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하트미디어: 자신의 가슴과 타인의 하트(Heart-가슴)를 연결시키는 미디어
청소년과 스마트미디어의 관계
“철이 없다면, 철이 없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멈춰버릴지도 모릅니다.” 어느 티브이광고에 나오는 문구다. 이 문구는 비록 철은 무겁고 차갑지만 그 철로 이루어진 세상은 결코 무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도리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이전 미디어라 하면 다루기 복잡하거나 까다로운 원리가 적용된 차가운 느낌의 전자제품으로 대표되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이미지로 인식했다. 하지만 요즘 새롭게 등장한 스마트미디어는 기존 미디어의 이미지를 뛰어넘는다.
우리는 스마트미디어를 통해 초행길에서 길찾기 애플리케이션과 전자지도로 목적지를 찾거나 추운 겨울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따뜻한 집에서 버스 도착시간을 미리 알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미디어는 이런 일상의 편리함을 넘어서는 다른 것을 가지고 있다.
연락이 끊어져 만날 수 없던 친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시 만나거나, 연결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웠던 유명인이나 연예인과 친구신청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일상에서의 내 감정을 표현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의견을 알 수 있는 소통의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미디어가 자연스러운 청소년
이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스마트미디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때문이다. 그래서 스마트미디어는 기존 “논리, 이성, 매뉴얼”로 대표되는 차가운 이미지보다는 “직관, 감성, 노하우” 등의 좀더 쉽고 말랑말랑한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이런 스마트미디어를 좀더 논리적으로 정의한다면 “스마트미디어는 소통의 도구로서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없는 융복합 콘텐츠를 제공하는 똑똑한 매체”(‘스마트미디어 표준화 종합지원 계획’ 중에서,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2011)라 할 수 있다.
이런 스마트미디어를 교사가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에도 청소년 문화는 피시를 이용한 인터넷과 그와 관련된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었다. 또 이런 사회 변화를 먼저 읽고 받아들인 분야가 경제계다. 기업은 자신의 제품마케팅 대상을 30~40대 장년층에서 10~20대 청소년층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이들이 관심 갖고 있는 것들을 통해 사회 변화가 주도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피시의 사양이 점점 고성능화되고, 인터넷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온라인 게임이 청소년들과 떼어낼 수 없는 문화로 자리잡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이런 미디어문화를 바탕으로 한 시대에 태어난 청소년들은 어떤 세대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 청소년에게 스마트미디어는 자연스럽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마치 30~40대에게 냉장고와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지금 스마트미디어의 청소년에 대한 자연스러움을 얘기하는 게 스마트미디어가 자연스러운 것이니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하는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기존의 미디어에 대한 입장, 즉 미디어에 대한 단절이나 금지가 미디어보다 먼저 등장한 세대들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스마트미디어가 존재한 후 등장한 세대에게는 적합하지 않기에 기존 접근방식과 전혀 다른 지점에서 시작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스마트미디어에 대한 인식과 입장은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청소년들에게 스마트미디어가 자연스럽다는 인식은 그들의 문제로만 한정될 수 없다. 스마트미디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생산세대의 특징 등을 고려해야 한다. 미디어에 대해 이해가 필요한 데에는 크게 3가지 목적이 있다.
먼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 캐나다 출신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메시지를 보고 듣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를 이해하는 것은 시대를 이해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두 번째는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청소년들이 그들의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기 위해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분으로 간주해
좀더 구체적으로 지금의 스마트미디어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스마트미디어가 청소년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성세대도 휴대폰과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예전 청소년들은 휴대폰으로 친구들과 쉴 새 없이 얘기를 나누었다면, 요즘은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거나 설치한 앱으로 무료문자나 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를 한다. 이것은 단지 의사소통 방법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은 마치 안경처럼 신체의 일부분으로 간주된다.
