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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실 안 풀 죽은 아이들, 생명력 불어넣자!

등록 2011-07-04 11:38

프랑스 프레네교육은 학생 중심의 배움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사들이 주목하는 사례다. 사진은 지난 2005년에 열린 1차 한국-프랑스 국제연대세미나 장면. 당시 세미나의 주제는 프레네교육의 민주성과 자주성, 프랑스 현대교육의 고민과 교육개혁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프랑스 프레네교육은 학생 중심의 배움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사들이 주목하는 사례다. 사진은 지난 2005년에 열린 1차 한국-프랑스 국제연대세미나 장면. 당시 세미나의 주제는 프레네교육의 민주성과 자주성, 프랑스 현대교육의 고민과 교육개혁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프레네교육의 철학과 시사점
1920년, 공교육 교사의 고민에서 시작돼
자유로운 개인 존중, 협력 작업으로 연결
운동 형태로 공교육 개혁 가능성도 기대
셀레스탱 프레네
셀레스탱 프레네
프레네교육의 창시자인 셀레스탱 프레네(사진)가 1920년 교사생활 초기에 가장 놀랐던 것은 아이들이 학교 안과 학교 밖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학교 밖에서는 주체적이고 자율적이며 활발한 생명력에 넘쳐나던 아이들이 교실에서는 경직되고 수동적이며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이들을 이중적으로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곧, ‘교실 안에 아동의 삶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삶(life)은 곧 생명(life)이다. 당시 아이들은 ‘어른이 만들어 놓은’ 교과서를 갖고(따라서 어른들의 지식을) ‘어른이 정해놓은’ 교육과정에 따라서(즉, 어른들의 리듬과 시간에 맞추어) ‘어른인 교사가 주도하는’ 방식대로(대부분 교사의 일방적 강의식 수업에 따라) 배워야 했다.

프레네의 혁신적 교육실천의 핵심은 아이들의 삶을 교실 안으로 초대하고, 아이들의 삶이 있는 교실 밖으로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이다. 일례로, 프레네 학급의 아침모임 이름이 ‘쿠아 드 뇌프’(quoi de neuf : “새로운 일 없니?” “별일 없니?”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 인사말)인 것은 ‘어제 하교 후 오늘 등교까지 서로 보지 못했던 시간 동안’ 있었던 일들을 교류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레네교육의 대표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인 자유글쓰기(free writing) 역시 문법이나 문학성, 소재, 양식, 맞춤법 등 일반적으로 작문에서 지켜야 하는 모든 제재들로부터 자유로운(free) 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을 자유롭게(free)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잘 쓰는가가 아니라, 학급 구성원들 간의 수용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쓰고 협력적인 작업과 연결시킴으로써 “다른 방식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내면의 것을 끌어내는 것”이다.

프레네 교육철학은 이처럼 생명에서 출발한다. 모든 생명존재는 탄생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생명체는 성장하고 성숙하여 자손을 번식하는 동안은 물론, 노쇠해 가는 동안에도 실제 어떤 상태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프레네가 인간-아동을 이해하기 위해 주목한 부분이 바로 이처럼 ‘진행중에(혹은 움직임중에)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예를 들어 진행중인 급류의 흐름이 막혔을 때, 그 급류는 역류하거나 물길을 벗어나 웅덩이가 되거나, 혹은 틈을 찾아 폭발적으로 넘치게 되어 있다. 인간을 그리고 아이들을 급류와 같은 움직임중에 있는 존재로 볼 때, 우리는 그 급류가 따라야 할 물길선(프레네는 이 선을 ‘생명선’이라고 불렀다)을 따라 잘 흐르는지, 그 흐름을 막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급류는 바다로 가는 운명을 실현하기 위해 흐르는 것이고, 그 속에는 그 운명을 실현할 수 있는 힘(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프레네교육에서 모든 교육행위는 이 힘을 상승시키는 것이 돼야 하고, 같은 맥락에서 교사의 구실은 이 힘을 고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자유글쓰기는 아이들 내면에 억압되어 있는 것, 즉 생명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꺼내게 함으로써 생명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프레네 교육철학을 현장에 구현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프레네교육이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 먼저 아이들에 대한 통합적 이해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교실을 새롭게 이해하게 해 준다. 모든 아이들을 움직이고 있는 존재로 이해할 때, 교실은 움직이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모인 곳, 자기의 운명을 실현하기 위해 사는 힘과 행동하는 힘을 발산하고 있는 존재들의 유기적 공동체로 이해된다.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이유가 여기로부터 나온다.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자기주도학습’은 한편으로는 개인능력주의를 가속화시키는 개인화의 또다른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프레네교육은 개인화가 아닌 ‘개별화’라는 방식과 ‘협력적 작업’이라는 방식을 결합시킨다. 개인의 리듬과 흥미의 존중에서 출발하지만, 협력적 작업조직을 통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개인화를 극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로 프레네교육은 혁신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공한다. 학교혁신, 수업혁신, 혁신교사, 혁신학교 등을 목표로 우리는 교육선진국들의 수많은 실천사례와 철학을 도입해 연구하면서 현장적용을 위한 모색을 계속한다. 프레네교육은 이 점에서 혁신을 위해 ‘도입해야 할 것’이 아닌 ‘제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잘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프레네식 용어로 ‘어딘가에서 흐름이 막혀 있다’는 의미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도입해서 쌓는 것이 아니라, 막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걸 알려준다.

프레네교육은 운동의 형태로 공교육을 개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한다. 프레네교육은 처음부터 공립학교 교사들의 실천을 통해 공교육 운동으로 전파됐다. 80여년간 지속되고 있는 교육운동의 역사를 통해 우리한테 특수한 환경에서 구현되는 특별한 교육이 아닌, 평범한 교사와 평범한 학생들이 주도하는 학급의 실천이 교육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교육정책을 바꾸면서 구체적인 개혁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한국에서 프레네교육은 특히 초등학교 교사를 중심으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실천되고 있지만, 중등교육 현장에서 꾸준히 연구하며 적용하고 있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프레네클럽(cafe.daum.net.freinetclub)은 2007년부터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배움의 공간’을 모토로 대안교육 및 공교육, 초등 및 중등의 모든 현장교사들과 함께 방학에는 실천연수를 조직하고 학기중에는 매월 사례발표 및 원서강독을 하는 등 프레네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협력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공립초등학교 교사들은 온라인 모임인 ‘프레네초등이야기’(cafe.naver.com/freinet)를 통해 다양한 테크닉과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이 온라인 모임은 초등교사들을 중심으로 시흥, 고양-일산, 의정부-양주 등의 지역별 오프라인 프레네 모임으로도 확산중이다.

김세희/프레네교육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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