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선사고 학생들이 지난해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내가 꿈꾸는 학교’를 주제로 교가 노랫말을 직접 만들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선사고 제공
[토요판] 오늘
서울 선사고의 민주주의 실험
학생·부모·교사 머리맞대
두발·복장 자율화에 합의
흡연·폭력 등 ‘8조’는 엄금
“책임감·존중 절로 배워요”
서울 선사고의 민주주의 실험
학생·부모·교사 머리맞대
두발·복장 자율화에 합의
흡연·폭력 등 ‘8조’는 엄금
“책임감·존중 절로 배워요”
지난해 4월 서울 강동구 선사고에서는 교사·학부모·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3주체 공동체 생활협약’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선사고는 지난해 3월 개교하면서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이 학교 교사·학부모·학생들은 공청회에 앞서 각 주체별로 ‘자신들이 해야 하는 것’과 ‘다른 주체들에게 요구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여 주체별 협약 사항을 만들었다. 이날 공청회는 교사·학부모·학생 3주체가 마련한 협약 사항을 놓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가장 큰 쟁점은 두발, 화장, 귀피어싱 허용 여부였다. 두발 완전 자유화(염색·파마 허용)의 경우 학생의 41%, 교사의 70%가 찬성했지만, 학부모는 7%만 찬성했다. 이에 교사·학부모·학생들은 공청회가 끝난 뒤 몇 차례 토론을 거쳐 ‘두발·화장·피어싱은 개성의 표현을 존중하되 공동체에 지나친 위화감을 줄 경우는 ‘3주체 공동체 생활협약 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데 합의했다.
이처럼 선사고에서는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전부터 인권조례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학교 민주주의’가 실현돼 왔다. 인권조례는 학교 규정을 학생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민주적으로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휴대전화 사용, 복장, 소지품 검사 등의 문제에 대해 교사가 일방적으로 규율을 정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도록 한 것이다.
이 학교의 ‘공동체 생활협약’은 교사와 학교가 일방적으로 정한 수직적이고 타율적인 규정이 아니라, 교육 3주체 모두가 참여해 서로 지키기로 합의한 공동의 규약이다. 학생들은 두발·화장 등의 자유를 누리면서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하고, 학생 서로 간에 욕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킬 의무도 가진다. 교사들은 공동체 생활협약에서 ‘혼낼 때는 단호하고 따끔하게 한다’고 약속했지만 체벌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이유 없이 학생 소지품 검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흡연, 학교폭력, 수업시간 휴대전화 사용,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대한 불응, 성폭력, 절도, 무단결석, 시험 부정행위 등 ‘공동체 저해 행위에 관한 규정’(일명 8조법금)을 어길 때엔 엄격하게 대응한다. 흡연의 경우 4차례 적발되면 퇴학 처분을 받는다.
이 학교 1학년 권택현(17)군은 “우리가 참여해 만든 생활협약이기에 꼭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며 “선생님들이 중학교 때처럼 억누르지 않고 존중해주니, 우리도 선생님들과 더 가까워지고 그만큼 더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대선 교사도 “생활협약으로 학생과 교사가 지켜야 할 선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잘못된 행동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 있어 학생·교사 간의 실랑이가 줄었다”며 “이제는 체벌 같은 엄벌주의가 아니라, 참여와 자율을 통해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규칙을 지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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