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수도권의 대학들도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을 특성화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건국대는 축산학과, 한양대는 공대, 이런 식으로 각 대학마다 ‘브랜드 학과’가 있었다”며 “최근엔 대학들도 기업이 문어발식 확장을 하듯 백화점식으로 학과를 만들고 있어 교육과정 개선을 통한 특성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1997년 대비 2008년 대학 계열 보유수 변동 추이’를 보면, 계열이 4개 이상인 4년제 대학이 1997년 87곳(전체 150곳 가운데 58.0%)에서 2008년 107곳(전체 174곳 가운데 61.5%)으로 크게 늘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4년제 대학에 전문대의 학과가 개설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중복 학과를 정리하고 특성화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특히 서울에 있는 대학들도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교를 운영하는 대학들이 본교와 유사한 학과를 분교에도 설치하는 방만한 학사 운영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성균관대처럼 서울은 인문사회캠퍼스로, 수원은 자연과학캠퍼스로 차별화해 운영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1일 캠퍼스 간 중복·유사학과를 통폐합하는 조건으로 분교에도 본교의 지위를 주는 내용의 ‘대학 설립·운영 규정 개정안’을 공포한 바 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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