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봉일천고 김규태, 삼각산고 이진주, 도봉중 김상희, 삼각산중 정민정, 저동고 김준휘, 서울금융고 김동희, 상봉중 전진현, 증산고 박재열, 시흥중 장경주, 창북중 이수영 교사.
‘공정무역 바로 알기 수업’ 진행한 전국사회교사모임
교과서, 개념만 너무 많이 나와
오감 체험요소 충분히 필요해
교과서, 개념만 너무 많이 나와
오감 체험요소 충분히 필요해
지난 5월7일부터 25일까지 수도권 10개 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한 ‘공정무역 바로 알기 수업’은 공정무역단체 ‘아름다운커피’와 전국사회교사모임 대안사회분과 교사들(이하 ‘교사들’)이 함께 진행한 행사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업과 활동 등을 통해 공정무역을 시험문제가 아닌 내 주변의 문제,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평소 대안적인 교과서 집필 연구 등을 해온 교사들은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공정무역, 왜 필요할까?>의 번역에 이어 얼마 전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시민 교과서>를 직접 썼다. 지난 19일, 출간기념회에서 교사들을 만났다.
-공정무역이라는 주제를 택한 이유는 뭔가?
“사회과 안에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이 쪼개져 있다. 공정무역은 이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주제다. 세계 시민의식, 윤리, 경제 문제 등을 두루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최근 일부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다른 사회과 주제와 조금 다르기 때문에 경제에서 윤리 문제는 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가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얘기라면 윤리 바깥에서 경제를 말하기란 어렵다. 이럴 때 공정무역은 경제와 윤리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좋은 소재다. 그리고 현실에 이미 존재하는 소재다. 아이들이 소비를 할 때 내 욕망에만 충실하기 전에 특정 물건과 관련된 누군가를 떠올리며 성찰적 소비를 했으면 싶은 마음도 컸다.”
-공정무역 관련 페스티벌 참가, 동영상 상영, 퀴즈 풀기 등 체험적인 요소를 많이 넣었다. 특별히 이유가 있나?
“실제로 공정무역 제품을 접해본 아이들이 많지 않다. 공정무역은 오감으로 체험하기 좋은 소재다. 수업을 할 때 공정무역 설탕, 초콜릿 등을 가져와서 보여줬다. 예를 들어, 설탕봉지의 경우 일반 설탕봉지와 공정무역 설탕봉지는 다르다. 일반 제품 봉지는 원산지가 어디인지 정도만 나와 있다. 공정무역 제품은 어느 나라, 누가 만들었는지를 지도로 보여준다. 공정무역과 관련한 설명도 적혀 있다. 생산자의 삶을 느끼며 소비를 할 수 있다.”
-요즘 학생들의 시민감수성은 얼마나 발달해 있나?
“학생들마다 다 다르다. 심각한 수준인 친구도 있다. 아마 살아가면서 소비를 하면서 불편한 걸 느껴보지 못해서 그럴 거다. 시민감수성을 깨워내려면 머리가 아닌 오감 체험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확실히 논리적인 것보다는 감성적인 것에 잘 반응한다. 평소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은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학생이 친구를 따라 공정무역 수업을 듣고, 영상을 보고, 축제에 참여했었다. 히말라야 아이들이 커피를 한 번도 맛본 적 없다는 사실에 자기 말로 ‘빡쳤다’고 분노하더라.(웃음) 평소 수업에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친구다. 그만큼 고등학교 남학생의 감성을 건드릴 만한 요소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방식의 계기수업을 상시적으로 하려면 어려움이 있지 않나?
“무엇보다 교과서에 내용 요소가 너무 많다. 독일 교과서에서 ‘브라질의 빈곤’을 다룬다고 하면 개념이 몇 개 안 나온다. 남은 20~30쪽 가량은 브라질 소농들의 사례, 도시 빈민들의 일기장 등 자료들이다. 나중에는 그걸 놓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를 적어보는 시험문제가 나온다. 이때도 도표나 참고 자료 등이 무척 다양하게 주어진다.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교사의 설명이 아니면 이해가 어려운 개념들이 너무 많다. ‘살이 없는 뼈’라고 해야 할까. 교과서 자체가 강의식 수업에 매우 적합하게 구성돼 있다. 교사들은 이런 체제를 선호한다. 평가에서 수업 내용을 얼마나 정량적으로 잘 이해했는가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계기수업부터 토론, 토의 수업 등 아이들 참여로 이뤄지는 수업이 되려면 평가체제 자체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평가 방식을 바꾸면 교과서가 바뀔 거고, 현장도 변할 수 있을 거다.”
-학생들이 어떻게 변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아이들 입에서 어떤 걸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면 성공한 거다.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위해 ‘참여하고 싶다’고 느끼면 교육이 완성된 게 아닌가 싶다. 빈곤지수 계산법을 아는 게 다가 아니다. 이 빈곤 문제를 절절하게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이는 게 중요하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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