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 삭제 위기…기독교단체들 “동성애 조장” 반발
ㄱ아무개(18)양은 지난 4월, 2009년에 이어 두번째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교사에게 “나 같은 성소수자도 있으니 알아달라”라고 커밍아웃을 한 뒤 쏟아지는 놀림과 폭언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교사는 수업시간에 “게이는 더럽다”, “정신병자다”고 쉽게 말하고, 학생들도 ㄱ양에게 “너 레즈비언이냐”며 비웃었다.
2006년 한국청소년개발원이 135명의 청소년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가 15살 이전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게되며 77.4%가 자살을 생각해봤고 51.4%가 동성애자란 이유로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보호를 위해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포함됐지만, 일부 기독교 보수단체들의 반발로 삭제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들은 ‘학생인권조례 철회하세요. 나라 망치는 일입니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학교 현장에서 동성애가 확산될까 염려됩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와 이메일을 매일 수십통씩 받는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기독교계는 성소수자 조항 등을 이유로 인권조례를 반대해왔으며, 일부 기독교 단체는 인터넷에 시의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반대 의견을 전할 것을 독려했다. 일부는 낙선운동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위원들은 “의견을 더 수렴해야 한다”며 미온적 자세를 보이거나, 차별 금지 대상을 나열한 해당 조항을 ‘어떤 이유로든 학생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검토중이다. 최보선 서울시 교육의원은 “조례는 필요하지만, 반발로 조례 통과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 성소수자 차별금지라는 구체적 표현보다 포괄적 표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경기도·광주의 학생인권조례에도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이 포함됐고, 서울 조례안에서 빠질 경우 삭제됐다는 이유로 더 큰 차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의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경기도·광주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된 조항이 서울에서만 빠지면 그 자체로 후퇴이고, 마치 성소수자는 차별해도 된다는 인식을 가져올 것”이라며 “시의원들은 보수단체의 반발 때문에 성소수자 학생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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