이 차이점에서 오는 기성세대와 청소년들의 인식차이는 갈등으로 드러난다. 기성세대는 스마트폰과 일반 휴대폰의 차이점을 가격이나 성능의 차이로 구분해 두 가지 모두 ‘전화로서의 기능이 얼마나 충실한가?’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휴대폰과 스마트폰을 전화기로서의 기능으로만 보는 기성세대와 달리 청소년들에게 전화기로서의 기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전화 기능은 스마트폰의 많은 기능 중 하나일 뿐이며, 다른 미디어로 전화 기능을 이미 대체하고, 전화 기능이 없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이들과 의사소통하고 있다. 이런 기능에 대한 인식차이는 두 번째 변화와 연결된다.
두 번째 변화는 청소년 놀이문화로서의 미디어가 인터넷 미디어인 피시에서 스마트미디어인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 피시에서 즐기던 게임은 이제는 스마트기기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을 훨씬 적게 받으며 즐길 수 있게 됐다.
아직 스마트기기의 가격은 피시와 비교하여 비싸고 그래픽 능력도 떨어지고 성능도 낮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가격은 하락하고 스마트기기에서도 피시와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그래픽과 성능을 보이게 될 것이다. 실제 게임업체에는 개발비가 많이 드는 피시 온라인 게임보다는 스마트기기 게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 번째, 청소년들의 소비생활 패턴이 스마트기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스마트기기를 구동시키기 위한 앱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구매를 해야 한다. 이런 앱은 소액인 경우가 많아 청소년들이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고 결제하게 된다. 또 스마트기기에 탑재되어 있는 소액결제 기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소비하거나 휴대폰 요금과 합산되는 결제기능을 이용한다. 이런 스마트기기의 결제기능은 청소년폭력이나 범죄와 연결되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하기도 한다. 또 스마트기기의 성능과 가격차이로 인해 정보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된다.
네 번째는 청소년들의 만남이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점점 확장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피시를 통해 접속한 온라인카페나 블로그와는 달리 이동성이 보장된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소셜미디어로 청소년들만의 공간은 점점 확장되어 가고 있다. 이런 확장을 통해 청소년은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공동체와 인적 접촉을 경험하게 된다.
교사들은 휴먼미디어의 역할 해야
스마트미디어를 바탕으로 한 청소년문화는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청소년 자신들의 의사를 좀더 자유롭게 표현하여 자발성과 창의성을 높여 줄 수 있다는 밝은 면과 함께 청소년들이 스마트미디어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빠져 기기 자체에 집중해 생기는 사회성의 결여, 스마트폰과 스마트 게임 중독, 스마트기기 음란물 노출, 무분별한 소비 등의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사회성 결여의 결과로 나타나는 인간성 상실이다.
그럼 이런 스마트미디어를 통한 인간성 상실이라는 어두운 면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점은 기성세대들이 스마트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스마트미디어 활용 방법을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스마트미디어의 본질은 따뜻함과 감성이다. 또한 미디어를 창조한 인간은 감성을 지닌 존재이며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다. 결국, 청소년에게 아날로그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 위한 고리가 미디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미디어의 존재 목적은 미디어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함으로써 미디어가 인간을 반영한 따뜻한 감성임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마트미디어를 ‘슴하트미디어’라고 부른다. 즉 미디어는 “자신의 가슴과 타인의 하트(Heart: 가슴)를 연결시키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슴하트미디어”라는 의미다. 또 인간이 만든 미디어 중 가장 뛰어난 미디어는 휴먼 미디어인 사람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특히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미디어는 교사다. 스마트미디어와 소셜미디어는 교사와 학생 간의 풍부하고 행복한 수업을 위한 보조미디어다. 슴하트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배움을 통해 사람과 사람, 가슴과 가슴(하트)을 연결시켜 삶을 차가운 경쟁의 장소가 아닌 배려와 협력의 공간으로 만들고 따뜻한 슴하트미디어, 슴하트 러닝을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교육은 단지 지금 시대의 청소년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미디어는 사람을 통해 만들어지는 휴먼 미디어다. 학교현장에서 청소년들을 접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통하는 데 자신이 중요한 구실을 하는 휴먼 미디어임을 상기해야 한다.
김주동 깨미동 중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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