의원회 심의기구로 권한 강화해야
법정부담전입금 납부 등 강한 규제 필요
2001년부터 10년 동안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연평균 5.24%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3.15%)과 견줘 60%나 높다. 사립대의 등록금은 ‘독과점 구조’다. 학력과 학벌이 ‘좋은 일자리’의 조건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 사립대는 별다른 가격규제장치 없이 높은 등록금을 요구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졸업장을 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등록금을 낸다.
사립대는 독과점 구조를 바탕으로, 등록금을 산정할 때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를 통해 서울지역 사립대 28곳의 올해 등록금 산정 기준을 살펴본 결과, 80%에 이르는 22곳이 등록금을 정할 때 ‘다른 대학의 등록금 수준을 고려한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와 동국대, 성균관대 등은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 등록금 수준이나 인상률을 고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등록금을 낮추려면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확대와 함께 사립대의 독과점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등록금 결정과 사용에서 독점적 권한을 행사해온 사립대에 민주적 통제장치를 둬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립대는 예산을 책정할 때 세입은 적게 잡고 세출은 많이 잡는 ‘예산 부풀리기’를 통해 돈을 남겨 적립금을 쌓으면서도 등록금을 올렸다. 서울시내 사립대 21곳이 지난해 부풀린 예산만 2383억원에 이른다. 13곳은 2918억원의 적립금을 추가로 쌓았다.
솜방망이 제재가 문제였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은 실제 수입과 지출을 볼 수 있는 전년도 결산을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했으나 사립대들은 이를 지키지 않았고, 강제조항도 없다. 예결산에 대한 내·외부 감사 선임 권한도 학교법인 쪽에 있다. 특례규칙을 상위법으로 법제화하고, 제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적립금의 한도나 사용처에 대한 규제가 없어 대학이 마음만 먹으면 적립금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게 한 점도 문제다. 2009년 가결산 기준으로 사립대 적립금 총액은 10조원이다.
지난 22일 적립금을 일부 규제하는 사립학교법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감가상각비에 해당하는 적립금은 쌓을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적립금 규모와 용도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보신당은 “10조원 가운데 5조원 이상을 교비회계 전입금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학평의원회와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의 위상을 높여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평의원회는 ‘심의’가 아닌 ‘자문’ 기구에 머물고 있는데다 대학 쪽이 이를 설치하지 않아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 등록금 산정에 간여하는 등심위는 학생이나 교직원 등 특정 구성원이 전체의 2분의 1을 넘지만 않는다면 대학이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어, 학생·학부모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현재 등심위를 설치한 대학 65곳에서 학생위원 비율은 23%에 그쳤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자문기구인 대학평의원회를 심의기구화해 총장이 편성한 예산을 심의하도록 하고, 이 예산에 기반해 등심위가 적정 수준의 등록금을 결정하도록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미국 위스콘신주 사례를 예로 든다. 위스콘신주는 주 헌법에 의해 대학 예산에서 주정부와 학생 부담 비율을 65% 대 35%로 정해 놓았다. 예산 편성권은 대학 이사회에 있지만, 주지사와 주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반 교수는 “대학재정의 공동부담 철학에 근거한 일종의 사회적 협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 의무조차 지키지 않는 사학 재단의 태도도 바로잡아야 한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290개 사립대의 2009년 수입에서 법인 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3.2%에 그쳤다. 사학 재단이 2005년부터 5년 동안 납부하지 않은 법정 부담 전입금은 7549억원이었다. 재단이 내야 할 교직원연금과 건강보험료 등 법정 부담 전입금의 부족액을 학교(교비회계)에서 부담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열린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사립대 총장들의 간담회에서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사립대 운영을 책임지는 건 재단이고, 재정 확충도 재단의 역할이다. 재단의 역할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며 유일하게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립대 151곳 가운데 학교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을 법정 기준보다 적게 확보한 대학도 115곳이나 됐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사학 재단이 대학 운영을 위해 보유해야 하는 재산이다. 안진걸 등록금넷 정책팀장은 “적립금뿐 아니라 법정 부담 전입금 납부,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율 등을 더 강하게 규제해 대학에 대한 법인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교비회계 수입에서 법인전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점차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등록금넷과 최저임금연대 회원들이 28일 서울 지하철 명동역 6번 출구 앞에서 민주당·민주노동당 의원들과 함께 “등록금 다운(Down), 최저임금 업(Up)”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등록금 인하와 최저임금 5410원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미국 위스콘신주 사례를 예로 든다. 위스콘신주는 주 헌법에 의해 대학 예산에서 주정부와 학생 부담 비율을 65% 대 35%로 정해 놓았다. 예산 편성권은 대학 이사회에 있지만, 주지사와 주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반 교수는 “대학재정의 공동부담 철학에 근거한 일종의 사회적 협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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