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체험전에 참가한 아이들이 현수선을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제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에 가다
“논리가 깔려있는 수학은 모든 것의 기본이다”
외국의 수업 실황 중계하며 노하우도 공유해
“논리가 깔려있는 수학은 모든 것의 기본이다”
외국의 수업 실황 중계하며 노하우도 공유해
“쓰러지지 않게 조심해!” “천천히, 잘 들어 올려 봐.” ‘현수선(懸垂線)’을 만드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현수선은 옛날 다리의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로 풀이나 아교 없이 힘의 분산을 통해 만드는 시공형태다. 석굴암이나 얼마 전 개통한 이순신 대교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체험도우미로 나선 대학생 김연학씨(24)는 “15개의 블록을 쌓아서 들어 올려 힘의 분산이 이뤄지는 원리를 알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체험을 한 서울 연희초등학교 5학년 김태경군은 “되게 재밌다. 아슬아슬하게 지탱해주고 따로따로인 블록인데 쓰러지지 않아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8일부터 15일까지 제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ICME-12)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국제수학교육대회는 4년마다 전세계를 돌며 개최되는데, 올해 대회는 100여 국가에서 총 8000여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인원을 기록했다. 이 대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수학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토론과 강연이 진행됐다. 수학교사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 외에도 일반인을 위한 수학교구 전시회와 수학체험전이 열려 수학교구, 수학문화, 우수 수학교사의 산출물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전국 200여개의 학교에서 이 체험전에 참가했고, 평소 수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부터 수학동아리, 수학영재반 등 다양한 학생들이 와서 자유롭게 수학교구를 체험했다. 전남 광주에 있는 대동고에 다니는 옥승훈(18)군은 “문과지만 평소 수학을 좋아해서 여기 왔는데 수학 공부하는 데 동기부여가 될 거 같다”며 “체험할 게 많아서 재밌다. 여기 와서 수학이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수학체험 전시장에는 간단한 아이큐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교재부터 포물선이 그려지는 원리, 2차원의 전개도를 가지고 3차원 입체도형을 만드는 체험 등 다양한 교구들이 전시돼 있었다. 아이들은 퍼즐이나 블록 쌓기, 종이접기 같은 놀이를 통해 수학의 원리를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이 대회의 조직위원장인 한국교원대학교 신형용 교수는 “우리나라 수학이 요즘 들어 전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수학은 모든 것의 기본이다. 공학, 경제, 경영학 등 모두 수학이 기본이다. 그 이유는 모든 것에는 다 논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볼 때 수학이 강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다. 세계 국격의 순위가 수학 실력의 순위와 일치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의 초중고 수학교실을 실시간 중계해 행사 참가자들이 각국의 생생한 수학 교육 현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14일 오후, 중국 상하이의 진안 제3 중앙학교 4학년 교실. 수학수업이 한창이다. 5, 6명씩 모여 앉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수학체험전이 열리는 공간의 한 중앙에 위치한 ‘매스 플라자’에 설치된 큰 화면에 상하이 현지 교실이 실황 중계됐다.
왕즈창 교사는 ‘최적화 문제’라는 수업 주제로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서 일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수학의 문제풀이와 접목해 설명했다.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통 차를 끓이고 쿠키를 만들어 대접해야죠.” 상황을 순서대로 설명하며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순서가 있는 것을 이해하도록 했다. 이어 아이들은 순서를 어떻게 짜고 하는 일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계산해봤다. 선생님이 쿠키를 제한된 시간에 정해진 개수만큼 구워야 한다고 제시하자, 아이들은 몇 개씩 몇 번 구워야 하는지 모둠별로 정리해서 발표했다.
중국에서 온 한 고등학교 수학교사는 연수와 세미나를 마치고 이 수업을 참관했다. 그는 “이 수업의 주된 목적은 뇌를 굴리는 것이다. 생각을 다양화시켜서 문제를 푸는 데 적합한 방법을 찾는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가령 쿠키 1개를 구울 때 한 면에 3분, 뒤집어서 나머지 면에 3분이 걸린다고 하자. 그럼, 쿠키 3개를 구울 때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가장 적합한 시간을 찾아보라고 한다. 똑똑한 학생은 3개를 한꺼번에 구우면 6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을 덜 한 학생은 1개씩 3번을 구워서 18분이 걸린다고 한다.
그는 “실생활과 접목시켜서 진행하는 수업이 참 독특하다”며 “교사가 일방적으로 답을 주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모둠활동을 하면서 생각하고 서로 머리를 합쳐서 답을 찾게 하는 수업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또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다른 문제를 접했을 때도 그 문제에 맞는 풀이 방법과 시간분배를 하면서 해결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학교 수학영재반에서 활동중인 서울 도곡초등학교 5학년 최성민군은 일본 교사의 수업시연을 참관했다. 이날 수업은 수학자 가우스가 발견한 연수의 덧셈 공식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그는 “일본 선생님이라 말을 못 알아들었지만, 한국 선생님이 통역해서 학교 수업이랑 크게 다를 건 없었다”며 “1부터 10까지 더하는 걸 설명하며 1 더하기 10도 11, 2 더하기 9도 11, 이런 쌍이 5개니까 11 곱하기 5를 하면 ‘55’라는 답이 쉽게 나온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최군은 이 공식에 따라 1부터 100까지 더해보라는 질문에 바로 정답 ‘5050’을 얘기했다. 그는 “평소 수학을 좋아하는데, 선생님이 말한 대로 일일이 더하지 않고 규칙을 알고 나니 끝에 있는 숫자끼리 더한 101에 그 숫자가 나온 개수 50을 곱해서 쉽게 풀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수학체험전에서 만난 아이들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교실에 앉아서 책으로 보고 설명을 듣는 것보다 직접 블록을 쌓고, 퍼즐을 맞추고 종이를 접으며 수학의 원리를 저절로 알게 됐다는 것이다. 역시 중요한 건 ‘재미’와 스스로 하도록 만드는 ‘동기부여’다. 아이들을 보니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풀며 ‘배우는’ 수학도 중요하지만 흥미를 느끼고 원리를 깨달으며 ‘노는’ 수학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이번 대회는 우리의 수학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말해줬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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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실황 중계된 중국 상하이의 초등학교 수업을 화면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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