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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논술은 글쓰기 잘하는 학생만 하는 거 아닌가요?”

등록 2012-04-02 17:05

수원영덕고등학교 통합논술교과서 수업 모습.
수원영덕고등학교 통합논술교과서 수업 모습.
한겨레방과후학교 현장 리포트-수원영덕고등학교 통합논술교과서
잘못된 선입관 깨지자 창의력 갖춘 논술 술술 써내
요즘 학생들은 바쁘다. 책을 읽을 시간도 없다. 정답만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 속에서 논술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수업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불안감을 가진다.

“나는 처음에 막 입에서 논리적인 말과 체계적인 얘기가 나오는 사람들이 신청한 반이 논술반이라고 생각했어요.”(김예지양)

“논술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과연 이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만 가득했어요.”(이주윤양)

한겨레의 통합논술교과서 수업은 학생들의 그런 걱정과 불안은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둔다. 주제를 통합해 다면적으로 접근하고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학생들은 동영상을 통해 주제를 익히고 모둠별 토의와 발표, 토론으로 사고를 심화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사고를 논리적으로 전개하게 된다.

“생각과는 달리 주제를 가볍게 다루며 수업을 해서 어렵게만 생각했던 논술에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설재은양)

“처음 논술을 할 때는 글쓰기도 잘 못하고 생각도 틀에 박힌 것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기, 토론하기 등을 하면서 생각이 점점 유연해졌어요.”(이준우군)

“처음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논술이라는 장벽을 허물고 친해진 것 같아 만족합니다.”(이창훈군)

논술이라는 장벽이 허물어지다

첫 주제인 ‘역사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간단히 역할극을 했다. 전봉준과 그 지지세력, 세금을 탈취한 고부군수와 그 지지세력, 그리고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객들의 세 부류로 구성하여 짤막한 대사와 함께 그들의 입장에서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기를 하였다. 역할극을 마친 뒤 각자의 관점에서 동학운동 사건을 기사처럼 적어보았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각자 처한 입장과 환경에 따라 역사가 얼마나 다르게 기술될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하였다.

통합논술 수업의 백미는 토론 수업이다. 토론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토론 발표가 얼마나 떨리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토론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토론을 잘하려면 잘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 들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 논리 전개가 잘되었는지 오류는 없는지 분석하고 반론을 펼칠 수 있다. 팀끼리 대결하므로 협동도 중요하다. 자기가 좀 잘한다고 혼자 나서서는 결코 상대팀을 이길 수 없다. 토론에서는 각자에게 역할이 주어진다. 팀을 위해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영덕고 학생들은 처음에 입론을 발표하면서 2분을 채우지 못했다. 주장에 대한 논리적 근거도 빈약했지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제대로 다 말하지 못했다. 교차질의 시간에는 서로 얌전하게 묻고 대답하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발표력을 높이기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입론 발표만 연습할 때도 있었고 즉석에서 돌아가면서 반론을 펼치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문화의 다양성을 주제로 한 ‘개고기, 식용으로 허용해야 하나’ 하는 주제로 벌어진 토론에서는 그간의 어설픔을 떨치고 맹렬한 토론을 벌였다. 여학생을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이 개고기를 먹어 보았고 개인적으로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토론에서는 개가 애완동물인지 반려동물인지 개념 정립에서부터 팽팽하게 맞서며 자신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토론 벌이며 논리에 익숙해져

기본적으로 토론은 쟁점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 모두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찬성하는 이유와 반대하는 이유에 관해 최소한 세 가지 이상씩 주장과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토론에서 찬성과 반대를 공히 다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의 입장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쪽 입장을 다 준비하면 실제 토론이 시작되고 반론으로 넘어갈 때 아주 유리해진다. 상대방이 입론으로 발표할 내용을 먼저 준비해 보았기 때문에 반론의 내용도 더 잘 준비할 수 있다.

처음 수업을 하고 학생들에게 논술문을 작성하게 하면 글 한 줄 한 줄을 힘들게 써낸다. 긴 시간을 들여 글을 쓰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열 명의 학생이 글을 쓴다면 열 명의 글이 놀랍게도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역사왜곡 문제에 대한 개인과 정부의 대응방안을 기술하라’는 논제에 대하여 글쓰기를 시켜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정한 테두리 속에 갇혀 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

‘반크 같은 시민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외국인 친구와 인터넷으로 정보를 교환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역사왜곡을 전세계에 알린다.’

‘정부는 역사학자를 후원해주어야 한다.’

‘학교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강력한 외교활동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천편일률적 답안

이태훈  한겨레통합교육원 전문교수
이태훈 한겨레통합교육원 전문교수
뉴스에서 얼핏 들어본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논술 수업을 하면서 이제 막 생각을 하기 시작한 수준의 글들이다. 그나마도 안 되는 학생들은 선생님이 약간 흘려준 내용들을 가지고 얼기설기 엮어서 글을 쓴다. 사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내고 빈 원고지를 까맣게 채워 나간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때가 더 많다. 우리네 교육이 지금까지 정답만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그 폐해는 논술 수업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학생들은 논술 문제 앞에서도 정답을 찾으려고 한다. 정답을 찾아야 하는 시험이라면 모험을 택하지 않는 안전한 답안들이다. 학생들의 글이 비슷하다고 소개해주면 신기해하면서도 내심 안도를 한다. 다른 친구들과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업 참여도가 높아지고 생각하는 틀이 기존의 벽을 허물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글쓰기도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하는 주제로 넘어가자 생각의 넓이와 깊이가 다양해지면서 더욱 성숙한 글들을 쓰기 시작한다. ‘규칙이나 제도도 인간의 이익 때문에 생기는 다툼에 대한 대응 방안이므로 그 본질에 악이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업에서의 친절은 돈을 벌기 위한 1차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봉사와 기부도 자기만족의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나름대로 날카로운 시선을 던진다.

이태훈 한겨레통합교육원 전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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