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좋은 학교 박람회는 총 170개 우수학교 사례를 만나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2011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를 가다
170개교 나와, 고교 참여 두드러져
“좋은 학교요? 당연히 우리 학교죠!”
서울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고(이하 동대부속여고) 1학년 김정연(아래 사진 왼쪽)양이 학교 부스에서 홍보물을 나눠주며 자신 있게 말했다.
강원도 원주의료고가 마련한 부스는 스트레스 지수를 재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1학년 엄수인양은 흰 가운을 입고 의료기기를 조작했다. “저희 학교요? 주로 의료기기 관련한 곳으로 진출을 합니다.”
지난 9월22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에서는 학교를 홍보하러 나온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인천광역시교육청과 한국방송공사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시·도교육청과 교과부 심사 등을 거쳐 전국에서 선정된 170개의 좋은 학교를 우수사례로 소개했다. 한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입진로진학상담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스마트교육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진로적성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수학·과학체험교실 등의 각종 테마관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올해 박람회의 가장 큰 특징은 참가 학교 수가 150개에서 170개로 늘었고, 이 가운데 고교가 86곳이나 참여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행사장에는 다양해진 고교 유형을 살펴보고, 학교별 교육과정, 특장점 등을 질문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동대부속여고 예술중점학교 사례 소개해
“평범한 일반계 고등학교인데요. 1학년 중에 2반을 예술중점반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시나리오, 공연, 영상 등을 깊이 있게 공부하죠. 덕분에 학교가 발랄해졌어요.(웃음)” “예술고등학교인가요?”라는 한 학부모의 질문에 동대부속여고 김정연양이 이렇게 설명했다. 이 학교는 ‘예술중점학교’라는 이름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톡톡히 받았다. 학교는 교과부가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창의경영학교 지원사업을 통해 올해부터 예술중점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중·고교에서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분야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이 진로탐색을 해보도록 하는 방식이다. 60여명의 예술중점반 학생들은 연기와 연출, 시나리오 쓰기 등에 관심이 있어 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예술고등학교와는 구분이 된다. 윤계영 교사는 “예고에서 쟁이를 기른다고 하면 우리는 예술 분야에 대한 인문적 소양과 철학을 가르쳐준다”며 “국·영·수 등 일반 교과과정을 다 듣고 오후 시간에 전문 분야를 공부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전문 분야 수업은 매체와 문학, 촬영과 조명, 연기 등으로 이뤄진다. 교육과정에 자율성을 준 결과 긍정적인 변화도 나오고 있다. 윤 교사는 “무엇보다 고교 교육과정에 충실하면서도 예술계 공부도 원하는 학생들한테 좋다”고 했다. 흔히 이런 과정에는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이 올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과정을 진로탐색의 기회로 삼는 학생들도 많다. 김정연양은 “나는 진로 탐색을 하는 과정에 있는데 이 활동을 통해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진로를 그려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사실 촬영을 배워서 나중에 실생활에서도 쓸 수 있는 거니까요. 꼭 진로가 정해진 친구만 와야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고교 교육도 똑같이 받으면서 관심 있었던 분야를 구체적으로 체험해볼 기회를 학교에서 마련해주니까 좋죠.” 현장에서는 동대부속여고 외에도 영어중점학교, 과학중점학교 등의 창의경영학교 40여곳의 사례도 소개됐다.
마포고 융합교육과정 관람객 관심거리
“임진왜란 때 행주대첩에 쓰인 화차가 과연 신기전이 맞을까? 그런 질문에서부터 시작을 했어요. 저희가 연구한 바로는 변이중 화차가 더 적합하거든요. 그래서 그 화차를 복원해봤습니다.”
서울 마포고 3학년 박준규(위 사진 왼쪽)군의 설명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마포고는 동대부속여고처럼 창의경영학교 가운데 과학중점학교이지만 현장에서는 학교 차원에서 실시한 융합교육과정이 더 유명세를 떨쳤다. 관람객들은 선진국에서나 할 법한 ‘프로젝트 기반 융합교육’의 성과에 관심이 많았다. 자녀를 과학고로 보내고 싶다는 경기 일산 이미경씨는 “일반 고교에서도 이런 연구를 하는지 몰랐다”며 박군이 보여준 화차 모형을 유심히 살펴봤다.
