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모델’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써라

등록 2012-08-27 14:00

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이 문제의 답은 무엇인가? 나는 ~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러저러하다.” 이 형식을 갖춘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런데 형식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다음과 같은 글의 얼개를 보자. “혈액형으로 성격을 알아낼 수 있는가? 그렇다. 그 이유는 내 주위의 사람들이 혈액형에 따라 다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글은 아무 가치가 없다. 답이 타당하려면, 제시한 이유가 ‘적절한’ 이유여야 한다. 무엇이 적절한 이유인지는 어떻게 아는가?

글은 문제 풀이를 알리는 활동이다. 그 문제 풀이는 신뢰할 수 있는 방식, 즉 ‘모델’에 기초해야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글은 모델을 활용해서 써야 한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려고 한다. 걸어서 갈 수도 시외버스를 탈 수도 지하철이나 기차를 탈 수도 있으며, 자가용으로 갈 수도 있다. 이렇게 이동하는 방법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시외버스 표를 사서 타고 가면 강릉에 도착한다. 반면에 서울에 사는 누군가 “강릉에서 30분 후에 봐. 슈퍼맨처럼 날아서 갈 거야”라고 말하면 오로지 농담으로만 받아들인다. “서울에 있는 집에서 출발해서,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표지판도 보지 않고 내가 동쪽이라고 느끼는 방향으로 걸어갈 거야”라고 하면 그 결과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는 가설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알아보려면, 이런 사실의 문제를 조사하는 잘 확립된 모델을 따라가야 한다. 주위 사람들의 성격을 주관적으로 가늠해 본 증거를 활용하는 것은, 강릉에 가기 위해 동쪽이라 느끼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감’에 의존하지 않도록 성격의 차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것을 설문이나 행동의 관찰과 같은 방식으로 기록하고, 실험구와 대조구를 설정해서 다른 원인이 관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며, 그 관찰된 것을 통계적 방식에 의해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풀 수 있다. 물론 엉뚱한 시외버스 표를 사면 강릉에 도착하지 않듯이,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에 오류가 있으면 결론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글은 자신이 모델을 ‘제대로’ 적용했다는 것을 충분히 드러내야 한다.

동일한 문제를 풀기 위해 둘 이상의 모델이 경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먼저 어떤 모델이 더 나은지를 판단해야 한다. “X라는 정책이 타당한가?”라는 문제에 답하면서 “그 정책은 사회의 행복 총량을 최대로 만들어주므로 타당하다”는 근거를 제시한다면 ‘무엇이 옳고 그른가는 행복 총량을 최대화하는가로 판가름 난다’는 공리주의 모델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준비도 없이, 서로 상충되는 모델에 속하는 근거들을 자신이 주장하는 결론에 맞는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종래의 모델만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예전의 모델을 개량하거나 모델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액수는 점점 늘어나지만 행복 수준은 높아지지 않는다면, 소비가 곧 만족으로 연결된다는 종래의 모델은 결함을 드러낸 것이다. 소비의 종류를 나눠 그중 지위 경쟁을 위한 ‘과시적 소비’는 절대적인 소비 수준이 만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 사치품 소비는 늘어나면서도 행복은 줄어드는 사태를 개선할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가장 수준 높은 공부는 이전 모델들의 결점을 봉합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한 변호사 <이것이 공부다>·<너의 의무를 묻는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안철수 길가는 여자 쳐다봐” ‘나쁜남자 놀이’ 인기
현병철 인권위장 빗나간 내부소통 “실명게시판 설치”
“버블주기로 보니 TNT 136㎏ 천안함 수중폭발 추정…해군 기뢰와 일치”
“키, 키”…스완지 팬, 기성용 연호
함세웅 신부 은퇴 미사 “강정마을에 평화를…”
삼성전자, 창사이래 최대위기
[화보] 돌아온 ‘탱고 여신’ 김연아, 명품 연기 그대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