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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명문고 업적쌓기’에 눈먼 강원도 지자체장

등록 2012-07-03 20:54수정 2012-07-03 21:24

양구군이 직접 재단 설립
군수가 재단 이사장 맡아
주민 지지율에 영향력 커
가평도 우수학교 지원편중
강원외고 편법선발 무리수 왜?
교육과학기술부의 자기주도학습전형 지침 위반(영어 외에 국어·수학 점수 반영), 도시 학교와 소규모 학교 차등 점수 부여, 면접 전 합격생 내정….

강원외고의 ‘입시 부정’ 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강원도교육청이 밝힌 이 학교 입학전형 과정의 각종 편법 사례다. 강원외고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국·영·수 성적 우수 학생 선발에 집착한 걸까?

강원외고는 강원도 양구군이 양록학원이라는 재단을 설립해 만든 공립형 사립학교다. 이에 따라 전창범 양구군수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2006년 강원도교육청이 강원외고 설립 유치를 공모하자, 춘천·원주와 같은 도시와 함께 양구군이 유치 의사를 밝혔다. 양구군은 강원외고 유치를 위해 50억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했고, 지역 주민들도 ‘낙후 지역인 양구에도 명문 학교가 생긴다’고 기대했다. 전창범 군수는 ‘지자체가 직접 법인을 설립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점을 내세워 외고 유치에 성공했다. 자신의 주요 업적 가운데 하나인 강원외고를 명문고로 만드는 일이 전 군수에게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된 셈이다. 노년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립위원장은 “명문대 진학률이 좋은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지역민의 지지로 이어지고, 이는 선거로 뽑히는 지자체장에게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원외고는 2010년 개교를 앞두고 전체 학생의 60%를 국내 명문대로, 20%는 외국 명문대로, 20%는 사관학교·경찰대 등 특수대학에 진학시키는 ‘3-1-1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하는 등 ‘입시 명문고’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비단 양구군과 강원외고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평준화의 근간을 허무는 ‘고교 다양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이 정책에 따라 전국에서 150곳이 ‘기숙형 공립고’로 지정됐는데, 이 학교들은 대체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올리기 위한 기숙학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자체는 이들 학교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학교에 편중 지원을 한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증언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언어·외국어 영역 1등급 비율 전국 1위, 수리 ‘나’형 전국 3위를 차지한 경기도 가평군이 대표적이다. 가평군에는 가평고, 조종고, 설악고, 청평고 등 4개의 일반고가 있다. 이 가운데 가평고는 전체 학년에서 성적 최우수 학생 30명만을 선발해 보납서원이라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하고 있다. 보납서원에서는 수능 대비 심화보충수업 등이 밤 12시까지 이어진다. 보납서원 외에 클리랜드홀이라는 기숙사에서도 성적 우수 학생 및 원거리 통학생 180여명이 생활하며 밤늦게까지 보충수업을 받는다.

올해 가평군이 고교에 지원한 예산을 보면, 가평고는 9억3800만원을 받은 반면 청평고에는 7800만원, 설악고에는 1억905만원, 조종고에는 4억5000만원만이 지원되는 데 그쳤다.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은 “전국의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해, 세종시에 들어서기로 돼 있는 외국어고를 국제고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나,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설립된 하나고(자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과도한 지원 등은 지역 명문고를 육성해 주민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비뚤어진 지자체장의 욕심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강원외고는 이날 도교육청 감사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어 “학생 선발 과정에서 금품이나 청탁 등에 의한 불법과 부정은 없었다”며 “이번 감사는 도교육청 내 특수목적고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일부 인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강원외고 흠집내기’”라고 주장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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