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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밥그릇 하나에도 역사가 담겨 있다

등록 2012-06-25 10:54

사적 제118호인 진주성 야경.
사적 제118호인 진주성 야경.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진주비빔밥
경남 진주로 먹거리 여행을 떠나보자. 멋진 자태를 뽐내는 촉석루에서 보는 남강의 운치도 좋지만 진주성 맞은편에서 보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소싸움까지 보고 나면 진주비빔밥이 기다린다. 시인이자 사학자였던 육당 최남선은 1936년 <매일신보>에 ‘조선상식문답’을 연재했는데 지역별 유명 음식을 꼽으면서 ‘전주는 콩나물, 진주는 비빔밥’이라 했다. 고슬고슬 지은 따끈한 쌀밥을 놋그릇에 담고 다섯 가지 나물을 담은 뒤 고추장을 얹고 육회를 한줌 얹어 마무리한 진주비빔밥은 알록달록 조화로운 모습이 하도 아름다워 칠보화반(七寶花飯)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진주비빔밥만큼 비장한 음식이 있을까 싶다.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에서 만들어진 음식으로 진주대첩은 한산도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이다. 1593년 6월, 제2차 진주성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왜군은 10만 병력과 800척의 선박을 동원해 총공격을 해왔고 조정에서는 원병을 보내지 않아 진주성은 진주 사람들이 스스로 지켜야 했다. 6월22일 시작된 싸움은 밤낮없이 계속되었으나 6월29일 결국 함락되고 말았다.

진주성이 함락되기 직전, 남아 있던 백성과 군인들이 모두 모여 소를 잡았다. 어차피 남겨두어 봤자 적군의 식량이 되어버릴 터, 모자라는 그릇을 모아 밥과 나물을 한데 넣고 소를 잡아 만든 육회를 얹어 비벼 먹으며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비빔밥에 넣지 못한 소고기는 국으로 끓여 함께 먹었으니 요즘도 진주비빔밥에는 선짓국이 딸려 나온다.

성이 함락되던 날 경상도우병사 최경회를 비롯해 김천일 등이 모두 남강에 투신 자결하였다.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왜군은 촉석루에서 주연을 벌였고 몸단장을 곱게 한 최경회의 부실(副室) 논개는 술에 취한 왜장을 꾀어 껴안고는 남강에 몸을 던졌다. 419년 전 오늘, 진주성에서는 왜군과 우리 백성 간의 처절한 싸움이 밤낮없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오늘만큼은 그때를 생각하며 진주 촉석루를 돌아보고 논개를 기리며 진주비빔밥을 먹어보는 것이 어떨까? 밥 한 그릇에도 우리네 역사가 담겨 있음이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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