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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경희대 설립자 조영식 박사를 보내며
나무 가꾸듯 ‘평화의 정원’ 일군 스승

등록 2012-02-20 19:51

가신이의 발자취

“교정이 참 아름답네요.” 경희대 회기동 캠퍼스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느끼고 가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꽃과 나무와 바위들이 사계를 연출한다. 특히 가을날 단풍나무들이 천지간의 가장 화려한 색깔들로 치장하고 나타날 때, 보는 사람은 남도 시인의 탄성 같은 것을 터뜨린다. “워매, 환장허것네!”

오래전 이 캠퍼스를 둘러본 린위탕(林語堂)의 말이 있다. “이건 창조적 천재의 작품이야.”

나는 이 교정의 배후 설계자, 그 ‘창조적 천재’가 누구인지 안다. 그는 캠퍼스 구석구석 무슨 나무를 심고 꽃과 바위와 돌들은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를 섬세하게 배려하고 설계했다. 어느 것도 함부로 내던져져 있지 않다. 다들 나무를 심을 수 없다고 하는 곳에도 그는 손수 드릴로 바위에 구멍을 내어 은행나무를 심었다.

스쳐가는 방문자들은 외관의 아름다움만 보고 가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설계자를 아는 이들은 그를 움직인 정신의 순수한 내적 아름다움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크게 세가지를 심고 키우고자 한 사람이다. 그는 나무 키우듯 사람을 키운 사람, 선구적 아이디어들을 심고 키운 사람, 교정을 설계하고 가꾸듯 세계를 아름답고 평화로운 문명의 정원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사람이다. 대학 설립 10년도 안 돼서 그는 국내 제일의 장학제도를 만들어 전국의 가난한 재능들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를 열어주었다. ‘문화’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50년대 초 그는 ‘문화세계의 창조’를 대학 교시로 내세웠고 ‘민주화’라는 것이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던 시기에 학원과 사상과 생활의 ‘민주화’ 아이디어를 대학에 도입했다. 시민교육과 세계시민 양성이라는 것도 일찌감치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다. 평화로운 세계의 추구는 평생 그를 지배한 열정·꿈·목표였다.

시대를 앞서 간 이 비저너리, 연구와 교육과 실천의 결합을 주창했던 교육자, 사회운동가, 평화운동의 열정적 실천자, 그가 미원 조영식(사진) 선생이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

나무를 키우는 사람은 나무에 화내는 일 없이 무한히 기다린다. 그 인품과 인내를 어디서 또 만날 것인가. 생전에 그를 도운 일이 별로 없는, 돕기는커녕 종종 못되게 굴었던 한 제자가 그의 영전에 부끄러운 얼굴을 감추고 이 추모의 글을 쓴다.

도정일/경희대 명예교수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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