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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연극처럼 친구사이에도 액션과 리액션은 필수”

등록 2012-04-02 11:54

아이들이 연극수업 시간에 ‘상상의 장소에서 조각상이 되어 표현해보기’(왼쪽)와 전래동화로 연극 만들기(오른쪽)를 하고 있다. 서은주 교사 제공
아이들이 연극수업 시간에 ‘상상의 장소에서 조각상이 되어 표현해보기’(왼쪽)와 전래동화로 연극 만들기(오른쪽)를 하고 있다. 서은주 교사 제공
연극예술강사 서은주씨 인터뷰
종이 한 장이 감정표출의 통로
문화예술의 힘은 ‘소통과 공감’
“동그란 아이, 세모난 아이, 네모진 아이 다들 제각각인데 무조건 깎고 다듬어서 하나의 모양으로 만들려고 하는 게 문제다. 넌 참 동그랗다, 넌 정말 세모난 아이야라고 인정해줘야 한다”는 서은주(사진) 교사. 대학 시절 연극영화과를 다니다 교직 이수를 하며 아이들과 만나게 됐다는 그는 현재 서울문화재단의 연극예술강사이자 문화예술교육학교 더 베프의 전속교사로 활동하며 초중고 아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다.

요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기본적인 소통이 안 되고 서로 이해를 못해서인 것 같다. 아이 자체가 나빠서라기보다 상대의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해서다. 영어교육에 입시까지 스트레스는 갈수록 더 심해지는데 그걸 풀 곳이 없어서 누구를 때리면서 해소하는 것도 그 원인이라고 본다.”

교과 수업 시간에 연극을 가르치는데, 가능한가?

“연극은 철저하게 액션과 리액션으로 서로 반응하는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이야기하기 전 상대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국어시간에 교과서에 실린 희곡 박완서의 ‘옥상의 민들레꽃’이란 작품을 가지고 아이들과 직접 주인공의 방을 만든다. 그리고 그 상황을 떠올리며 그의 마음을 공감해 본다. 자신이 주인공을 연기하려면 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어찌 보면 인물의 상황을 객관화시켜 보는 역할극 심리치료와도 비슷한 맥락이다. 연극은 도덕이나 사회 교과서에도 상황이나 지문에 따른 즉흥극을 통해 얼마든지 연계가 가능하다.”

연극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마음놀이 훈련으로 ‘친해지기-나를 표현하기-함께 표현하기’ 3단계로 진행된다. 이것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연극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 그걸 가능하게 한다. 아이들은 1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도 서로의 감정을 잘 모른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다면?

“하얀 종이 한장을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는 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속에 담아두었던 감정을 다양하게 표출해냈다. 종이로 ‘ㅋㅋ’ 문자를 만들어 즐거움을 내비치거나 종이 한가운데 큰 구멍을 내서 공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날개 모양을 오려서 자신이 현재 답답하고 날아오르고 싶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나=영어점수’라고 평가받는 아이들이 종이라는 통로를 통해 저마다의 감정을 쏟아내며 한결 홀가분해했다. 하지만 종이를 심하게 구기고 너덜너덜하게 만들어서 지금 자신의 상태라고 말한 아이를 볼 때는 가슴이 아팠다.”

많은 문화예술교육 중 연극만의 특징이 있다면?

“음악이나 미술도 협주나 공동 작업을 할 수 있지만 혼자 하는 작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연극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다. 연출, 배우, 무대 설치 등 한 작품을 위해서는 모둠활동이 필수적이며 전체적인 흐름이 중요하다.”

수업 도중 아이들이 갈등을 빚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지?

“내 앞이라 왕따까지는 아닌데, ‘은따’(은근히 따돌림받는 아이) 같은 학생은 가끔 보인다. 그럴 때는 모둠활동을 삶에 빗대 이야기한다. 항상 마음에 맞는 사람하고만 지낼 수는 없다고. 그리고 한명이라도 역할을 안 주면 발표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는다. 싫으나 좋으나 이걸 함께 완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너와 나의 목표가 같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 출발점이 같다는 공감대를 통해 아이들이 부대끼면서도 함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어울리게 된다.”

솔직히 모든 학생이 모둠활동을 좋아하고 따르지는 않을 텐데?

“실제 그런 경우가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수업 때 주의력결핍 증상에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었는데, 모두 그 아이 옆에 앉기 싫어하고 연극에서도 말을 못 알아듣는다며 역할을 안 주려 했다. 그래서 연극을 통해 동그라미 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반 전체를 하나의 원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모두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처음에 꺼리다가 나중엔 결국 손을 잡더라. 그 이후로 아이들은 연극 때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다니는 그 아이에게 파란 천을 두르게 해서 ‘바람’ 역할을 시켜줬다. 연극 자체의 퀄리티는 높지 않지만 아이들에게는 함께하고 서로 반응해주는 과정이 중요하다.”

학교 정규과정이 아니라 아쉬운 점은 없는지?

“현재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지원한 학교나 동아리 활동 등으로 따로 요청한 학교에 한해서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들이 예술교육이 생소해서 그 힘을 몰라주는 게 아쉽다. 가끔 참관하시는 분 중에 “애들 교과서 진도 나가야 하는데, 애들 잡아야지, 나대게 내버려둔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무조건 아이들은 얌전하게 집중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아이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둠활동으로 연극을 하는데 어떻게 책상에 앉아서 차분히 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화예술교육이 희망이자 구세주가 아니다. 다툼으로 인해 발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고, 이기적인 아이들이 많아서 실패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배우는 게 분명 있다. 자기들이 스스로 갈등을 조정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 같이 함께 살아야 하는데 그걸 포기하니까 자살이나 왕따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문화예술의 힘은 ‘소통과 공감’에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친구들과의 차이를 이해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이 공교육 내에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더 자주 이뤄져야 한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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