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오락가락하면 혼란
각 단락의 리드 명확해야
같은 말을 ‘중언부언’하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같은 내용을 표현만 바꿔가며 반복하는 글은 재미도 없고 잘 읽히지도 않는다. 내가 존경하는 회사의 한 선배는 “기사에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도 버릴 게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칙은 기사를 쓸 때는 물론, 논술문 등 논리적인 글을 쓸 때 굉장히 유용하다. 쓸모없는 단어나 문장은 곧 글이 갖는 논리구조의 허점이나 빈틈이 된다.
단어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단락이 되는데 단락 역시 ‘존재의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5개 단락으로 이뤄진 글에서 세 번째 단락은, 첫 번째도 아니고 다섯 번째도 아닌 세 번째 단락에 위치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학생기자들이 처음 쓴 기사를 보면 △비슷한 내용을 가진 단락이 반복되거나 △각 단락들이 중구난방으로 배치돼 논리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앞서 한번 다루긴 했지만, 이런 경우 신문의 기사를 보면서 글의 구조를 분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학생기자 1기였던 ㅈ양이 ‘봉사활동에서의 학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쓴 기사의 구조를 분석한 내용을 보자. 글의 도입부터 학교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비판하더니 갑자기 제천간디학교와 같은 모범사례가 나온다. 학교의 바람직한 구실을 밝히는가 했더니, 또 불쑥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학생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마지막 부분에서야 학교의 구실에 대한 분석이 나온다. 글의 전개가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리드’를 명확히 하지 않아서다. 리드는 기사 하나에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사를 단락으로 잘게 나누었을 경우, 각 단락에도 작은 리드가 있다. 그래서 기사는 크게도 두괄식이고 작게도 두괄식이다. 각 단락의 리드를 모아 나열하면 해당 기사의 뼈대가 된다. 기사를 썼는데 만족스럽지 못해 다시 쓰고 싶다면 자기 기사를 해체한 뒤, 리드가 불명확한 단락을 찾아내 해당 단락을 아예 삭제하거나 그 단락의 리드를 세우면 된다.
수정 후의 구조를 보면 일단 학교의 구실이라는 주제에 맞는 제천간디학교의 사례를 앞세워 주목도를 높였다. 그 뒤 에는 ‘학교의 구실’을 계속 강조하면서 학교의 지원 방식 → 후진적인 학교의 행태 → 대안으로서 봉사동아리 제안 → 봉사동아리가 학교 안에서 부딪치는 한계 등으로 글을 전개했다. <한겨레> 사회부 기자
YJM
7면=표(진명선 기자의 기사 쉽게쓰기)
| 수정전 | 수정 후 |
1. 학교는 아무것도 해 주지 않는 다. 2. 제천간디학교는 다른데 이 학교 는 아예 교육철학에 봉사가 껴 있 다. 3. 어떤 학교는 봉사동아리를 지원 해 주기도 한다. ⇒지원하는 방식 에 대한 얘기가 없음. 대신 갑자기 봉사활동을 통해 느낀 보람에 대한 얘기 나옴. 4. 봉사활동 기관과의 협력이 잘된 다는 봉사동아리의 장점. ⇒ 학교 의 구실과는 무관한 내용. 5. 학교 지원의 한계. ⇒ 이게 이 기사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비 중이 고작 한 단락. 6. 재정적 지원 외에 학생들이 학 교에 바라는 것들? | 1. 제천 간디 학교 사례. 2.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학교의 구실이 중 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3. 전주 상산고는 학교가 학교의 봉사동아 리를 적극 지원해 준다. ⇒ 지원방식을 구 체적으로. 4.그러나 대개의 학교는 의무봉사활동 20시 간만 채워주는 데 급급하다. ⇒ 학교가 봉 사활동을 학생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방관하 는 행태를 구체적으로 제시. 5. 그래서 봉사동아리가 학교를 대신해 하 생들에게 도움을 준다. 6. 문제는 현실의 학교는 이런 봉사활동 동 아리를 지원하는 것에도 인색하다는 것이 다. 7. 따라서 봉사활동에 뜻을 둔 학생들을 위 해서는 학교가 다양한 지원과 지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