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통합논술세미나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인천 예일고 학생들.
방과후학교 현장 리포트-인천 예일고 통합논술세미나
많은 사람들이 선입견 때문에 논술을 딱딱하고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한다. 3월 중순 한겨레방과후학교 통합논술세미나 강좌를 시작할 때 인천 예일고등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논술은 막연하고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어요.” “논술이 어려워서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돼요.” “대학에 가기 위해 필요하니까 해야 해요.” “생각은 많은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 대부분이 공통으로 하던 이야기이다. 논술을 처음 접한 학생들은 논술을 낯설고 어렵게 느낀다. 통합논술세미나는 이런 학생들에게 알맞은 과목이다.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책이라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통합논술세미나는 주제별 대표 도서를 읽고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의 문제들과 관련지어 살펴본다. 또 토론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고를 경험할 수 있다.
현대판 마녀사냥이 나타나는 이유는?
4월21일 수업은 주제2 ‘문화를 보는 다양한 관점’ 두 번째 시간이었다. 마빈 해리스의 책 <문화의 수수께끼> 중 ‘대 마녀광란’ 등을 읽고 중세의 ‘마녀사냥’이 현대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과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지난 시간 안내에 따라 책을 읽은 상태이므로 먼저 각자 읽은 ‘마녀사냥’의 내용을 이야기했다.
김소연 학생은 “국가권력의 부당함을 감추기 위해 힘없는 대상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고, 박상순 학생은 “지배계층의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생들이 책을 미리 읽어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중세 마녀사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우리 사회의 문제와 관련시켜 보게 하였다. 질문이 끝나자 최근 이슈가 된 ‘버스 무릎녀, 된장 국물녀, 채선당 임신부 사건’ 등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마녀사냥’의 사례들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현대 마녀사냥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학생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하여 말했다.
김채린 학생은 “익명으로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선보경 학생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매장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체에 의한 정보의 왜곡”(유상호 학생), “앞뒤 상황이 배제된 왜곡된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윤혜린 학생) 등의 의견도 있었다.
앞뒤 상황이 배제된 정보왜곡이 문제
책을 읽고 간단한 질문 하나로 학생들은 중세의 마녀사냥과 현대의 마녀사냥의 특성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둠별로 현대판 마녀사냥의 해결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자신이 억울하게 마녀사냥의 대상이 됐을 때는 매체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평소 기사를 접하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한 문제해결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서를 읽고 함께 고민을 하다 보니 학생들은 주어진 문제의 답을 스스로 찾아 해결하고 있다. 학생들은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아 좀더 깊이 있는 답을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였다. 그러나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처음에 논술에 대해 막연하다고 했던 학생들은 통합논술세미나 수업 후 논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이소영 학생은 “이제 한 개의 그림을 봐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 인간의 삶과도 연관이 된다”고 말했고, 김소연 학생은 “사물을 분석적으로 바라보고 사회적 문제들도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인천 예일고등학교 학생들은 논술을 처음 접해본 학생들이다. 그래서 논술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몇 번의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논술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있고 앞으로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 김유경
한겨레통합교육원 강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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