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자연과학의 필요성 - ④물리와 화학 이야기
스티븐 호킹은 “우리 개인은 오직 짧은 시간 동안만을 존재하면서, 오직 우주 전체의 작은 부분만을 경험한다. 그러나 인간은 호기심이 많은 종(species)이다. 우리는 궁금증을 품고 대답을 찾는다”는 말로 <위대한 설계>를 시작한다. 우주의 작동원리와 실재(reality)의 본질 그리고 우주의 창조자에 대한 질문에 매달려 살아온 인간에게 대답을 주는 것은 이제 ‘철학’이 아니라 ‘과학’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고 우주의 비밀이 벗겨지면서 사람들은 세상의 진실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그 비밀의 문을 여는 중요한 역할은 물리와 화학의 몫이었다. 과학이 여러 분야로 분화되면서 각각의 영역은 더 세분화되었지만 호기심은 같은 곳에서 출발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모든 힘과 운동 그리고 에너지의 관계는 물리학의 주된 관심사였고, 수많은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부터 우주의 신비까지 그 작동원리를 밝히고 싶었다. 리처드 파인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대상을 엄청나게 복잡한 수학으로 설명하는 고난도의 학문인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너무 간단하고 명쾌한 논리로 당대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간 과학자였다.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는 엄밀한 수학체계를 통해 물리학의 이론을 설명해주는 책이 아니다. 1961~1962년 칼텍(캘리포니아 공대)의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물리학의 세계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아인슈타인은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것을 충분히 잘 안다고 할 수 없다”고 했을 만큼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파인만은 연구자로서 명성을 떨쳤을 뿐만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강의로도 유명했다. 파인만의 강의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수학이나 전문용어를 늘어놓지 않고 지극히 일상적인 사례들로부터 최첨단의 물리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자질구레한 설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느끼고 경험하는 일상에서 심오한 물리학 이론을 유추해낸다. 원자에서 시작해서 기초 물리학, 물리학과 다른 과학과의 관계, 그리고 에너지, 중력, 양자적 행동 등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를 서술한 이 책은 누구나 관심과 열정을 갖고 읽어볼 수 있다.
좀더 현실적으로 물리학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 <물리법칙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살펴보자. 이 책에서 독자는 케플러의 법칙, 자유낙하운동으로 시작해서 초전도와 엔트로피를 거쳐 원자론과 불확정성의 원리를 지나고 쿼크·빅뱅·초끈이론을 경험하는 동안 빛의 속도와 전자의 전하량에 도착하게 된다. 말하자면 물리학의 백화점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힘과 운동, 물질과 에너지, 원자와 소립자, 별과 우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기와 숫자와 관련된 이론을 소개함으로써 물리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은 물론 이제 막 물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학생들에게 알기 쉽고 재미있는 안내서 구실을 한다.
이렇게 수많은 비밀을 밝혀내는 데 화학은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왔다. <무소유>를 남긴 법정스님의 사망 원인은 폐암이다.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고 도심의 공해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 암자에서 직접 가꾼 신선한 채소를 드시면서 스트레스 없는 생활을 했는데 폐암에 걸렸다니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암자의 부엌 아궁이에서 태운 마른 솔잎의 연기인 미세먼지를 매일 마셨다고 생각하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화학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화학을 이해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박동곤의 <지구를 부탁해>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지구’가 아닌 ‘화학’에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소부터 떠올리게 만드는 화학은 너무 작은 분야를 다뤄서 오히려 추상적이다. 영국 철학자 길버트 라일은 인간을 ‘모든 것을 잘게 분해해 분리된 상태로 이해하려는 분석적 속성 때문에 막상 전체를 잘 보지 못하는 현상’인 ‘범주 착오’에 빠진 존재라고 정의한다. 이성적이고 분석적일 것 같지만 인간은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판단과 행동을 하며 초생명체인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우리가 몰랐던 지구를 대기권과 수권 그리고 암석권으로 나누어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파악한다. 이 책은 범주 착오에 빠지지 않고 전체를 조망하는 방식으로 화학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진정일의 교실 밖 화학 이야기>는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일상에서 화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역사의 신비를 화학 이야기로 풀어내 흥미진진하게 독자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다음에는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한 ‘웰빙’을 중심으로 화학을 이야기한다. 생활 속의 화학, 화학 속의 생활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화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려준다. 이어서 자연 속의 화학과 현대 문명 속에 숨어 있는 화학을 통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화학식을 암기하던 학창시절의 악몽(?)에서 벗어나게 된다. 거꾸로 학생들은 화학의 신비로움에 접근할 수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관심과 애정은 과학을 인간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주는 물리와 화학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보자. 모든 것이 물리적으로 혹은 화학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과학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생활한다.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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