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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마음만 있으면 된다? 아빠도, 자녀도 한 발짝!

등록 2012-01-02 11:14

아빠는 일로 바쁘고, 학생들은 학업으로 바쁘다. 소원해진 아빠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풀려면 서로에게 마음을 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부러 시간을 내고 대화 요소를 찾는 등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설 고민을 해야 한다. 사진은 수능시험장에 들어가는 자녀와 자녀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아빠의 모습이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아빠는 일로 바쁘고, 학생들은 학업으로 바쁘다. 소원해진 아빠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풀려면 서로에게 마음을 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부러 시간을 내고 대화 요소를 찾는 등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설 고민을 해야 한다. 사진은 수능시험장에 들어가는 자녀와 자녀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아빠의 모습이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아빠와 자녀의 불편한 관계 회복하기
대화시간 없어 불편해진 관계
아빠-딸 사이 갈등사례 많아
아버지회 통해 소통로 찾기도
우리나라에서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필수요소라고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빠는 자녀 그리고 가족들과 점점 멀어지고 어색해지기 일쑤다.

요즘 청소년들은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빠와의 관계는 얼마나 어색할까? <아하!한겨레> 6기 학생수습기자가 ‘가깝지만 먼’ 아빠와 자녀 사이의 고민을 들어봤다.

“학교생활은 좀 어떠니? 공부는 잘되니?”

“아빠는 나한테 물어볼 게 그것밖에 없어요? 딴거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항상 공부, 공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많은 학생들이 아빠와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단답형으로 끝나는 일이 많다. 싸움이 벌어져도 해결할 시간이 없다. 아빠는 일로 바쁘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 치여 바쁘다.

청소년들은 얼굴을 자주 보는 엄마보다 얼굴을 자주 보기 힘든 아빠와 갈등을 겪는 일이 많다. 서울 목일중 윤선영 상담교사는 “상담실에 찾아오는 학생들을 보면 엄마보다는 아빠와의 갈등 사례가 더 많다”며 “아빠와의 갈등이 가정문제의 70%를 차지한다”고 했다.

갈등은 ‘대화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일이 많다. 전북여고 2학년 한소진양은 “엄마와는 달리 아빠와는 대화가 부족하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아빠와는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학교 일정에 맞춰 지내다 보면 아침밥을 먹을 때만 간신히 볼 정도죠. 별 대화 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서로 할 말도 못하게 되고, 어쩌다가 말을 해도 어색해서 모진 말들을 해버리곤 합니다. 그게 아빠한테는 상처로 남을 거예요. 근데 또 그 상처를 풀 시간도 나질 않으니까 서로 멀어지는 거죠.”

아빠도 툭 내뱉는 자녀의 차가운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다. 서울의 ㄱ중학교 아버지회 회장 최아무개씨는 “말을 툭툭 내뱉을 때, 내 얘기를 집중해서 듣지 않고 ‘알았어요, 알았어…’라고 귀찮다는 투로 대답할 때 맥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대화 단절과 어색한 관계로 이어지는 갈등 스토리는 ‘아빠와 아들’ 관계에서보다 ‘아빠와 딸’ 관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윤선영 상담교사는 “남학생은 엄마, 여학생은 아빠와 갈등을 겪는 일이 많다”며 “특히 아빠가 무뚝뚝한 성격인데다가 갈등이 심해졌을 경우에는 폭언, 폭력으로까지 이어져서 아빠를 싫어하는 여학생들도 많다”고 했다.

아들보다 딸이 아빠와 더 어색한 이유는 의사소통법이 다른 탓이기도 하다. 서울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이윤조 상담팀장은 “특히 여학생들이 아빠와 갈등을 많이 겪는 이유는 대화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학생들은 주로 소소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화를 풀어나가죠. 하지만 아버지와는 소소한 이야기 중심의 대화가 어렵습니다. 아빠는 ‘학교 다녀왔니?’라는 식의 업무형 질문에 익숙하거든요.”

아들과 딸을 막론하고 아빠의 서툰 대화법 자체가 자녀와의 갈등을 빚을 때도 있다. 많은 부모들이 마음과는 달리 자녀의 성적이나 태도의 문제를 대놓고 지적하는 ‘실수’를 범한다. 전북 줄포중 박소현양은 “아빠한테 듣기 싫은 말은 당연히 잔소리”라며 “‘공부해라’, ‘동생 반만 닮아라’ 가끔 그런 말들을 툭 던질 때 정말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이윤조 상담팀장은 “주로 학습, 비행 등을 주제로 하는 대화가 시작될 때 갈등이 생긴다”고 했다. “아빠는 이런 얘기를 할 때 늘 문제해결 중심이고, 때로는 권위주의적이고 지시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요즘 아버지들한테 필요한 건 아이들 입장에서 필요한 대화를 습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빠와 자녀가 말한다 “이런 거 좋아요” “이런 거 싫어요”
아빠와 자녀가 말한다 “이런 거 좋아요” “이런 거 싫어요”

