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방과후학교 디베이트 수업 장면. 한겨레통합교육원 제공
한겨레 방과후학교 현장 리포트-서울 신목중 디베이트
“인터넷 실명제 실시 이후, 악플은 1.7% 감소한 반면, 인터넷 댓글은 67%나 줄었습니다. 이는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악플 감소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아야 합니다. 1.7%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닙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된다면 연예인 사생활 침해는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연예인은 공인입니다. 사생활 노출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 위해 연예인이 된 것이지 사생활을 노출시키려고 연예인이 된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21일, 서울 신목중학교 3학년 13반 교실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설전이 펼쳐졌다. 시간은 오후 4시가 훌쩍 넘어섰다. 학교의 정규 수업은 모두 끝나지만, 방과후학교 디베이트 수업은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날은 한겨레 디베이트 1권이 끝나는 마지막 날이다.
사실 이날 수업이 시작부터 활기차고 열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1권 마지막 수업이라는 걸 빌미로 학생들은 “마지막인데 설마 오늘도 토론하나요?”, “피자 사주시면 정말 열심히 할게요”라는 얼토당토않은 요구사항을 내걸기 시작했다. 피자, 그 하나에 아이들이 얼마나 열광하는지는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충실해야 하는 당연한 사항을 가지고 ‘거래’를 요구하는 건 부당한 일이다.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는 순간, 아이들의 입은 한 뼘이나 나오고, 나는 바로 ‘쪼잔한 선생’으로 낙인찍혔지만, ‘너희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 사랑이 거짓이 아님’을 속으로 항변하며, 바로 수업을 진행했다.
오늘 우리의 디베이트 주제는 ‘인터넷 실명제, 폐지해야 한다’이다. 인터넷 실명제란 무엇이고, 이 법의 제정 배경을 간단하게 설명한 뒤, 바로 팀을 나누었다. 가위바위보나 출석부 차례로 팀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일 열띤 공방전을 펼치는 것은 역시 성 대결. 이종민, 이형석, 박민석, 손형권, 조현준 등 5명의 남학생과 김혜린, 정소욱, 이소정, 조예원 등 4명의 여학생이 한 팀이 되었다. 이어 가위바위보를 이긴 여학생 팀이 반대를 선택해, 남학생 팀이 자동으로 찬성을 맡게 되었다. 두 팀은 바로 팀별 토의에 들어갔다.
팀별 토의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정해야 한다. 첫째는 디베이트 역할 분담. 누가 입론, 반론, 요약, 마지막 초점을 맡을 것인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기 팀의 입론과 이에 대한 상대방의 예상 반론, 그리고 상대방 입론에 대한 우리 팀의 예상 반론에 대한 계획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
토론에 앞서 동전 던지기를 해 순서를 정했다. 동전 앞면이 나와 ‘인터넷 실명제 폐지’ 찬성 팀이 먼저 발표를 시작했다. 찬성 팀 입론을 맡은 손형권 학생은 설문조사 결과 인터넷 실명제 폐지 찬성이 52%로 반수가 넘었고, 개인정보 유출이 쉬워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사생활 침해가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그 일례로 네이트닷컴, 싸이월드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들었다. 또한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시대에 부적합하며, 실명제 이후 악플은 1.7% 준 반면 전체 댓글은 67%나 줄어 실효성은 없고 커뮤니케이션의 위축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 실명제 폐지’ 반대 팀의 정소욱 학생이 입론을 펼쳤다. 우선 악플러들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하는 등 괴로움을 당하고, 특히 연예인의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무수한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사기 사건들이 점점 늘고 있는바, 이러한 사기범을 검거하기 위해서라도 인터넷 실명제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찬성 팀 반론자 이종민 학생은, 타인 비방으로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이 늘고 있다고 했지만, 인터넷 실명제로 인한 악플 감소는 겨우 1.7%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연예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사생활 침해는, 연예인이란 직업상 일정부분 감수해야 하며 이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근거로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인터넷 사기 사건을 해결하려는 