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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습법 책은 대부분 ‘공부 영웅들의 수기’

등록 2012-07-09 11:25

학부모들은 누구나 자신의 자녀들이 ‘공부의 신’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진은 2010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공부의 신>.
학부모들은 누구나 자신의 자녀들이 ‘공부의 신’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진은 2010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공부의 신>.
박재원의 공감학습
너무 흔하지만 틀린 생각이 있다. 우등과 열등! 그 원인과 책임을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 또는 재능을 공부 성패의 결정적 요인으로 설명한다. 간혹 어려운 가정형편이나 엉터리 선생님 얘기를 꺼낼라치면 모두 핑계나 변명으로 간주한다. 강철 같은 의지만 있으면 모두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학습법들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두 학생 개인만을 조명한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 방법 등을 강조하면서 혼자서 풀어야 할 과제로 설명한다. 하지만 개인을 중심에 놓는 이런 공부관은 ‘틀린 생각’이요, ‘틀린 학습법’이다. 틀린 학습법이기 때문에 잘 실천이 되지 않는다.

■ 공부 잘하고 못하고는 오로지 ‘아이 탓?’ ‘틀린 학습법’이 너무 흔하다. 가족과 가정의 영향력은 보지 못하고 오로지 개인의 의지와 노력, 방법만을 강조하는 학습법이 올바른 것인 양 시중에 떠돈다. 이들 학습법들은 “죽을 각오로 공부할 마음을 품어야!”, “열심히 피땀 흘려 노력해야!”, “우수한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의 공부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렇게만 하면 누구나 공부를 잘하게 되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한다.

아이가 공부에 적극적인 경우는 물론 수동적인 경우 모두 겉이 아니라 속을 들여다보면 가정과 가족, 특히 부모의 모습이 보인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면 아이는 대부분 왕성한 공부의욕을 갖는다. 원래 공부에 열심이었던 게 아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습관이 자리잡힌 것이다. 반면에 부모의 주도권이 강한 가정에서는 아이가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모의 잔소리나 훈계는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준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쉽게 무기력한 상태가 되고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끼게 된다. 원래 공부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그런 상태가 된다고 보는 게 맞다.

“시키지 않으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을 자주 만난다. 철저하게 아이 탓을 하는데, 틀렸다. 주로 엄마와의 관계에서 공부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아 그런 모습을 보이는데도 원인 제공자인 엄마가 아이 탓을 한다. 거칠게 말하면 적반하장이다. 잘못된 식생활과 환경오염으로 아토피가 생겼는데 “네가 자꾸만 긁어서 아토피가 생겼다”고 아이를 야단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아이 탓을 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는 데는 사교육도 크게 한몫을 했다. 이들은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도 얼마든지 공부시킬 수 있으니 믿고 맡기라고 부추긴다. 그러고는 아이 개인의 증상에만 집중해 온갖 실험과 시도를 다 한다. 하지만 본질을 외면한 결과는 항상 소수의 성공사례만 남길 뿐 대부분 실패한다. 그럼에도 사교육은 절대로 실패를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자백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부모들로서는 반박할 증거를 찾지 못해 불만스럽지만 그냥 수긍하고 만다. 사교육 의존이 전통적인 가정교육의 기능을 줄이고 부모 역할까지 왜곡한다.

■ 개인 의지와 노력만 강조하는 학습법, 틀렸다! 서점에 가보면 학습법 코너가 따로 있는데 대부분은 정통 학습법이 아니라 ‘공부 영웅들’ 수기들이다. 자신들이 어떻게 해서 어려운 난관을 뚫고 명문대에 합격했는지를 뽐내는 내용들이다. 공부를 아이의 문제로만 보는 부모 입장에서는 충분히 구미가 당긴다. 그래서 한두 권 사서 아이에게 권하지만 그것을 흔쾌히 받아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 입장에서는 또다른, 아니 더 강력한 ‘엄친아’를 데려와 자신과 비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설령 읽었다 하더라도 나도 따라 할 수 있겠다는 느낌보다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휩싸인다.

공부 영웅들의 학습법 책은 한결같이 자신과의 싸움을 강조한다. 불굴의 의지와 피땀 어린 노력으로 끝내 자신을 이겨냈다고 ‘증거’한다. 그렇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데 필요한 의지와 노력에는 가정과 부모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점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는다. 부모의 낙관적인 기대와 희망이 좌절을 막고 적극적인 지지와 격려가 있었기에 공부 의지를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진실이 아니기에, 아무리 그들을 흉내 내려고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기에, 그래서 결국 좌절할 수밖에 없기에 공부 영웅들의 ‘틀린 학습법’이 더는 부각돼서는 안 된다. 때로는 깊은 감동을 주는 한편의 ‘성공 스토리’지만, 누구에게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학습법이라고 보기 힘들다. 더구나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그들만의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경우에는 어쩌란 말인가? 그들처럼 공부하기 위해서 ‘부모의 이혼’이나 ‘아빠의 죽음’,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환경’ 등을 일부러 겪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학습법 전문가라는 사람들 중에는 심지어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동생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가정의 기능과 부모의 올바른 역할을 철저하게 왜곡하는 위험한 논리다. 아이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라는 권유, 아니 투자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건 협박이다. 진실은 정확히 반대다. 할아버지의 자애, 아빠의 따뜻한 관심과 리더십, 엄마의 공감력, 동생과의 우애가 아이 공부에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 관계 개선을 위한 제안, 서로의 감정 존중에서 시작! 개인이 아니라 가정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겠다는 것보다는 관계 개선에 특효인 부모 역할 바로잡기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 캠프에 가서 꿈을 급조하고 목표를 정한 다음에 계획을 세워 열심히 실천하면 된다고 믿는 것, 아이를 개조하기 위한 다양한 사교육 서비스를 이용하면 정말 아이가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 건 너무 단순하다.

관계 개선을 제안한다. 아이의 공부를 방해하는 관계에서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는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 있다. 바로 부모와 아이 모두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먼저 있는 그대로 알아야 한다. 집 안에 화이트보드 같은 것을 하나 마련해서 거기에 자신의 감정을 적어보자. ‘짜증’, ‘싫다’ 등처럼 감정을 지칭하는 간단한 단어도 좋고 왜 그런지 이유도 설명하면 물론 더욱 좋다.

서로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반대로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만약 부모의 노력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면 즉각 멈춰야 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많은 부모가 아이 공부에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본질에서 빗나간 시도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아이 공부에서 아이가 아니라 관계가 문제의 본질이다. 이것만 해결되면 다른 문제는 쉽게 풀린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흔들림 없이 해결책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ㆍ<박재원의 부모효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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