서로한테 상처주지 않는 대화법은 아빠와 자녀 쌍방이 모두 공부해야 할 영역이다. 목일중 윤선영 상담교사는 “자녀도 마음의 문을 닫지 말고 먼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여학생들의 경우 먼저 웃으면서 애교 섞인 말을 해드리면 좋고, 주말을 이용해 요리, 차 등을 대접하는 등 대화할 분위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남학생들은 운동 등 아빠와 함께 즐길 만한 취미를 만들면 좋죠. 그리고 아들이나 딸이나 아빠한테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이 칭찬, 존경이 담긴 말을 자주 하면 좋습니다. 반대로 아버지는 ‘많이 힘들지?’라는 말처럼 자녀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말도 있다. 윤 교사는 “아빠한테는 대드는 말을 하거나 반항하는 태도는 안 보이는 게 좋고, 아빠는 자녀와 다른 학생을 비교하는 말은 안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걔는 이런데, 넌 왜 그러니?’와 같은 말을 많이 하시잖아요. 이렇게 비교하는 말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의 기술’만큼 중요한 건 상대에게 한 발짝 다가서려는 의지다. 소통의 고리를 아주 일상적인 데서 찾는 부모들도 많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김은성씨는 스스로 “딸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딸과 소통하기 위해서 구성애씨의 ‘아우성’ 누리집에 가서 사춘기 여학생들의 생활관과 대화 방법 등을 자주 본다”고 했다. 전북 부안 백산고등학교 이용범 교사도 비슷한 방법으로 아이들 문화에 한 발짝 다가서려고 노력한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그콘서트> 등을 자주 보거나 아이들이 쓰는 용어에 익숙해지면서 아이들 정서를 이해하려고 한다”고 했다.

자녀의 학교에서 아버지회 활동을 하면서 자녀와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부모도 많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이상훈(45)씨는 “아들이 다니는 보인중학교 아버지회 활동을 통해 아들과 대화하고 서로 운동, 게임 등을 하면서 몸으로 부대끼는 법을 배운다”고 했다. 수원시에 사는 이주철씨는 수원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하는 행복한 아버지학교에 참여했다. 4주 동안 교육을 받고 아버지로서의 영향력을 찾고, 자녀·부부간의 예절과 배려를 배워나가는 프로그램이다. 이씨는 “초등학생 아들이 둘인데 특별히 사이가 안 좋다기보다는 직장생활의 비중이 크다 보니 대화가 부족하고, 스킨십이 부족해 아이들과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어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아이한테 비싼 걸 사주는 게 다가 아니라 부모가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게 제일 필요한 것 같습니다.”

최근 자생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육아나 교육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아버지들도 늘고 있다. 6살, 2살 딸을 둔 직장인 유용찬(39)씨는 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육아 관련 정보를 접하고, 다른 아빠들과의 교류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5살 딸을 둔 직장인 신장원(36)씨도 카페를 통해 육아 관련 정보를 습득한다. 신씨는 “처음에는 카페 활동에 관심이 없었는데 다른 아빠들이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까 경쟁심도 생겨서 요즘에는 열심히 활동한다”고 했다. “자녀와 아빠 사이에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필수입니다. 요즘 가정들은 예전의 가부장적 질서에서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죠. 권위적인 아버지보다는 자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버지가 돼야죠. 퇴근한 뒤 아이들과 3시간 정도 대화 나누는 시간을 일부러라도 만들고 있습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말로는 잘 안 된다? 때론 아버지의 마음을 글로 담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북여고 2학년 국아무개양은 “초등학교 때 아빠가 아버지학교 과정을 수료하면서 주셨던 글을 보면 지금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쯤에 아빠께서 아버지학교 과정을 수료하셨어요. 그때 자녀가 자랑스러운 20가지 이유를 적어서 자녀에게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죠. 그때 아빠가 저한테 주신 종이를 코팅해놓았거든요. 지금도 제 방 책상 아래 붙여뒀어요. 사춘기 때 아빠랑 많이 다투고 난 뒤에도 책상에 앉아서 그 종이에 적힌 것들을 읽고 있으면 눈물이 났어요. ‘아빠가 날 많이 사랑하시는구나’, ‘날 정말 많이 생각하시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시대가 달라졌지만 자녀와의 소통고리는 아주 사소한 데 숨어 있다. 전북 줄포중 2학년 문지원양은 “아빠와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아빠가 먼저 말을 걸어주신다”며 “평소 마트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아빠가 기분을 풀어주려고 마트를 데려가 주실 때 좋다”고 했다. “아빠가 무뚝뚝해서 칭찬을 잘 안 해주세요. 그래서 실망할 때도 있지만 제가 어떤 옷을 입으면 ‘잘 어울린다’, ‘예쁘다’고 해주시는데 그때 제일 기분이 좋아요. 아빠한테 표현을 많이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표현을 잘 안 하셔서 헷갈릴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거든요.”

<아하!한겨레> 6기 학생수습기자 김영주(목일중) 문지수(백산고), 박성연(전북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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