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군 근남초등학교 4학년 김지성(오른쪽)양이 지난 26일 오후 수업이 모두 끝난 뒤 집까지 데려다 줄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고 있다.
철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작은학교 통폐합으로 불편겪는 지성이
집앞 초교 없애 통학버스로 30분…“죽겠어요”
집앞 초교 없애 통학버스로 30분…“죽겠어요”
민통선 이북서 이남으로 등교
버스 놓칠라 아침밥 거르기도
1학년 동생이 늑장땐 조마조마
하교버스는 1시간반 기다려야
그나마 친구 많이 생긴 게 위안 후다다닥. 저 멀리서 반바지를 입은 초등학교 4학년 지성이가 부리나케 달려온다. 스쿨버스를 놓칠까봐, 미처 같은 학교 1학년에 다니는 동생 지민이도 못 챙겼다. 아침 7시57분, ‘빵빠~앙’ 버스가 경적을 울리는가 싶더니 드디어 지민이가 신발주머니를 흔들면서 나타나 버스를 향해 줄달음친다. 누나인 지성이가 스쿨버스 기사 아저씨를 붙잡고 있는 덕에 지민이도 버스에 간신히 올랐다. 아이들을 태운 버스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학교를 향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로 전국의 학교가 몸살을 앓던 지난 26일,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의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 마현1리에 사는 지성이네 남매는 등굣길 몸살을 앓았다. 늘 겪는 일이다. 지성이는 “지민이가 만날 스쿨버스 지각하면서도 아침밥 다 먹겠다고 하고 늑장 부려서 마음이 조마조마해 죽겠어요”라고 말했다. 학교까지는 버스로 30분이 걸린다. 그나마 3년 전 1학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천국인지도 모른다. 그때는 스쿨버스를 지금보다 1시간 이른 아침 7시에 타야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났는데요, 늦어서 스쿨버스 못 타면 엄마 아빠가 (차로) 데려다주셨어요.” 지성이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교생 129명인 근남초등학교에 지성이처럼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어린이는 모두 40여명이다. 잠곡리에 사는 학생 20여명을 등교시키는 버스는 따로 운행한다. 지성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마현1리 자신의 집 앞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마현초등학교가 있는데 멀리까지 통학해야 하는 이유다. 지성이는 5살부터 6살 가을 즈음까지는 마현초 병설 유치원에 다녔다. 2007년 11월 마현초가 민간인 통제선 남쪽에 있는 지금의 근남초에 통폐합되면서 근남초 병설 유치원으로 옮긴 뒤 지금까지 스쿨버스 등하교를 하고 있다. 2006년엔 잠곡리에 있던 잠곡초가 이 학교로 합쳐졌다. 지성이는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호소했다. “등하교 오래 걸리구요, 아침에 빨리 일어나려고 밤에 공부를 못 해요. 늦게 일어나서 아침밥 못 먹고 오는 경우도 많아요.” 지성이네 반 20명 가운데 9명이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하는데, 아침밥을 자주 거르다 보니 3·4교시만 되면 배고프다고들 아우성이다. 이날 수업시간에는 작은 학교 통폐합 문제를 놓고 토론을 했다. 모든 학생이 찬성파와 반대파 입장에 서서 번갈아가며 토론을 했는데, 마현리와 잠곡리에서 다니는 친구들은 대부분 반대파에 섰을 때 적극적으로 얘기했다. 지성이는 “스쿨버스 타는 애들은 전부 반대했는데요, 선생님이 찬성 쪽 얘기도 해보라니까 (말하기) 힘들어하더라구요”라며 배시시 웃었다. 물론 마현초 병설 유치원 다닐 때가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지성이와 같은 또래 친구가 마현1리에는 한명도 없어 심심했다. 지금은 학교에 오면 많은 친구와 놀 수 있어 좋긴 하다. 이날 수업은 오후 3시에 끝났다. 하교 스쿨버스는 4시30분에 출발한다. 그때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는 지성이는 “친구 만나 놀다 헤어지면, 발로 흙을 툭툭 차다가 시간 되면 차를 탄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뒤부터 차 탈 때까지의 시간은 늘 애매하다. 등교 때나 하교 때나 “스쿨버스 놓치면 끝장”이다. 마현1리 이성화(53) 이장은 “마현초가 없어지고 나서 아이들 키우는 사람들이 불편해졌을 뿐, 달리 좋아진 건 없다”고 말했다. 철원/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작은학교 통폐합’ 제동 거는 법안 다음달 발의될듯 정진후·이윤석 의원 등 추진 교육계는 진작부터 작은 학교를 통폐합하기보다는 되레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을 촉구해왔다. 이를 위해 19대 국회 초반부터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과 18대 국회 때도 ‘농어촌 교육발전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는 이윤석 민주통합당 의원 등은 7월 발의를 목표로 각각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나서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우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농어촌교육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농산어촌 교육을 지원하고 발전시킬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시·도 교육감과 시장, 도지사 등이 농어촌교육심의회를 꾸려 작은 학교들을 지원·육성하는 방안을 논의하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법안은 또 교육감이 작은 학교를 통폐합하려면 폐교 대상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와 협의하고, 폐교 1년 전에 사유를 공고해야 하며, 전체 주민 3분의 2 이상의 서면동의를 얻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해 함부로 작은 학교를 통폐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작은 학교에 오래 근무하는 교원에게는 후생복지에서 우대하고, 10년 약정 의무근무를 전제로 특별채용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대학에는 농산어촌 특별전형을 의무화했다. 전종휘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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