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정지·강제전학 결정에도 결재 2주나 미뤄
“징계 절차상에 문제”…피해학생 부모들 분통
“징계 절차상에 문제”…피해학생 부모들 분통
서울의 한 외국어고에서 학생들 사이에 지속적인 언어폭력과 집단 괴롭힘 등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지만, 학교 쪽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피해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26일 서울의 한 외고 학부모들과 학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는 지난 1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폭대위)를 열고 지난 1년 동안 같은 반 학생들에게 언어폭력 등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난 유학반 학생 12명 가운데 4명에게 ‘출석정지’와 ‘3주 내 강제 전학’ 조처를 결정했다.
피해 학생과 목격자들이 폭대위에 낸 진술서를 보면, 한 피해 학생은 “수업시간에 ○○○으로부터 ‘애미가 창녀인 새끼가…’라는 욕설을 교실에서 들었다. 또 전 시간에는 ◇◇◇으로부터 ‘애는 완전 정신병자잖아’, ‘너 정신병자 맞잖아?’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 학생은 “그들은 저를 가지고 또다시 ‘찌질이’라 놀리며 등 뒤에서 들어올려서 공중에서 흔들었다”며 “그것이 싫다고 분명히 거부했으나 낄낄대며 계속했고 머리와 다리, 어깨를 치고 찌르며 웃어, 너무 창피하고 모욕감이 들었고 아팠으며 참담했다”고 적었다. 이 학생은 급식실 등에서도 공개 망신을 당하자 점심을 굶기 시작했고, 스트레스로 통학버스에 타면 배가 아파오는 과민성 대장염에 시달리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가해 학생들이 한 여학생에게 하교 버스에서 “여기에 너 좋아하는 애 아무도 없으니까 내려, 나가”라고 공개적으로 조롱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를 목격한 한 학생은 진술서에서 “처음 한두 번은 아직 학생이니 철이 없어 그렇다 칠 수 있어도, 이런 일들이 매주, 매달 일어나며 심지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전혀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등을 이용한 사이버 폭력도 있었다. 또 다른 피해 여학생은 진술서에서 “(가해자들이) 페이스북에 ‘죽여버리겠다. 몸을 찢어버리겠다. 모든 유학반 남자아이들이 너 싫어한다’는 글을 올려 피해망상·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학생은 “△△△는 심한 성적인 욕설 등이 난무하는 글을 모두가 볼 수 있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며 “(또 다른 피해 여학생 한 명은) 남자아이들의 욕설과 비난으로 괴로움을 겪다 결국 자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교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 결재를 2주나 미루다가, 결국 다음주에 폭대위를 다시 열어 이번 사건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폭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고, 가해 학생 쪽에서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피해 학생 학부모는 “지난해부터 여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학교가 소극적으로 대처해 문제를 심화시켰다”며 “게다가 폭대위 구성도 제대로 못하는 등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은 “신체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이고 학생들은 격리조처했기 때문에 결재가 늦어진 것”이라며 “절차에 따라 하고 있고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 학부모 쪽은 “잘못은 인정하지만 징계가 너무 과해서 아이들이 억울해하고 있다”며 “필요 이상으로 아이들이 희생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시험 부정행위까지…가해학생도 가담 학부모들 “학교 소극 대응” 지적 심각한 학내 언어폭력이 발생한 서울의 이 외국어고에서는 가해 학생 일부가 가담한 유학반 중간고사 부정행위까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이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월 문학 중간고사 때 유학반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은 채 카카오톡 그룹채팅을 통해 시험 정답을 서로 공유한 부정행위가 발생했다. 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유학반은 미국과 같은 교육과정으로 운영돼 2월과 6월에도 중간·기말고사를 치른다.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 8명은 해당 과목이 ‘0점’ 처리됐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와 겹쳤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부정행위가 계속됐으며, 발각이 돼 0점을 받아도 수강 철회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한 학부모는 “카카오톡 증거 사진에 나와 있는 아이는 모두 12명이나, 8명만 징계 대상이었다”며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미리 제보했음에도 학교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은 “부정행위가 밝혀진 과목의 시험 점수를 0점 처리했고 교내 봉사를 시키는 등 학교 규칙대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김민경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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