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이 달라지면서 예비 중1, 고1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사진은 한 중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모습이다. 윤운식 <한겨레21> 기자 yws@hani.co.kr
예비 1학년이 알아둘 것은?
곧 새 학년, 새 학기 시작이다. 예비 중1, 예비 고1은 3월이 유독 부담스럽다. 학교 급이 달라지면서 모든 환경이 바뀌기 때문이다. 손위 형제가 없는 학생들은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하다.
많은 학생들이 선행학습에 몰두하지만 학원식 예습보다 중요한 게 있다. 교사, 학습전문가, 그리고 예비 1학년을 보낸 선배들의 조언을 모아봤다.
■ 중학교 1년
수업시간 늘고, 선생님도 다양해
교사들 “교과서 한 번씩 읽고 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수업시간부터 다르다. 중학교 수업시간은 초등학교보다 5분 늘어난 45분이다. 매 시간 다른 교사가 수업을 한다. 담임교사 품에서만 지내던 학생들은 교사 얼굴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피곤하다. 이럴 땐 하루를 준비할 ‘워밍업 시간’이 필요하다. 보인중 변중희 교사는 “학교마다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방법들이 다른데 학교에서 정해둔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등교해서 책을 보거나 그날 할 것들을 정리해두는 습관을 이때부터 길러두면 좋다”고 했다. 남학생들의 경우, 쉬는 시간에 마냥 뛰어노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중학교에 오는 일이 많다. 쉬는 시간이 무조건 노는 시간이 아니라 다음 수업을 위한 준비 시간이라는 점을 인식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입학 전 2월에 붙들고 있어야 할 것은 문제집이 아니라 교과서다. 무리한 선행학습과 문제풀이는 수업에 대한 흥미만 떨어뜨린다. 이 시기에는 앞으로 공부할 교과서 내용을 한번 훑어본다는 느낌으로 읽어보면 좋다.
교과서는 가능하면 소리내 읽는 게 좋다. 변 교사는 “이 시기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주의집중력 중에서도 청각집중력이 떨어진다”며 “자신의 목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또박또박 읽으면서 집중력 훈련을 해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 자녀를 대하는 부모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한다. 중학교 때는 ‘지능형 거짓말’에 눈뜨는 아이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학원 가기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던 아이가 이제는 엄마 휴대전화를 이용해 “우리 아이가 오늘 학원에 못 간다”는 문자를 보내놓는다. 잘못을 했을 때 무조건 몰아치기 식으로 질문을 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건 좋지 않다. 학습법 전문가 이지은씨는 “‘네가 그렇게 머리를 써가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뭐였을까?’라고 근본적으로 마음을 건드려주는 질문을 하는 게 좋다”며 “이런 질문을 통해 아이는 자기 심리를 본질적으로 들여다본다”고 했다. 이때부터 자녀한테 일정 부분의 권한을 주는 태도도 필요하다. 초등학교 때까지 학원이나 문제집 선택 등에 부모가 개입을 했다면 중학교 1학년부터는 이런 선택을 아이 스스로 하게 두는 것도 좋다. 이 시기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싶어한다. 자연스럽게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도 커진다. 부모는 ‘거 봐라. 엄마가 이 학원 가라고 해서 간 건데 이렇게 성적이 안 나왔다’고 엄마 탓을 할 때 속상하다. 적절한 정도 선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기회를 주면 스스로 야무지게 자기 공부도 할 수 있다. ■ 고등학교 1년 교육청 누리집서 모의평가 만나봐
