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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시골교사 “학교통폐합 후 ‘관계 폭력’ 시달려”

등록 2012-06-19 20:15수정 2012-06-20 10:23

14살짜리가 통학버스 타려고
아침 6시30분 집을 나섭니다
학습준비물 사가기도 힘들고
방과후활동 참여하고 싶어도
통학버스 놓칠까 포기합니다
보이지 않게 잃는것 너무 많아
학교 통폐합 현실 알려온 시골선생님 편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과 관련해 전남 담양군의 한재중에 재직중인 고선례(46·사진) 교사가 현장의 경험을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 고 교사는 2008~2011년, 이웃한 곡성군의 석곡중과 옥과중에 재직하며 통폐합된 중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지켜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교육과학기술부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산어촌 학교통폐합을 강제하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령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교육과학기술부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산어촌 학교통폐합을 강제하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령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곳 전남에도 학교가 서울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학생이 있습니다. 예전 옥과중 1학년 담임 때 3월 초에 가정방문을 다니며 ‘아이들에게 학교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분교도 많이 없어지고 1개 면에 1개 초등학교뿐이므로 초등학교 때 면소재지가 아닌 골짜기에 사는 아이들은 초등학교가 멀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중학생이 되어 이웃 면의 학교로 다니자니 학교가 서울만큼이나 더 멀게 느꼈을 것입니다. 14살, 초등학생티를 못 벗은 어린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고 중학교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6시30분에 집을 나섰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학습 준비물을 제때 준비 못하고 등교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부모의 승용차로 등하교를 하면 중간에 문구점에 들러 필요한 것을 사올 텐데,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집앞에서 통학버스를 타면 학교 안에 들어와 내리고 내리자마자 학교의 교육과정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노트, 실내화, 필기용품 등등을 준비 못한 채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학교 통폐합 결과, ‘관계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과 피해의식을 갖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ㄱ면 아이들이 대세를 이루고 ㄴ면 아이들 숫자가 적으니 일찍 ㄱ면 아이와 친해진 ㄴ면 아이가 또 다른 ㄴ면 아이의 단점을 이야기해버려 어울리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관계 폭력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면 이웃 면 학부모마저 피해의식이 생겨 학생 문제, 학교 문제 발생 때 해결하는 데 비협조적이고 감정 대립으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 소재지가 아닌 이웃 면 학생은 학급활동이나 학교의 대내외 행사 참여율이 낮고 수동적이 됩니다. 통학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이웃 면 학생들은 정규수업 뒤 모둠활동과 주말의 대내외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도 통학버스가 아니면 귀가하는 것이 힘들어 항상 통학버스를 타고 가버리다보니 이런저런 행사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행사가 늦게 끝나는 경우 학교가 있는 소재지의 학생은 귀가 걱정이 없지만 이웃 면의 골짜기에 사는 학생은 귀가 걱정이 앞서 그 행사에 꼭 참여해야 할 학생이 아예 신청도 하지 않는 걸 보았습니다.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 더 좋은 시설의 학교에서 경쟁력 있는 학생으로 교육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통폐합한 학교에서 근무해보니 어린 학생들이 눈에 띄지 않게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기 동네의 학교에서 자기 동네 어르신들의 관심을 받고 학교에서는 충분한 개별지도와 관심을 받으며 자기 정체감을 형성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후에 더 넓은 환경으로 나가야 덜 흔들리고 튼튼하게 커나갈 것입니다.

[화보] 2012년 6월 20일, 운행 멈춘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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