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교 1학년생에 물어보니
‘사실상 폐지’ 고교선택제 실태 어떻기에…
비선호학교 교사 의욕잃고 학생은 전학 가려 안간힘
공부 잘하면 ‘지원 강화’…하위권학생은 ‘규율강화’
비선호학교 교사 의욕잃고 학생은 전학 가려 안간힘
공부 잘하면 ‘지원 강화’…하위권학생은 ‘규율강화’
2010학년도부터 실시된 서울지역 고교선택제로 학교 간 격차가 커지면서, 비선호 학교에 배정된 학생이 위장 전입을 통해 다른 지역 선호 학교로 옮기는 등 부작용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8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후기 일반고 학생 배정방법 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의 미공개 원본을 보면, 연구진이 고교선택제 실태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부작용 사례가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한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ㄱ군은 지난 2월 중순 이뤄진 2011학년도 고교 배정에서, 서울 전체 학교 가운데 2곳을 선택하는 1단계 지원에선 떨어지고 거주지 학군에서 2곳을 고르는 2단계에서 학교를 배정받았다. 과학중점학교여서 지원한 학교였는데, 한 학교당 2개인 과학중점학급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자 ㄱ군의 부모는 미리 준비해둔 ‘비장의 카드’를 쓰기로 했다. ㄱ군의 부모는 학교 배정 전인 1월에, 다른 학부모를 통해 소개받은 ‘브로커’의 집으로 주소지를 옮겨 놓은 터였다.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지 못할 것을 대비해 ‘보험용’으로 미리 위장 전입을 해놓은 것이다. 이 브로커는 자기 집으로 주소를 옮겨주는 대신 한 달에 20만원을 받았다. 실제 거주하는 것처럼 집을 꾸밀 경우에는 한 달에 10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작전’은 성공했다. 이사를 이유로 재배정을 신청해, 1단계에서 1순위로 지망한 학교에 배정됐다. ㄱ군의 어머니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동네 학교들의 성적이 대체로 나쁘지만 그나마 과학중점학교라서 지원했다”며 “그런데 과학중점학급에 못 들어가면서 그 학교에선 들러리만 설 것 같아, 대학 진학률도 높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잘 관리해주는 학교로 옮겼다”고 말했다.
실제 연구진이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 21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고교 선택 때 가장 많이 고려한 점으로 ‘명문대 진학 실적 및 학습 분위기’를, 학교를 선택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비선호 학교 배정’을 꼽았다.
학교 안에서의 차별도 심각했다. 학교들은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명문대 진학 실적과 학습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성적 상위권 학생은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하위권 학생에 대해선 규율을 강화했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 서울 종로구의 한 ‘비선호’ 고교는 상위권 학생들만 데리고 국외 연수 등 대외활동을 진행했다. 같은 구에 있는 다른 두 학교에서도 심화반 등 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비선호 학교들은 ‘학습 분위기가 좋지 않다’ 등 지역사회의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점을 초과한 학생들을 퇴학시키려 하는 등 하위권 학생에 대한 규율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담당한 서경원 교사(서울 상명대 부속여고)는 “고교선택제로 혜택을 받는 학교는 일부인 반면 대다수의 학교는 학력이 더 낮아지고 수업 분위기가 나빠져, 일반고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자살’ 해병대원, 선임들이 돈까지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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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비선호 학교들은 ‘학습 분위기가 좋지 않다’ 등 지역사회의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점을 초과한 학생들을 퇴학시키려 하는 등 하위권 학생에 대한 규율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담당한 서경원 교사(서울 상명대 부속여고)는 “고교선택제로 혜택을 받는 학교는 일부인 반면 대다수의 학교는 학력이 더 낮아지고 수업 분위기가 나빠져, 일반고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자살’ 해병대원, 선임들이 돈까지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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