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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전형 점수 문서에 국영수 내신·중학교 이름 적어
몇몇 학생 ‘합격’ 표시에 가위표…최고점자 탈락도

등록 2012-06-19 22:01수정 2012-06-19 23:32

가 입수한 강원외국어고의 입시 관련 회의자 료. 표 맨 위에 있는 학생의 경우, 1·2차 전형 합산 점 수가 199.30점으로 최상위권이고, ‘최종’이라는 칸에 애초 합격이라고 표시돼 있으나 그 위에 가위표가 쳐 져 있다. 이 학생은 결국 탈락했다. 이 학생의 국영수 내신성적 백분위는 20.42%로 낮은 편이다.
가 입수한 강원외국어고의 입시 관련 회의자 료. 표 맨 위에 있는 학생의 경우, 1·2차 전형 합산 점 수가 199.30점으로 최상위권이고, ‘최종’이라는 칸에 애초 합격이라고 표시돼 있으나 그 위에 가위표가 쳐 져 있다. 이 학생은 결국 탈락했다. 이 학생의 국영수 내신성적 백분위는 20.42%로 낮은 편이다.
강원외고 입시부정 의혹
강원외국어고가 2011학년도 입시에서 중학교 영어 내신만 반영하도록 돼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을 어기고 국어·수학 내신성적을 반영한 것은 이른바 ‘주요 교과’ 성적 우수자를 뽑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강원외고는 이를 위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1단계 전형(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의 영어 내신등급, 160점 만점)과 2단계 전형(1단계 전형+서류·면접, 200점 만점) 외에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국어·영어·수학 내신 백분위를 고려해 학생을 한번 더 평가했다.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영어 점수는 등급과 백분위로 두번 활용된 셈이다.

국·영·수 내신 어떻게 반영했나
강원외고는 규정상 입시에 반영할 수 없는 국어·수학 점수를 어떻게 파악했을까? 강원외고는 2011학년도 입학전형의 1단계 전형을 진행하기 전인 2010년 10월6일, 강원지역 중학교들에 공문을 보내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 증빙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강원외고는 당시 중학교 입학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입시설명회에서도 “원서접수 기간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성적을 입력하기 전이어서 불가피하게 3학년 2학기 영어 내신을 확인하기 위해 전체 성적표를 받는 것”이라며 “영어교과 이외의 성적은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같은 해 10월14일 서류 접수를 마감한 뒤, 응시 학생으로부터 제출받은 성적표를 활용해 1단계 전형에 반영한 영어 내신등급 합산 점수 이외에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국어·영어·수학 평균 백분위 및 출신 중학교와 해당 학교 학생수를 기입한 문건을 만들었다.

강원외고는 1단계 전형이 끝난 뒤, 국·영·수 내신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들을 합격권에서 배제하기 위해 2단계 전형에서 필요한 점수를 미리 정한 것으로 보인다. 강원외고 2단계 전형에 참가한 외부 입학사정관들은 “강원외고에서 학습계획서 등 서류 평가를 미리 한 뒤 20점 만점의 점수를 매겨 건넸다”며 “이 점수를 참고해 서류·면접 평가(40점 만점)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강원외고 2단계 전형인 면접은 강원외고 교사 14명과, 교육청에서 위촉한 외부 입학사정관 7명 등 모두 21명이 진행했다. 당시 면접에 참여한 외부 입학사정관 ㅇ씨는 “학교 쪽이 ‘1박2일 동안 300명에 이르는 학생들의 학습계획서 4부씩을 모두 검토하기 힘들 것 같아 미리 서류 검토를 해 점수를 매겼으니, 이 점수를 참조해 평가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1~2명을 제외하곤 학교에서 제시한 점수를 토대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2011년 5월 27일 강원외고에서 열린 공개수업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2011년 5월 27일 강원외고에서 열린 공개수업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면접 끝난 뒤 국·영·수 점수로 ‘보정’
강원외고는 몇몇 외부 입학사정관이 계획대로 점수를 주지 않아 원하는 학생이 합격권에 들지 못하자, 2단계 전형이 끝난 뒤 국·영·수 백분위를 활용해 합격자를 걸러낸 것으로 보인다. 강원외고에서 발견된 회의자료를 보면, 학생들 이름과 1·2단계 전형 점수 외에 국·영·수 내신 백분위와 중학교 이름이 적혀 있다. 몇몇 학생들의 경우 ‘합격’이라고 써 있는 부분에 가위표가 쳐져 있다. 가위표가 되어 있는 ㄱ군의 경우 1·2단계 총점이 199.30으로 최고점이었지만, 국·영·수 내신 백분위가 20.42%로 하위권에 속한다. ㄱ군은 실제 불합격했다. 이 자료를 검토한 강영구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국·영·수 내신이 10% 이하인 학생들 성적에 형광펜이 쳐져 있는 것 등을 보면, 2단계 전형이 끝난 뒤에 국·영·수 내신에 따라 당락을 재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외고 관계자는 “그 학생이 왜 떨어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1년 10월 15일 강원외고에서 강원지원 중학교 입시담당자를 초대해 입시설명회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1년 10월 15일 강원외고에서 강원지원 중학교 입시담당자를 초대해 입시설명회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 학생에 대한 면접평가표가 두개 발견되기도 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사진을 보면, 수험번호 ‘B001’인 학생을 ㅇ교사가 평가한 면접평가표가 두개 발견됐다. 학생과 면접관은 같지만 이 학생의 점수는 항목별로 9.9, 10, 6.9, 7.9에서 8, 7.8, 8, 8.1점으로 바뀌어 있다. 검정고시 전형에 지원한 이 학생은 애초 1·2단계 성적은 최고점이었지만, 불합격했다.

양구군수 감사 방해 의혹도
강원외고의 설립자이자 이 학교 재단인 양록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전창범 양구군수가 도교육청의 감사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감사팀은 전했다. 도교육청 감사팀이 강원외고에 감사를 나간 지난 14일 강원외고 교감·교무부장 등은 감사를 거부했다. 감사팀이 이유를 묻는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자 강원외고 교감·교무부장 등은 “재단 이사장(전창범 군수)의 지시”라고 답한 확인서를 제출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재단 이사장인 군수가 감사를 방해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떳떳하다면 감사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외고는 공공예산으로 설립됐지만 학교 운영은 사립학교처럼 재단 이사회가 하는 ‘공립형 사립학교’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교과부가 사교육을 배제하기 위해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실시한 뒤, 경기 용인외고와 강원 민사고 등에서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해 교과부가 금지한 영어 토론 등을 진행해 이미 제재를 받은 바 있다”며 “국·영·수 내신성적 반영 등은 강원외고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특목고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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