융합교육과정이란, 어떤 주제를 놓고 인문계·자연계·예체능계를 넘나드는 인재들이 모여 프로젝트 방식으로 연구를 하는 것이다. 흔히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고 하면 과학 분야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김평원 교사는 “인문학과 커뮤니케이션 측면을 배제한 이공계만의 융합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인문계 학생들과 융합교육을 해보고 싶어서 2009년부터 지원자를 받아서 연구팀을 꾸려보고 있다”고 했다.
학생 30여명이 모여서 잡은 주제는 화차였다. “행주대첩 때 신기전이 쓰였을까?”라는 질문 뒤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오가면서 학생들은 관심 분야에 맞는 연구과제도 맡았다. 국어와 한문을 좋아하면 고문 해석을, 역사를 좋아하면 행주산성과 행주대첩 연구를, 미술을 잘하면 전투장면 그림 그리기 등을 맡았다. 연구가 공고해지는 과정에서 남은 학생은 9명이었다. 입시 준비와 병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융합교육과정 덕분에 끝까지 참여한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뜻을 공고히했다. 입학사정관제 준비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정치외교 분야로 진학을 꿈꾸는 박군은 한·중·일 동아시아 공학 콘퍼런스에 참가해 변이중 화차를 영어 프레젠테이션으로 소개하는 경험도 해봤다. “앞으로 국제변호사나 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거든요. 예를 들어, 독도분쟁에 대해서도 정말 정확한 사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근거와 이유를 대보고 싶어요.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우리 것을 제대로 연구해서 문제가 뭔지를 정확히 말할 수 있어야죠. 그런 제 꿈과 연관지어 정말 값진 연구를 해본 것 같습니다.” 신문방송학과 진학을 꿈꾸는 3학년 이윤상(옆 사진 오른쪽)군은 연구 결과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많은 친구들이 자기 진로를 못찾고 그냥 성적 맞춰서 진학을 하잖아요. 이번 경험을 통해서 대학생들만이 쓰는 논문에도 참여를 해보고, 제가 진학할 학과에서 주로 하는 다큐 제작 등의 체험도 해봐서 좋았어요.”
융합교육은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계에서도 주목하는 교육과정 가운데 하나다. 김 교사는 “보통 융합교육은 과학교과 중심으로 해왔는데 요즘 문과 융합도 붐이 이는 분위기”라며 “융합교육은 일반적으로 여러 학문을 합쳤다는 의미의 ‘통합’과 달리 각 학문을 정말 깊게 알고 다른 분야들과 손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동대부속여고와 마포고 등이 주목받은 것은 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의 학교 교육과정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관람객들이 아쉬움을 자아내는 대목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성취도평가 1위, 진학률 1위 등의 포스터를 내건 학교들도 적지 않았다. 부천에서 온 이지향씨는 “실적만 있지 대체 어떤 점이 다른 학교인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학교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주최 창의경영학교 국제포럼도 열려
9월23일 킨텍스 1층 1홀A 세미나실에서는 ‘창의적 학교경영을 위한 학교장 리더십’을 주제로 한 창의경영학교 국제포럼이 열렸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이 포럼에는 학교장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미국 스쿨 위다웃 월스는 도시 전체를 교실로 활용하고 기존 교육과정에 더해 경험적인 학습을 연계한 사례를 소개됐다. 또 가난하고 실업률 높은 지역의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를 2008년 상위 1% 학교로 바꾼 영국 로버트 클랙 고등학교와 슈퍼사이언스 고등학교 프로그램을 도입해 탐구활동 중심의 과학교육을 실시하고, 탐구과를 개설해 교사 연수를 추진하는 일본 호리카와 고교 등의 사례도 소개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구 포산고 김호경(위 사진) 교장이 기피 학교였던 포산고를 명문고로 키운 과정을 소개했다. 대구 근처의 오지로 꼽히는 달성군 현풍면에 자리한 이 학교는 한때 폐교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비선호 학교였지만 2011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에서는 2년 연속 합격생 내신성적 합격선이 1% 수준일 정도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드는 학교로 바뀌었다. 학교가 체질개선을 한 계기는 2007년 9월, 대구시교육청에서 교장 공모를 실시해 김호경 교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김 교장은 “부임한 뒤 리더십만큼 중요한 게 교사들의 헌신성이라는 생각으로 교사들의 의지를 끌어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김 교장 부임 뒤 학교는 많이 달라졌다. 마침 2008년도부터는 기숙형공립고로 지정되면서 기숙사 시스템으로 꾸려갔다. 덕분에 방과후에 학생들은 학원이 아닌 학교에서 다양한 공부와 체험활동 등을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협조도 이끌어냈다. 지역기관장, 교육청 담당자 등과 ‘학교발전협의회’를 만들어서 어려운 학교를 새롭게 바꾸는 데 동참하도록 했다.