수단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상대의 주장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로 인터넷 사기 사건이 더 늘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반대 팀 반론자 이소정 학생은, 실명제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이 52%라는 주장에 대해 반대자 48%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며,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어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 그것은 정보 관리 차원에서 더 철저한 관리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기에 실명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론했다. 또한 악플이 1.7%밖에 줄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큰 효과이며, 이를 바탕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후 박민석, 김혜린 학생이 입론과 교차질의, 반론의 내용을 종합해 자기 팀의 입장을 요약했다. 이어 참가자 전원 교차질의에 이르자 분위기는 더욱 치열해졌다. 반대 팀이 ‘악플로 인한 폐해 대책’을 묻자, 찬성 팀은 ‘인터넷 실명제가 있어도 악플 근절 효과는 미비하며, 또한 악플을 다는 것도 자유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대 팀은 ‘악플은 자유가 아닌 범법행위이며 대표적으로 연예인들이 그 피해자’라고 맞대응했다. 그리고 ‘연예인이 공인이라 하더라도 사생활 침해나 허위사실까지 참으려고 연예인이 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마지막 초점에서는 찬성 팀 이형석 학생이 교차질의에서 논리적으로 상대팀을 압박한 자신의 팀이 승리하였음을 주장하였고, 반대 팀 조예원 학생은 상대팀이 요약을 하는 도중 발표자가 다른 사람의 메모를 읽는 등 헤맨 반면, 자신의 팀은 입론과 반론을 종합해 논리정연하게 요약을 하였으므로 자기 팀의 승리를 주장했다. “디베이트, 말하기보다 듣기가 중요하다”
8주 프로그램 중 마지막 시간이라 그런지 디베이트가 무척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첫 시간에 입론 2분을 채우지 못해 30초 입론 뒤 교가, ‘곰 세 마리’ 등 동요를 부르며 남은 시간을 채우던 것에 비해 양 팀 모두 3분 가까이 입론과 반론을 펼친 것이 무척 고무적이다. 또한 제법 막힘없이 이어지는 양 팀의 공방을 보며, 첫 주의 교차질의 시간에 한마디도 입을 떼지 못하고 서로 먼저 질문하라고 순서를 양보(?)하고, 상대의 발언이 끝나기를 무던히도 기다려주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8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디베이트 형식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아이들을 보며 지도 강사로서 보람을 느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상대방의 입론을 바탕으로 반론을 펼치는 것이 기본임에도 상대방의 쟁점을 하나씩 놓친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거론한 쟁점을 반론하지 않는 것은 그를 인정한다는 것이므로, 실제 디베이트 대회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결국 상대방의 입론 때 좀더 주의 깊게, 끝까지 경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베이트의 기본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악플 1.7%가 준 것을 결코 적은 수치라 할 수 없다’와 같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주장들에 대해 순발력 있는 공격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경청 부족으로 지적될 수 있다.
노미진 한겨레통합교육원 전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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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박민석, 김혜린 학생이 입론과 교차질의, 반론의 내용을 종합해 자기 팀의 입장을 요약했다. 이어 참가자 전원 교차질의에 이르자 분위기는 더욱 치열해졌다. 반대 팀이 ‘악플로 인한 폐해 대책’을 묻자, 찬성 팀은 ‘인터넷 실명제가 있어도 악플 근절 효과는 미비하며, 또한 악플을 다는 것도 자유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대 팀은 ‘악플은 자유가 아닌 범법행위이며 대표적으로 연예인들이 그 피해자’라고 맞대응했다. 그리고 ‘연예인이 공인이라 하더라도 사생활 침해나 허위사실까지 참으려고 연예인이 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마지막 초점에서는 찬성 팀 이형석 학생이 교차질의에서 논리적으로 상대팀을 압박한 자신의 팀이 승리하였음을 주장하였고, 반대 팀 조예원 학생은 상대팀이 요약을 하는 도중 발표자가 다른 사람의 메모를 읽는 등 헤맨 반면, 자신의 팀은 입론과 반론을 종합해 논리정연하게 요약을 하였으므로 자기 팀의 승리를 주장했다. “디베이트, 말하기보다 듣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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