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집에서 공부가 잘 안된다며 독서실에 자주 간다. 그러나 미리 계획을 세워 독서실에 가지 않으면 되레 시간을 낭비하기 쉽다. 사진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한겨레> 자료사진
몇 시간 이용할 것인지, 공부할 범위는 어디인지까지 정해야
집에서 가까운 곳이 좋아…전국 700개 공공도서관도 괜찮아
집에서 가까운 곳이 좋아…전국 700개 공공도서관도 괜찮아
사례1: 호정(숙명여중3)이는 시험 3주 전부터 독서실에 다닌다. 이번에도 기말고사를 앞두고 독서실 등록을 했다. 내 자리가 생기고 책을 갖다 놓아야 공부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워낙 공부를 안 하는 편이라 독서실을 이용하는데, 집중도 잘되고 깨끗해서 만족스러운 편이다. 다만 한 번 집에 오면 다시 가기 싫다는 점, 엎드려 자거나 잡념에 빠져 지나가는 시간이 많다는 점은 고질적인 문제다.
사례2: 서영(상봉중1)이는 중간고사를 준비하며 엄마의 권유로 독서실에 갔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집에서만 공부를 했던 터라 독서실은 처음 가 보았는데, 정작 공부는 하나도 못 하고 왔다. 조용한 분위기에 볼펜 하나 놓는 소리에도 신경이 쓰였고, 다른 사람들 책상을 둘러보는가 하면, 친구를 만나면 휴게실에서 시간을 다 보내고 집에 온다.
공부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때 우리는 독서실을 찾는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의식을 치르듯 독서실에 간다. 하지만 욕심만큼 공부를 야무지게 하고 돌아오는 날은 거의 없다. 이사 가듯 책가방을 싸들고 독서실을 가는 학생들을 보면 아무 계획도 없이 부담만 싸들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분명 되가져와야 할 책의 무게만큼 좌절이 찾아올 것이다. 어떻게 하면 독서실을 야무지게 활용할 수 있을까.
밥은 집에서 먹는 게 좋아
독서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시간 활용에 실패하는 원인은 ‘식사 시간’에 있다. 친구들과 분식집에 갔다가 두세 시간의 수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친구들 수가 많으면 대중심리에 이끌려 아무렇지도 않게 놀아 버린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더라도 밥은 집에서 먹자. 식사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사 먹는 밥이 주는 더부룩함도 막을 수 있다.
독서실이 집에서 멀면 ‘아침에 일찍 나와 저녁 늦게 들어가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점심과 저녁을 사 먹어야 하는데, 그만큼 버리는 시간도, 식사 후 늘어지는 시간도 많다. 긴 시간을 독서실에서 보내게 되면 그만큼 학습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독서실은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하자. 단, 가방을 챙겨서 집에 오면 백발백중 집에 눌러앉는다. 집에 올 때에는 지갑만 들고 나오자. 식사 후 재빨리 독서실로 향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휴대폰을 독서실에 두고 오는 것이다.
‘일요일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독서실을 가야지’라는 것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실천하기 어렵다. 몇 시에 일어날 것인지, 가서 언제 올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아침부터 자리를 맡아 두었더라도 공부하는 시간은 8~10시, 1시30분~3시 등으로 정해 두어야 한다. 학습의 진행 상황과 시간의 사용 상태를 의식하지 않고 ‘하루 종일 독서실에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하루 종일 독서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돈 아까워하지 말자. 장소를 얼마나 오랫동안 이용하는지와 학습 성과는 전혀 무관하다.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장소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이는 단순히 ‘독서실 가서 뭘 공부하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독서실 가서 뭘 공부하는 것은 나름대로 마음속에 있을 것이니 독서실을 나올 때 내가 무엇을 완료해야 하는지를 독서실에 가기 전에 미리 ‘결정’해야 한다.
독서실에 가기 전에 과목은 물론 책, 공부 방법, 분량 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자. 가져갈 책과 프린트물, 노트 등의 학습 자료는 모두 미리 펼쳐 보면서 분량을 파악하고 학습 방법을 생각한다. 내가 어디를 공부하게 될지 미리 확인해야 실천 가능성 높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국어 시험 범위 다 끝내기’와 같은 것은 실천 여부를 측정할 수 없다. ‘3단원에서 4단원 수업 진도 나간 범위까지 교과서로 한 번 읽고, 내신완전정복 문제집 중 기본문제만 다 풀기’라고 해야 한다. 이것을 독서실 책상에 자리를 잡았을 때 생각하면 늦다. 책장을 들추다가 이미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많은 책을 가져가지 않는다
독서실에 가져가는 책가방은 가벼운 것이 좋다. 그래야 목표물이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3단원에서 4단원 수업 진도 나간 범위까지 교과서로 한 번 읽고, 내신완전정복 문제집 중 기본문제만 다 풀기’라는 목표를 세웠다면 국어 교과서와 프린트, 완전정복 문제집, 필통 정도면 충분하다.
짐이 많으면 도서관의 자리도 번잡해지기 마련. 또 공부하기가 지루해지면 이 과목 저 과목 건드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것이 없게 된다.
세부 목표가 완료되면 식사와 휴식을 겸하여 집에 들른 뒤, 다음에 공부할 것을 가지고 다시 독서실로 간다. 이렇게 해야 시작과 끝이 확실해진다.
수행평가 과제를 할 때에도 우리는 대단한 노력을 한다. 특히 제출 날짜를 지키기 위해 새벽까지 애를 쓰기도 한다. 수행평가가 밀려 있다면 독서실을 이용해 보자. 집중력을 발휘하면 산더미 같은 과제도 생각보다 빨리 마무리된다. 집에서는 텔레비전 앞에 밥상을 놓고, 바닥에는 과제를 펼쳐 놓고 하겠지만 독서실에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지한 고민거리가 있을 때에도 독서실을 이용할 수 있다. 진로·학과선택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두고두고 하는 것보다 ‘날’을 정해 정리를 하는 것이 좋다. 이런저런 생각이 길어지면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슬럼프가 만들어진다. 연습장 한 권과 펜 하나만 들고 독서실에 조용히 앉아 보자. 종이에 적어가며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명료하게 결론을 추려낼 수 있을 것이다.
자칫하면 독서실이 제2의 집
내 자리가 있는 사설 독서실도 좋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한 오래 다닌 독서실은 편해져서 ‘제2의 집’처럼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가끔은 대학 도서관이나 규모가 큰 공립도서관을 찾아보자. 전국에는 700여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는데, 대부분 무료다. 우선 어른들이 이 많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영어 가득한 책을 보는 사람, 한문 가득한 책을 보는 사람, 수식과 설계도, 알 수 없는 기호가 가득한 자료를 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 사이에 앉아 나의 귀여운 완전정복 문제집을 꺼내는 것이 얼마나 민망한지도 체험해 보기 바란다. 우리가 공부할 것은 무궁무진하다. 다른 사람의 노력을 보면서 나의 꿈과 인생을 더 크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굳은 의지만으로 독서실을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굳은 의지는 절대 구체적인 행동 양식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 시간, 독서실과 집의 거리, 가져가야 할 책 등 소상한 것을 모두 신경 쓰는 것이 굳은 의지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독서실이 내 모든 공부의 부담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은 버리자. 내가 주인이 되어 독서실을 휘둘러야 한다.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
<중1부터 통하는 통공부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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