김 교장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학생들의 학력과 함께 인성교육에도 균형추를 맞추는 것이다. 김 교장은 “더불어 살아가는 예절교육, 봉사활동교육부터 시작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봉사활동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면서 인성도 함양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도 싹트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특장점 가운데 하나가 기숙학교의 특성을 활용해서 지역 문화를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겁니다. 학교가 달성군에 있기 때문에 달성군의 유교문화 탐방 등을 하죠. 지역사회의 도움을 이끌어낸 것처럼 학생들한테는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의무감을 갖게 하는 겁니다. 기숙형고와 지역사회의 상호작용이죠.”
김 교장이 창의경영학교 국제포럼에 한국 대표 격으로 초청받은 것은 포산고가 지역밀착형 기숙형고의 벤치마킹 모델로서 학교장의 경영 능력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김 교장은 지난 8월31일로 임기를 마쳤지만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9월1일부터 다시 교장직을 맡고 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동대부속여고
“평범한 일반계 고등학교인데요. 1학년 중에 2반을 예술중점반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시나리오, 공연, 영상 등을 깊이 있게 공부하죠. 덕분에 학교가 발랄해졌어요.(웃음)” “예술고등학교인가요?”라는 한 학부모의 질문에 동대부속여고 김정연양이 이렇게 설명했다. 이 학교는 ‘예술중점학교’라는 이름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톡톡히 받았다. 학교는 교과부가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창의경영학교 지원사업을 통해 올해부터 예술중점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중·고교에서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분야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이 진로탐색을 해보도록 하는 방식이다. 60여명의 예술중점반 학생들은 연기와 연출, 시나리오 쓰기 등에 관심이 있어 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예술고등학교와는 구분이 된다. 윤계영 교사는 “예고에서 쟁이를 기른다고 하면 우리는 예술 분야에 대한 인문적 소양과 철학을 가르쳐준다”며 “국·영·수 등 일반 교과과정을 다 듣고 오후 시간에 전문 분야를 공부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전문 분야 수업은 매체와 문학, 촬영과 조명, 연기 등으로 이뤄진다. 교육과정에 자율성을 준 결과 긍정적인 변화도 나오고 있다. 윤 교사는 “무엇보다 고교 교육과정에 충실하면서도 예술계 공부도 원하는 학생들한테 좋다”고 했다. 흔히 이런 과정에는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이 올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과정을 진로탐색의 기회로 삼는 학생들도 많다. 김정연양은 “나는 진로 탐색을 하는 과정에 있는데 이 활동을 통해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진로를 그려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사실 촬영을 배워서 나중에 실생활에서도 쓸 수 있는 거니까요. 꼭 진로가 정해진 친구만 와야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고교 교육도 똑같이 받으면서 관심 있었던 분야를 구체적으로 체험해볼 기회를 학교에서 마련해주니까 좋죠.” 현장에서는 동대부속여고 외에도 영어중점학교, 과학중점학교 등의 창의경영학교 40여곳의 사례도 소개됐다.
마포고등학교
대구 포산고 김호경 교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