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학교폭력 대책 불구
교원 모자라 ‘보직만 담임’
교사간 업무 분담도 모호
교원 모자라 ‘보직만 담임’
교사간 업무 분담도 모호
“복수담임제라면 한 반 학생을 절반으로 나눠서 돌볼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경기도 고양시 ㅅ중학교의 ㄱ 교사는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반 학생수는 37명이다. 수업과 행정업무를 병행하면서 홀로 37명의 마음 상태와 친구 관계의 문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6일 학교폭력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학생과 담임의 접촉 빈도를 높이겠다며 ‘복수담임제’ 시행계획을 밝혔지만, ㄱ 교사의 반에는 업무 관련 보직을 맡고 있는 부장교사가 ‘담임 B’로 배치됐다. 이 학교 교사 32명 가운데 담임교사 20명을 빼면 12명이 모두 부장교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처다. ㄱ 교사는 “부장교사는 안 그래도 행정업무가 많기 때문에 학급 관련 행정업무 일부만 떼어주고, 37명을 돌보는 일은 그대로 홀로 맡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학교폭력종합대책의 핵심 정책으로 내놓은 복수담임제가 일선 학교에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채 삐걱대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 교사와 학생의 교감을 높이는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미봉책만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력신장부장을 맡고 있는 ㅇ 교사 역시 새 학기부터 시행된 복수담임제에 따라 ‘담임 B’를 맡았다. 이 학교에는 2학년에 9개 학급이 있는데, 9개 학급의 ‘담임 B’는 모두 부장교사가 맡았다. 원로교사와 임신·육아 등으로 담임을 맡기 어려운 교사, 교장과 교감을 빼면 부장교사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학력신장부장은 학기 초에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진단한 뒤 1년 동안 성적 관리를 하는 업무를 맡는다”며 “그 밖에도 학교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독서와 토론, 논술 교육을 진행하는 업무를 맡는데 담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2일로 새 학기 들어 셋째 주가 됐지만, 반 학생들에겐 지나가다가 “나도 담임”이라고 한번 말을 건넨 게 접촉의 전부라고 그는 털어놨다.
기간제 교사를 복수담임으로 배치한 학교도 있었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중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ㅅ 교사는 이번에 복수담임제가 시행되면서, 육아휴직을 간 교사 대신 6개월 계약직으로 채용된 기간제 교사를 ‘담임 B’로 배정받았다. 담임교사와 보직교사를 빼면, 수업만 하는 교사는 기간제 교사밖에 없다. 그는 “담임 B를 맡은 기간제 교사는 2학년 수업은 맡지 않는 분이기 때문에 종례 때 10분 동안 내 옆에 서서 뻘쭘하게 인사하는 시간이 학생들과 접촉하는 시간의 전부”라며 “6개월 뒤 그만두는 분에게 학부모 상담을 맡기기도 어렵고, 이달 말에 가정방문을 갈 예정인데 이 역시 같이 가자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담임 두 명 사이에 업무 분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인천시 계양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는 교과부 예시안 가운데 기본 담임 외에 생활지도 전담 담임을 두는 방안을 채택했는데, 전체적인 학급 관리와 생활지도 관련 업무가 무 자르듯 확실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어서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며 “게다가 학생 관련 업무를 쪼개놓다 보니 학생과 교사가 만나는 시간만 줄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은 복수담임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후속 조처를 교과부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복수담임제의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충실한 학생지도를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 증원, 업무 경감 등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김민경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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