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정보력’이 아닌 ‘부모철학’을 찾아보려는 부모들은 당장의 성적보다는 자녀의 행복을 고민한다. 사진은 특강을 듣고 함께 토론하는 부모들. 비상교육 제공
공부하는 부모들을 만나다
성적·입시 걱정 버리기 힘든 두려운 현실
사회가 만든 ‘불안’ 분위기 휩쓸리지 않아 잔소리가 많았다. 시험기간 계획은 왜 그렇게밖에 못 세우냐고 타박도 했다. ‘초등 4학년 때 성적이 평생 간다’는 말을 듣고는 비싼 영어학원도 등록시켰다. 그러던 엄마가 달라졌다. “저도 초등 고학년 때 안 잡으면 힘들다는 말에 세뇌를 당한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학원을 돌리면서 떠먹이기 식으로 공부를 시키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당장 불안해서 아이를 몰아갔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어요. 고등학교에 가면 정말 자기 힘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중학교 때는 그 힘을 길러보도록 기다려주고 도와줘야 하는 거더군요. 공부는 아이가 하는 거잖아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염수경씨의 이야기다.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는 학원가 이야기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건 한 특강을 통해서다. 염씨가 들은 강의는 비상교육에서 매달 진행하는 ‘맘앤톡(www.momntalk.com) 행복특강’ 강좌였다.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이곳에서 자녀교육, 부모교육, 진로, 입시, 자기주도학습 등을 주제로 매월 1회 무료 특강을 한다는 걸 알고 찾아가봤다. 선착순 60명만 들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강의는 모두 무료로 진행됐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도 다시 볼 수 있었다. 결혼 전, 부모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염씨한테 이런 강좌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지 한방에 해결되는 해결책을 생각하고 갔죠. 제가 너무 조바심을 냈습니다. 강사 선생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빙하 안에 더 많은 얼음이 있는 것처럼 누구나 잠재능력이 있다. 그 아이가 그것을 펼칠 수 있도록 기다려주라’는 말씀이었죠. 강의를 들으면서 문제풀이 위주의 수학학원을 과감하게 버리고 아이가 집에서 수학과 친해지도록 보드게임기 등의 교구도 사줬습니다.” 염씨는 지금 맘앤톡 서포터스로 활동하면서 사이트에 <학부모 성장일기> 등을 쓰고, 배운 것들을 실천한 사례를 나눈다. 구로구 고척동에 사는 이혜영씨도 비슷한 경우다. 우연히 자녀교육 관련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무료 특강 정보를 알게 됐다. 큰아이인 딸에게는 공부압박을 알게 모르게 해왔던 터였다. 그러다 부모교육 강의를 들으면서 엄마 자신을 들여다보게 됐다. “아이는 잠깐 쉬는 건데 제가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면이 있었어요. 저는 딸이 시험문제 하나 틀려서 와도 벌벌 떠는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길을 잘 터줘야 아이가 자기 길을 찾는 거고, 그러려면 시간을 주고, 정서적 소통도 많이 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원래 서로 대화는 많이 했는데 요새는 좀더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행복특강은 염씨나 이씨처럼 부모 역할을 고민하고 여러 교육정보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부모들이 찾는 창구다. 강연을 맡는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아이가 공부를 하는 데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있는데 대부분이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만 제공하고, 충분조건인 의욕, 동기부여 등은 없이 지내는 부모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부모들이 혼란을 겪기 쉬운 사회입니다. 문제집과 각종 자료, 강의 등을 많이 제공해야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세상이고, 그런 산업들이 발달했기 때문에 참 혼란스럽죠. 부모 역할에서 중요한 건 아이 곁에서 아이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겁니다.” 지난 4월16일 성북구 사회적기업 허브센터에서 만난 현문영씨는 지금 교육 관련 사회적기업을 준비중인 예비사업가다. 이런 작업은 현씨와 다른 세 엄마가 함께 한다.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던 현씨는 지역에 있는 성북정보도서관 단골손님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다니면서 다양한 강의도 듣고, 독서, 자기주도학습 등에 눈을 떴다. 그러면서 성북정보도서관 학부모 독서대학 1기로 정우연씨를 알게 됐고, 정씨와 함께 성북구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에서 또다른 수업을 듣다 양순애씨, 김영희씨를 알게 됐다. 이들을 모이게 한 것은 지역사회가 마련한 ‘교육’이었다. 수업은 대체로 진로찾기와 연관이 깊었다. 당장의 진학이나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인생을 위해 아이 자신을 찾아주고 동기부여를 해주자는 데 초점이 있었다. ‘정보의 힘’이 아닌 ‘공부의 힘’은 엄마의 부모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신도 심어줬다. 김영희씨는 “나는 이른바 스펙만 강조하는 부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 걱정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지역사회에서 하는 이런 교육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모들도 만나고 내 소신이 더 굳어졌다”고 했다. 현문영씨는 “큰아들과 입학사정관제 대비 전략도 같이 듣고, 적성검사도 무료로 해봤다”고 했다. “적성검사는 학교에서도 했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결과해석을 잘 안 해주거든요. 센터에는 전문 선생님이 계셔서 아이가 어떤 분야와 잘 맞는지 등을 제대로 해석해주시죠. 제 큰아이는 원래 과학 분야로 진로를 생각했는데 요새는 여기에 더해 특허 등에도 관심이 많아서 변리사 분야까지 폭넓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아이의 꿈찾기가 중요하다는 걸 저도 여기서 공부하면서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양순애씨는 학습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감성과 학습이 굉장히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감성을 매만져줘야 학습도 성과가 나더라구요.” 문패에 ‘학습’이 붙으면 큰돈을 지불하는 게 당연시되는 세상이지만 지역사회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거의 무료였다. 정우연씨는 “돈은 거의 들지 않았고, 오히려 필요한 건 ‘노력’이었다”고 했다. “수업을 들은 뒤 시험도 봤는데 85점 이상을 받아야 수료가 가능했어요.(웃음) 자기주도학습은 아이가 하는 것이지만 아이 스스로 즐겁게 공부하려면 엄마가 함께 공부하고 변해야 합니다.” 공부하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이 간접적으로 배우는 점도 많다. 정씨는 “아이들이 엄마가 공부하는 걸 보면서 느끼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한테 ‘왜 어른이 되고 싶냐?’고 하면 ‘공부 안 하려고’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으면 ‘어른인데도 공부해요?’ 이렇게 물어요. 그러면 저는 ‘평생 공부하는 거야.’ 이렇게 말합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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