비문학 등 독해력 뼈대 잡아둬야 45분 수업은 고교에 와서 50분으로 는다. “겨우 5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늘어난 수업시간 5분은 부담스럽다. 하나고 2년 오재호군은 “1학년 때 늘어난 5분이 50년처럼 길게 느껴졌다”며 “이럴 때 자꾸 시계를 보게 되는데 시간이 안 갈 때는 일부러 시계를 보지 않는 습관을 들였다”고 했다. 고교에 오면 등교시간은 더 빨라진다. 평균 등교시간은 아침 7시30분이다. 가능하면 2월부터 이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훈련을 해두면 좋다. 고교에 올라가면 본격적인 수능레이스 시작이다. 급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다.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자기 수준부터 알아두는 게 좋다. 많은 학생들이 “2월이나 3월에 교육청 누리집에 올라온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어보라”고 권한다. 3월 모의고사 기출문제는 어렵지 않다. 중학교 3학년 때 배운 내용을 수능형으로 바꾼 것이다. 혹 점수가 잘 안 나왔다고 좌절하거나 수능형 학원부터 찾을 필요는 없다.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이게 바로 수능형이구나’라고 감을 잡고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설계하면 된다”고 했다. 예비 고1일 때 선행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올해 서강대에 입학하는 최유빈양은 “다른 영역에서 선행은 필요 없고, 언어영역 가운데 비문학 분야는 미리 점검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 오재호군은 “나는 평소 사회과학도서를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이 분야 책들을 많이 읽어뒀는데 그러지 않은 친구들은 고교에 와서 비문학 지문 독해를 무척 힘들어한다”고 했다. 독해를 잘하려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2학년 때 손을 대려고 하면 시간이 부족하다.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고교에 와서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게 다양한 자료를 얼마나 정확하게, 빨리 읽어내느냐는 것”이라며 “거기다 언어영역의 70%가 비문학이기 때문에 고교 1학년 때 비문학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주제를 뽑아내고, 글을 요약하고, 어휘를 찾는 공부를 해둬야 한다”고 했다. 대학 입시정책은 해마다 바뀌지만 바뀌지 않는 게 있다. 해가 갈수록 입시에서 진로선택의 중요성은 점점 더 강조된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고교 1학년 초반에 진로탐색을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최유빈양은 “고교 1학년 때 <지식채널이(e)>를 보다가 언론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때부터 고교생 때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고, <아하! 경제>, <아하! 한겨레>, <밥매거진> 등의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게 진학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1학년 때 학교 선배 등을 멘토로 사귀고, 앞으로의 학교생활이나 대학 진학에 대한 정보를 얻어두는 것도 좋다. 예비 중고생 모두에게 당장 필요한 조언은 “달라진 환경에 맞춰 생활패턴을 바꾸라”는 것이다. 겨울방학을 보내는 많은 학생들의 몸과 마음이 학원 스케줄에 맞춰져 있다. 환경이 완전히 바뀌는 3월부터 모드 전환을 하기란 어렵다. 오재호군은 “나는 아침잠이 많아서 그런지 일찍 등교하고, 1교시 때 졸지 않고 수업을 듣는 게 참 힘들었다”며 “한 달 남은 이 시기에 기상, 취침 시간부터 맞춰두면 좋겠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교사들 “교과서 한 번씩 읽고 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수업시간부터 다르다. 중학교 수업시간은 초등학교보다 5분 늘어난 45분이다. 매 시간 다른 교사가 수업을 한다. 담임교사 품에서만 지내던 학생들은 교사 얼굴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피곤하다. 이럴 땐 하루를 준비할 ‘워밍업 시간’이 필요하다. 보인중 변중희 교사는 “학교마다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방법들이 다른데 학교에서 정해둔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등교해서 책을 보거나 그날 할 것들을 정리해두는 습관을 이때부터 길러두면 좋다”고 했다. 남학생들의 경우, 쉬는 시간에 마냥 뛰어노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중학교에 오는 일이 많다. 쉬는 시간이 무조건 노는 시간이 아니라 다음 수업을 위한 준비 시간이라는 점을 인식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입학 전 2월에 붙들고 있어야 할 것은 문제집이 아니라 교과서다. 무리한 선행학습과 문제풀이는 수업에 대한 흥미만 떨어뜨린다. 이 시기에는 앞으로 공부할 교과서 내용을 한번 훑어본다는 느낌으로 읽어보면 좋다.
