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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바쁘기만 한 삶에 한 박자 쉼표

등록 2012-05-28 15:59수정 2012-05-28 16:12

춤추는 바람결에 물결치는 듯한 소나무가 있는 무풍한송길.
춤추는 바람결에 물결치는 듯한 소나무가 있는 무풍한송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18. 통도사 순례길
오늘은 석가탄신일이다. 세상을 바꾼 성인이 여럿 있으니 석가모니는 왕자로 태어나 고행의 길을 걸으며 깨달음을 얻은 성인(聖人)으로 오늘은 한번쯤 되새겨봄직하다. 종교관을 초월해서 말이다. 어디가 좋을까?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에 몸과 마음이 씻기니 통도사 암자 순례길이 좋을 듯하다. 이유는 여럿이다.

시작은 통도사의 정문 영축산문(靈鷲山門)으로 ‘춤추는 바람결에 물결치는 찬 소나무’가 있는 무풍한송길은 사색의 길이자 명상의 길이다. 돌돌돌 계곡물이 따라붙고 청설모가 기웃댄다. 마음이 평온해지니 이것이 첫째 이유다. 성보박물관 관람 뒤엔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챙겨보자. 신라 때 자장율사가 가져온 부처의 사리와 정골(頂骨)을 전국 5곳의 사찰에 나누어 봉안했으니 이곳 통도사(www.tongdosa.or.kr)가 그중 하나다. 해서 불상이 없다. 부처님의 진짜 몸인 진신사리를 모셨으니 상징적인 의미의 가짜 몸인 불상은 필요 없다. 진짜 부처를 만남이 둘째 이유다.

본격적인 암자길로 들어서 비구니 암자인 보타암을 지나 산새 소리 요란한 길을 따라가면 3000개의 작은 불상이 경이로운 서운암에 이른다. 야생화 밭 가운데 자리한 장독대에서는 불공을 드리듯 정성껏 빚은 된장·고추장이 익어간다. 발길을 잡는 백련암·옥련암 갈림길의 작은 폭포와 단청장이 계시는 사명암을 지나면 극락암이다. 극락영지(極樂影池) 구름다리에 서면 발아래로 연꽃이 그득하고 머리는 높디높은 구름 위로 솟아올라 극락에 다다른 기분이다. 순례길이 끝날 때쯤이면 금강계단의 웅장함과 성보박물관의 진지함보다 작은 암자들의 각기 다른 매력이 눈에 들어오며 세상사가 점점 씻기고 작아질 것이다. 이것이 셋째 이유다. 수줍게 미소 짓는 이름 모를 들풀과 염화시중의 미소를 나누다 보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듯하다. 한 박자 쉼표가 있는 성인체험길이다.

글·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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