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조인 너트를 손으로 풀려고 해본 적이 있는가. 아무리 힘을 줘도 풀리지 않는다. 스패너를 쓰면 어떨까. 간단히 풀린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패너와 같은 장비가 필요하다. 그런 ‘추론의 장비’를 익혀 생각하고 궁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바로 ‘반복 훈련’이다. 따라서 ‘공부’에 반복 훈련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반복은 지겹지 않은가. 소설을 읽는 데 첫 20쪽의 내용이 끝까지 되풀이되면 화가 날 것이다. 드라마 보려고 기대감에 앉았는데 “반복의 즐거움을 위해 오늘은 재방송합니다”고 공지하면 방송사 홈페이지는 마비될 것이다. 그러나 소설이나 드라마는 서사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다. 서사의 힘은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에 많이 기댄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추론의 장비’를 익히는 일은 서사를 즐기는 일과는 다르다.
친구와 만나는 걸 생각해보라. 보던 사람 또 보니 더 좋다. 나누는 대화도 대단히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래도 즐겁다. 만날 때마다 기계적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물론 재미없다. 그러나 보통은 잘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약간씩 새로운 이야기가 이뤄지거나 같은 주제를 다른 소재로 다루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친구 사이엔 마음에 안정을 주는 ‘발판’이 존재한다.
공부에도 탄탄한 발판은 즐거움을 준다. 새로운 내용은 이전에 잘 알고 있는 내용과 흥미롭게 연결돼야 재밌다. 어느 정도 파악했던 것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쾌감을 준다. 같은 규칙을 다양한 사태에 적용하면서 모두 다 통한다는 걸 알게 되면 ‘이치에 닿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숙달되어 척척 하게 되면 ‘사태를 통제할 수 있다’는 기분에 몰입감이 커진다.
그렇다고 반복을 했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다그치면 괴롭기만 하고 효과는 별로 없다. ‘빽빽이 숙제’(종이에 영어나 한자를 빽빽하게 쓰며 암기하는 것)를 하면, 온통 의미 없이 종이를 채우는 몸짓에만 신경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매일 아침 ‘아, 오늘도 월요일이라 일하기 싫다’, ‘아, 오늘은 화요일이라 일하기 싫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직장 동료와 대화하는 것만큼이나 싫은 일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반복 훈련은 “수동적으로 여러 번 접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전혀 집중하지 않고 외국어 테이프를 아무리 틀어놓아도 외국어는 늘지 않는다. 다시 접하는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이미 알고 있던 부분은 더 탄탄하게 다지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숙련” 활동이다.
반복의 방법은 숙달할 때까지 다시 듣고 읽고 수행해보는 단순한 반복이 기본이다. 그러나 기본을 넘어서는 다양한 반복의 방법들도 있다. 같은 것을 다른 표현으로 접하는 것, 하나의 사례를 통해 배운 것을 다른 사례와 맥락에 적용해 보는 것, 그림으로 추상화시켜 그려보는 것, 연상되는 이야기들을 짓고 발표하는 것, 배운 규칙을 활용할 수 있는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 배운 논리를 확장해보는 것.
그런데 배우는 사람 혼자서는 이런 훈련을 스스로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반복 훈련을 학습자의 책임으로 떠넘겨서는 안 되고, 교육의 공식적인 스케줄과 커리큘럼에 제대로 포함해야 한다. 그러니 가르치는 사람의 주된 일은 기계적으로 진도를 나가면서 문자 언어를 자신의 음성 언어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이에게 개별적으로 맞는 과제를 제시하고, 숙달할 때까지 충분히 반복 훈련할 기회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공부다>·<너의 의무를 묻는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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