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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대학 네트워크로 역할 나눠 교육의 질 함께 높여야

등록 2011-07-03 21:52

지역별 협력체제 방안

13개 권역 국립대 중심으로
사립대-전문대 네트워크화
교수진·수업 공유하는 방식

미 캘리포니아주 대학 사례

연구중심대-산업중심대 등
대학 특성화 ‘역할분담’ 성과

 지난 2004년 당시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정진상 경상대 교수(사회학)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방안을 제안했다.서울대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국립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한 뒤, 전국을 인구 규모 등을 기준으로 13개 권역으로 나눠 기존의 국립대를 경북1대학, 경북2대학, 전북1대학 등으로 바꾸자는 구상이었다. 신입생을 공동으로 선발하고 졸업장도 개별 대학이 아닌 ‘국립대’가 공동으로 수여하자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국립대부터 대학 서열을 해체해 학벌주의를 극복하자는 목적이 더 컸지만, 정 교수의 제안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고등교육 체제 개혁안을 공론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값 등록금’을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입을 계기로 한국 교육문제의 근원인 대학을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학간 협력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형 체제’가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165개 대학이 모두 ‘정부 의존형’(대학 재정의 50% 이상을 정부가 지원) 사립대인 스코틀랜드에서는 지난 2006년 6개 대학이 대학원의 물리학과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합 대학원 형태의 ‘스코틀랜드 대학 물리학 연합’(SUPA·이하 ‘수파’)을 구성해 주목을 받았다. 각 대학의 교수들이 하나의 연구그룹을 이뤄 공동으로 선발한 신입생을 교육하는 방식이다. ‘수파’에는 영국 왕세자 부부가 졸업한 명문 세인트앤드루스대학도포함돼 있으며, 현재 영국에서 가장 큰 물리학 연구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정원 상지대 교수(경제학)는 “대학 간에 경쟁을 하면 경쟁에서 탈락하는 대학의 교수와 연구시설은 버려지기 마련인데, ‘수파’와 같은 협력체제에서는 모든 자원을 살릴 수 있어 연구 역량의 극대화가 가능해진다”며 “설립한 지 5년 만에 유럽연합(EU)이 발주하는 연구과제 수주가 크게 늘어나고 유학생도 증가하는 등 대학 네트워크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사례를 모델로 국내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방안이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다. 지난 6월20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이 연 ‘대학 체제 개편 심포지엄’에서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가 제안했다. 전국을 13개 권역으로 나눈 뒤 각 권역별로 국립대를 중심에 놓고 사립대와 전문대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교수진을 공동운영해, 학생들이 어느 대학에 입학하든지 네트워크에 참여한 대학의 교수한테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강 교수는 “대학원은 뛰어난 교수와 우수한 학생이 모두 필요한데 현재 서울의 상위권 사립대도 대학원에서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며 “당장 대학원부터 네트워크를 만들어 교수 풀을 구축하고 학생을 공동으로 교육한다면 지방의 대학 연합도 미국 대학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가 활성화하면 국가 균형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일본의 ‘교토 모델’을 참고해 지역 대학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94년 교토 지역의 국·공·사립대 37곳은 ‘교토대학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매개로 인턴십이나 정규 수업을 공동으로 운영해왔다. 1998년 1억엔의 출연금으로 ‘대학 컨소시엄 교토’라는 재단법인으로 전환됐으며, 2000년에는 참여 대학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캠퍼스도 만들었다. 김영철 대구 계명대 교수(경제학)는 “교토가 전통적인 도시임에도 닌텐도 등 전자공업이 발달한 것은 이러한 대학간 협력 체제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라며 “지역경제에 밀착한 지방대가 발전의 축인 만큼 우리나라 지방대들에도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네트워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들이 네트워킹을 하면서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할 때부터 성공 모델로 소개된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이 전형적인 사례다.

이 시스템은 196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4년제와 2년제 주립대학들이 대학 연합을 형성하면서 출발했다. 이 연합에 참여한 각 대학의 기능을 연구중심대학(UC)-교육중심대학(CSU)-산업중심대학(CCC)의 세 단계로 특성화했는데, 캘리포니아대학(UC·4년제)은 고교 졸업 성적 상위 12.5%, 캘리포니아주립대학(CSU·4년제)은 33.3%의 학생을 받도록 했다. 1960년 당시 성격이 비슷한 4년제 주립대 30곳이 난립하면서 지역 고교 졸업자의 50~60%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이었다. 대신 UC와 CSU는 정원의 40%를 편입으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을 둬, 2년제인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CCC) 학생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편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연구중심대학의 역할이 분명해지면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995년 이후에만 노벨상 수상자가 12명 나왔고, 영국 <더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30대 대학에 UC가 5곳이나 포함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백종국 경상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체제는 대학 간 학문의 중복성, 학위의 남발, 특성화 상실 등 재정 투입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가 상존하기 때문에 ‘반값 등록금’ 재원을 투입하기 전에 캘리포니아식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39개 국립대 중 10개를 UC와 같은 연구중심대학으로 특성화하고, 일부 부실 사학을 국공립화한 뒤 연구중심대학을 제외한 기존 국공립대와 함께 CSU·CCC와 같은 형태의 대학으로 재편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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