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실습생 ‘묻지마 파견’…저임금·장시간노동에 멍들어
특성화고 학생들의 성토
작은 실수에도 욕설 퍼붓고 “학교 보내겠다” 엄포까지
‘MB정부’ 들어 보호막 상실…검증되지 않은 곳에 취업도 “동갑이고, 똑같이 현장실습 중이었잖아요. 남 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김아무개(18)군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쓰러진 또래 학생의 소식을 듣고 든 생각이었다. “공장에 쇳가루가 날아다니는데, 그 소식을 듣고 나니 제 건강도 걱정됐어요.” 김군은 지난 9월부터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금형디자인 전공을 살려 경기도 의왕시의 금형틀 제조 공장에서 8시간 주·야간으로 일하고 있다. 시급은 4400원. 최저임금 4320원보다 80원 많다. 조금만 실수해도 욕설과 “학교로 돌려보내겠다”, “교장 연락처 내놔라” 등의 폭언이 쏟아진다. 견디다 못한 김군은 지난달 초 선생님에게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내년 3월이 돼야 개인취업이 가능해지니 조금 더 참아보라”고 말했다. 그저 견딜 수밖에 없었다. 김군은 “선생님들이 먼저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한 뒤 회사를 소개해줬으면 좋겠다”며 “나쁜 일자리는 학교에서 아예 지원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정부와 교육청에서 취업률을 높이라고 쪼고 있어 일단 학생들을 어디든 내보낼 수밖에 없는 ‘밀어내기식 취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의 닦달에, 현장실습에 대한 최소한의 지침도 없어 검증되지 않은 일자리에 학생들이 내몰리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폭언은 현장실습생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어려움이다. 23일 만난 광주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이아무개(17)군도 지난 7월 말부터 이달 22일까지 전주의 한 반도체공장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주·야간 근무를 했다. 오전 8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엿새 주간근무를 한 뒤 사흘을 쉬고, 다시 엿새 동안 저녁 8시30분부터 오전 8시30분까지 야간근무를 했다. 점심시간을 빼면 하루 11시간 근무. 근로기준법은 15살 이상 18살 미만인 경우 1일 근로시간 7시간, 1주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군의 근무시간은 법정 기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결국 일을 그만둔 이군은 “후배들에게는 야간근무가 없고 주 5일만 일하는 곳으로 알아보라고 꼭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기아차 광주공장 현장실습생의 사고를 비롯해 최근 현장실습 양상을 보고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05년에도 전남으로 현장실습을 나가 승강기 점검 작업을 하던 광주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이 추락해 숨지는 등 검증되지 않은 현장실습과 그에 따른 사고는 과거에도 많았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초부터 문제제기가 계속됐고 2006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만들었다. 현장실습 시기와 대상을 제한해 3학년 2학기 수업일수를 3분의 2 이상 마친 학생을, 아르바이트 형식이 아니라 취업이 전제된 경우에만 현장실습을 보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2007년 한 해만 적용되고, 2008년 이명박 정부의 4·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으로 ‘즉시 폐지’됐다. 현재는 사실상 학교 재량에 맡겨둔 상황으로, 취업률 압박이 결합되자 무분별한 현장실습 행태가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인호 인천여상 교사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이 계속되는 한 학생들은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현장실습의 문제점이 10년 전과 똑같이 드러난 상황에서,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처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MB정부’ 들어 보호막 상실…검증되지 않은 곳에 취업도 “동갑이고, 똑같이 현장실습 중이었잖아요. 남 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김아무개(18)군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쓰러진 또래 학생의 소식을 듣고 든 생각이었다. “공장에 쇳가루가 날아다니는데, 그 소식을 듣고 나니 제 건강도 걱정됐어요.” 김군은 지난 9월부터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금형디자인 전공을 살려 경기도 의왕시의 금형틀 제조 공장에서 8시간 주·야간으로 일하고 있다. 시급은 4400원. 최저임금 4320원보다 80원 많다. 조금만 실수해도 욕설과 “학교로 돌려보내겠다”, “교장 연락처 내놔라” 등의 폭언이 쏟아진다. 견디다 못한 김군은 지난달 초 선생님에게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내년 3월이 돼야 개인취업이 가능해지니 조금 더 참아보라”고 말했다. 그저 견딜 수밖에 없었다. 김군은 “선생님들이 먼저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한 뒤 회사를 소개해줬으면 좋겠다”며 “나쁜 일자리는 학교에서 아예 지원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정부와 교육청에서 취업률을 높이라고 쪼고 있어 일단 학생들을 어디든 내보낼 수밖에 없는 ‘밀어내기식 취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의 닦달에, 현장실습에 대한 최소한의 지침도 없어 검증되지 않은 일자리에 학생들이 내몰리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폭언은 현장실습생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어려움이다. 23일 만난 광주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이아무개(17)군도 지난 7월 말부터 이달 22일까지 전주의 한 반도체공장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주·야간 근무를 했다. 오전 8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엿새 주간근무를 한 뒤 사흘을 쉬고, 다시 엿새 동안 저녁 8시30분부터 오전 8시30분까지 야간근무를 했다. 점심시간을 빼면 하루 11시간 근무. 근로기준법은 15살 이상 18살 미만인 경우 1일 근로시간 7시간, 1주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군의 근무시간은 법정 기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결국 일을 그만둔 이군은 “후배들에게는 야간근무가 없고 주 5일만 일하는 곳으로 알아보라고 꼭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기아차 광주공장 현장실습생의 사고를 비롯해 최근 현장실습 양상을 보고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05년에도 전남으로 현장실습을 나가 승강기 점검 작업을 하던 광주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이 추락해 숨지는 등 검증되지 않은 현장실습과 그에 따른 사고는 과거에도 많았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초부터 문제제기가 계속됐고 2006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만들었다. 현장실습 시기와 대상을 제한해 3학년 2학기 수업일수를 3분의 2 이상 마친 학생을, 아르바이트 형식이 아니라 취업이 전제된 경우에만 현장실습을 보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2007년 한 해만 적용되고, 2008년 이명박 정부의 4·15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으로 ‘즉시 폐지’됐다. 현재는 사실상 학교 재량에 맡겨둔 상황으로, 취업률 압박이 결합되자 무분별한 현장실습 행태가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인호 인천여상 교사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이 계속되는 한 학생들은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현장실습의 문제점이 10년 전과 똑같이 드러난 상황에서,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처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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