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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성장통? 책 속 ‘나’를 만나보렴

등록 2011-08-22 10:23

구라짱
구라짱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이 선정한 성장소설
책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읽기가 즐거워야 하고,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추천하는 일은 조심스럽다. 자칫 책읽기의 즐거움이 반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찾아 읽기에는 독서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 학생들의 수준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동적이거나 강제적으로 책을 추천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교사들은 이런 문제의식을 품고 모임의 연구분과로 ‘권장도서연구모임’을 꾸렸다. 추천도서 목록은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청소년들의 상황과 수준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다. 얼마 전에는 성장소설 권장도서 목록을 냈다. 교사들이 선정한 성장소설 서평 가운데 몇 편을 추려 싣는다. 더 자세한 선정기준과 책정보 등은 학교도서관을 살리는 교사들(cafe.daum.net/libte/)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학교생활

<구라짱>
시공사/이명랑 지음

구라짱! 제목부터 재미있다. 책의 내용 또한 제목만큼 재미있고 감동까지 주는 참 괜찮은 청소년 소설이다.

문화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학과라는 곳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입시에 대한 저마다의 부담감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 고등학교 아이들은 놀토에 기숙사에 남아 있으려면 사유서를 반드시 써야 한다. 주인공 이빛나는 매번 사유서를 작성해 집에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유서에는 집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유가 아닌 자신이 찾고 싶은 가족과 엄마의 모습이 감춰져 있는 거짓말이 쓰여 있다. 이 거짓들로 인해 빛나는 매번 집에 가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이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실제와 거짓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빛나가 진실과 마주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준 한뜻, 잘난척으로 자신의 아픔을 숨기고 있는 잘난척,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장식용,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 왕밥통, 수업시간마다 백지를 내미는 백지선생님,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채 아이들을 돌보는 사감 할망구 등 다양한 아픔과 비밀을 가진 등장인물들 덕분에 이 소설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봄이/광명고등학교 사서교사


■ 가족


모스 가족의 용기 있는 선택
모스 가족의 용기 있는 선택
<모스 가족의 용기 있는 선택>
우리교육/엘렌 레빈 지음

이 소설은 1950년대 미국을 뒤흔든 매카시즘의 소용돌이 속에서 용기를 잃지 않았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우리와 사뭇 달라서, 처음에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소녀의 눈에 비친 가족, 이웃, 사회 공동체에 직면하는 순간, 손에서 쉽게 책을 놓지 못할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책이라고 믿고 싶지만,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와 양심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는 순간, 두려움과 편견에 사로잡힌 암울한 시대와 다시 직면하게 될 것임을 이 책은 분명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혀 세상과 사회에 대해 벽을 쌓고 살아가기 쉬운 우리 청소년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김대경/양재고등학교 국어교사

■ 사회 현실


이웃집에 생긴 일
이웃집에 생긴 일
<이웃집에 생긴 일>
사계절/빌리 페르만 지음

우리는 가끔 신문이나 뉴스에서 사회 현실 소식을 접할 때면 이웃집에 일어난 일, 즉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로 여기기 쉽다. 나의 이웃이 어떤 고통과 박해를 받는지 관심을 갖기보다는 가능한 한 나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그래서 읽다 보면 공포 이야기가 아닌데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주인공 가족은 소수민족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모범 가정이다. 그런데 동네에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모든 주민들이 이 집을 의심한다. 단지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로부터 고립당한 뒤에 오는 고통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고 그것이 점점 호흡을 압박해온다. 글을 읽고 나면 편견이라는 것이 어떻게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점점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유인숙/부천중학교 국어교사

■ 모험


보헤미아의 여름
보헤미아의 여름
<보헤미아의 여름>
창비/요제프 홀루프 지음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독일과 체코의 접경 보헤미아 지역을 배경으로 한 독일 소년 요제프와 체코 소년 이르시의 이야기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대부분의 작품이 독일인과 유대인의 만남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있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전쟁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관계를 조명한 것이 인상적이다. 요제프의 짓궂은 장난으로 이르시는 곤경에 빠지게 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단짝이 된 두 친구는 마을에서 떨어진 집시들의 숲으로 모험을 떠나 천국 같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곧 숲은 어른들로 인해 더럽혀지고, 보헤미아까지 히틀러의 진격 소식이 도달하게 된다. 이런 비극적인 사회적 현실과는 다르게 두 소년의 천진난만함을 통해 전쟁이라는 비극도 무겁지 않게 표현하면서 시대적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도록 한다. 보헤미아의 아름다운 자연과 생활 문화를 생생하게 묘사해 책을 읽는 내내 보헤미아의 숲을 거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이봄이/광명고등학교 사서교사

■ 성·사랑·우정


친구가 되기 5분 전
친구가 되기 5분 전
<친구가 되기 5분 전>
푸른숲/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이즈미 에미는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다. 그로 인해 다시금 주변의 친구들에게 눈을 돌리게 되면서 에미를 중심으로 마음의 상처가 하나씩은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학교보다는 병원을 밥 먹듯 들락날락해야만 하는 친구, 혼자가 아니고 싶기에 항상 주변 친구들에게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말로 관심을 얻고자 노력하는 친구, 자신은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비관하는 친구 등 그들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져 하나의 책을 완성했다. 학생들은 부모보다 선생님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낸다. 그 긴 시간 동안 관계가 항상 원만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이 역시 성장하는 과정이며 풀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일 것이다. 이른바 ‘어른’이라고 하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주변인과의 관계를 쉽게 풀 수만은 없다. 성장통을 겪는 주인공들의 내면세계를 통해 나 역시 격려와 위로를 받고 방향을 제시받고 있는 느낌이다. 나의 존재와 내 주변 사람들과의 진정한 관계, 이를 소중히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는 마음을 품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책이다.

윤소영/중앙고등학교 사서교사

■ 자아정체성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솔/얀네 텔러 지음

덴마크의 어느 중학교 1학년 교실, 여름방학이 끝난 직후 한 학생이 이렇게 외치고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 나는 그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아무것도 할 게 없는 거야. 난 그것을 막 깨달았어.” 그때부터 그 학급의 다른 아이들은 삶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버려진 목공소에 각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갖고 와서 ‘의미의 산’을 쌓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것이 성장기 청소년의 치기 어린 놀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그것은 슬픔과 공포, 나아가 혐오감까지 자아내면서 소설은 극단을 향한다. 정말 삶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작가는 무겁고 침울해 보이는 이 주제를 독자로 하여금 놀라움과 긴장감을 가지고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김대경/양재고등학교 국어교사


학교도서관에 비치하면 좋을 주제별 성장도서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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