교과서는 가능하면 소리내 읽는 게 좋다. 변 교사는 “이 시기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주의집중력 중에서도 청각집중력이 떨어진다”며 “자신의 목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또박또박 읽으면서 집중력 훈련을 해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 자녀를 대하는 부모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한다. 중학교 때는 ‘지능형 거짓말’에 눈뜨는 아이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학원 가기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던 아이가 이제는 엄마 휴대전화를 이용해 “우리 아이가 오늘 학원에 못 간다”는 문자를 보내놓는다. 잘못을 했을 때 무조건 몰아치기 식으로 질문을 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건 좋지 않다. 학습법 전문가 이지은씨는 “‘네가 그렇게 머리를 써가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뭐였을까?’라고 근본적으로 마음을 건드려주는 질문을 하는 게 좋다”며 “이런 질문을 통해 아이는 자기 심리를 본질적으로 들여다본다”고 했다. 이때부터 자녀한테 일정 부분의 권한을 주는 태도도 필요하다. 초등학교 때까지 학원이나 문제집 선택 등에 부모가 개입을 했다면 중학교 1학년부터는 이런 선택을 아이 스스로 하게 두는 것도 좋다. 이 시기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싶어한다. 자연스럽게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도 커진다. 부모는 ‘거 봐라. 엄마가 이 학원 가라고 해서 간 건데 이렇게 성적이 안 나왔다’고 엄마 탓을 할 때 속상하다. 적절한 정도 선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기회를 주면 스스로 야무지게 자기 공부도 할 수 있다. ■ 고등학교 1년 교육청 누리집서 모의평가 만나봐
비문학 등 독해력 뼈대 잡아둬야 45분 수업은 고교에 와서 50분으로 는다. “겨우 5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늘어난 수업시간 5분은 부담스럽다. 하나고 2년 오재호군은 “1학년 때 늘어난 5분이 50년처럼 길게 느껴졌다”며 “이럴 때 자꾸 시계를 보게 되는데 시간이 안 갈 때는 일부러 시계를 보지 않는 습관을 들였다”고 했다. 고교에 오면 등교시간은 더 빨라진다. 평균 등교시간은 아침 7시30분이다. 가능하면 2월부터 이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훈련을 해두면 좋다. 고교에 올라가면 본격적인 수능레이스 시작이다. 급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다.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자기 수준부터 알아두는 게 좋다. 많은 학생들이 “2월이나 3월에 교육청 누리집에 올라온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어보라”고 권한다. 3월 모의고사 기출문제는 어렵지 않다. 중학교 3학년 때 배운 내용을 수능형으로 바꾼 것이다. 혹 점수가 잘 안 나왔다고 좌절하거나 수능형 학원부터 찾을 필요는 없다.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이게 바로 수능형이구나’라고 감을 잡고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설계하면 된다”고 했다. 예비 고1일 때 선행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올해 서강대에 입학하는 최유빈양은 “다른 영역에서 선행은 필요 없고, 언어영역 가운데 비문학 분야는 미리 점검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 오재호군은 “나는 평소 사회과학도서를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이 분야 책들을 많이 읽어뒀는데 그러지 않은 친구들은 고교에 와서 비문학 지문 독해를 무척 힘들어한다”고 했다. 독해를 잘하려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2학년 때 손을 대려고 하면 시간이 부족하다.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고교에 와서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게 다양한 자료를 얼마나 정확하게, 빨리 읽어내느냐는 것”이라며 “거기다 언어영역의 70%가 비문학이기 때문에 고교 1학년 때 비문학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주제를 뽑아내고, 글을 요약하고, 어휘를 찾는 공부를 해둬야 한다”고 했다. 대학 입시정책은 해마다 바뀌지만 바뀌지 않는 게 있다. 해가 갈수록 입시에서 진로선택의 중요성은 점점 더 강조된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고교 1학년 초반에 진로탐색을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최유빈양은 “고교 1학년 때 <지식채널이(e)>를 보다가 언론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때부터 고교생 때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고, <아하! 경제>, <아하! 한겨레>, <밥매거진> 등의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게 진학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1학년 때 학교 선배 등을 멘토로 사귀고, 앞으로의 학교생활이나 대학 진학에 대한 정보를 얻어두는 것도 좋다. 예비 중고생 모두에게 당장 필요한 조언은 “달라진 환경에 맞춰 생활패턴을 바꾸라”는 것이다. 겨울방학을 보내는 많은 학생들의 몸과 마음이 학원 스케줄에 맞춰져 있다. 환경이 완전히 바뀌는 3월부터 모드 전환을 하기란 어렵다. 오재호군은 “나는 아침잠이 많아서 그런지 일찍 등교하고, 1교시 때 졸지 않고 수업을 듣는 게 참 힘들었다”며 “한 달 남은 이 시기에 기상, 취침 시간부터 맞춰두면 좋겠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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