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학부모 통지문엔 ‘인조’ 누락
조기축구 회원 챙기기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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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은로초등학교에 정몽준(60) 한나라당 의원(서울동작을)이 나타났다. 구의원과 동작교육지원청 교육장 등 수십여명이 뒤를 따랐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이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설치 문제 때문이었다.
은로초는 지난해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을 위해 정부와 구청에서 5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주변 지역 재개발로 학교 재건축이 결정됐고, 학교는 인조잔디 조성을 보류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학교는 ‘보도블록 예산’처럼 5억원을 쓰지 않으면 결산 때 고스란히 되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감해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이 지역이 지역구인 정 의원이 예정도 없이 학교에 나타난 것이다.
정 의원은 학교 쪽에 “인조잔디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있던 동작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정 의원이 ‘예산 반납보다 인조잔디 운동장을 만드는 게 학교와 주민에게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은로초의 한 교사는 “정 의원이 교장에게 언성을 높여 이야기했고, 예산을 반납하면 앞으로 어떤 예산도 배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등의 말이 오갔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은로초에선 매일 새벽 조기축구회가 운동장을 쓴다.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인 정 의원에게 지역구의 ‘축구 마니아’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요한 지지세력이 될 수 있다. 정 의원이 다녀간 뒤 은로초의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 결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학교는 지난달 19일 학부모들에게 ‘운동장 잔디구장 조성을 위한 의견 수렴’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고, 20일에는 교직원들에게 ‘잔디’ 운동장 조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인조’라는 말은 쏙 빼고, 마치 천연잔디 운동장을 만드는 것처럼 하며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뒤늦게 인조잔디임을 안 일부 학부모와 교사가 “여름철에 (짧은 옷차림의) 학생들이 놀다 넘어지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은로초는 결국 내년 1학기 중에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최홍이 서울시 교육의원은 “전 여당 대표인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에 있는 학교에 찾아와 학생들 안전보다 외부 주민들 이해관계만 반영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로초 교감은 “전임 교장 등이 정 의원에게 먼저 예산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어, 정 의원이 ‘도와달라고 해놓고 만들지 않으면 예산은 어떻게 하냐’고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정 의원이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라, 지난해 지원된 예산으로 운동장을 뒤늦게 조성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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