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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남자는 이래야지, 여자는 저래야지가 문제”

등록 2012-03-12 12:10

지난해 진행했던 ‘반성폭력 청소년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성범죄 기사를 보고 토론하며 글을 쓰고 있다.  김영란 소장 제공
지난해 진행했던 ‘반성폭력 청소년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성범죄 기사를 보고 토론하며 글을 쓰고 있다. 김영란 소장 제공
나무여성인권상담소 김영란 소장 인터뷰
기존 매체 속 성차별 요소 찾아 토론
성고정관념으로 인한 차별 없도록 해야
지하철에 바지를 입고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여자의 사진. 아이들에게 댓글을 달아보라고 하자 “민망해”, “뭐하자는 거예요~” “×팔려”라는 말이 쏟아진다. 하지만 “왜?”라고 묻자 “그냥, 여자니까, 당연히 안 되죠”라는 답변뿐. “남자는 이래야지, 여자는 이래야지”에서 문제가 시작된다는 김영란(사진) 소장. 1998년도부터 아우성상담소에서 청소년 성교육과 성폭력 피해자 상담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양성평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김 소장에게 양성평등교육이 왜 필요한지 들어봤다.

-양성평등교육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양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생겨나는 많은 성역할이나 성 고정관념들로 인해 실제 자신의 역량이나 잠재능력이 충분히 발휘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성폭력이나 성매매 등도 양성평등의식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이성 간의 존중을 위해 양성평등은 반드시 필요하다.”

-수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성교육 시간을 이용해 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반성폭력 청소년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청소년들이 성차별적이거나 왜곡된 성폭력 보도를 찾아서 글을 쓰고 발표대회를 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폭행 기사에서 어두운 밤길에 노출 심한 여자를 보고 성적 욕망이 일었다는 가해자의 말만 짧게 보도해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생겨날 수 있다. 학생들은 기사 이면에 있는 것들을 생각해 토론하고 비판한다.”

-이런 수업이 학생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청소년들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성에 관련된 정보를 제일 많이 얻기 때문에 그 정보를 제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올해는 ‘성평등 청소년 옴부즈맨’으로 확대해 기사 외에도 광고, 드라마까지 넓혔다. 전형적인 몸의 정형화를 보여주는 성적 코드의 광고들, 잘못된 성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드라마 등을 다시 들여다보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비판 댓글을 다는 프로그램이다.”

-양성평등교육이 성교육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부 중복되는 부분이 있기에 완전히 다른 건 아니다. 성의식 안에는 성별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남녀간 성을 다루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양성평등이 초점을 두는 부분은 남녀간 신체적 차이로 차별이 되는 지점이다. 서로가 다른 점을 인정하지 않고 성 고정관념 때문에 나타나는 맥락들을 살펴보고 아이들이 차별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차별하는 건 나쁘다고 하면서도 자라면서 학교나 가정에서 ‘남자,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성 고정관념이 만들어졌다. 살아가면서 잘못된 것을 고치고, 자기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야 한다.”

-직접 학생들을 만나보니 어떤지, 학교에서의 남녀차별 중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느 한 보고서에 학교 또는 선생님이 아이들의 성평등의식에 큰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 있다. 이야기를 해보면 남자애들이 이다음에 커서 가정을 꾸려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생 역시 밖에 나가서 돈을 버는 건 아빠가 하는 것이고 엄마는 집에서 살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체육시간도 남학생 위주로 이뤄지고 여학생들은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으며 주로 손으로 하는 활동을 한다. 이런 생각이나 행동이 자연스레 몸에 배어 있는 게 문제다.”

-앞으로 양성평등의식을 키우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양성평등교육을 10년간 해오면서 많이 바뀌긴 했다. 대놓고 드러나는 차별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일상에서 직접 얘기하기는 뭐한, 불편한 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예민한 부분을 찾아서 강의하려고 한다. 성평등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교육이다. 감수성이 더 높아질수록 사소한 상황에서도 차별하지 않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렇게 양성평등의식을 높이면서 법이나 제도적으로 바꿔나가는 게 필요하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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