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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업사례 연구는 교사보다 학생 중심으로 이뤄져야”

등록 2012-08-27 14:17

지난 14일 전주 전일초등학교에서 열린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세미나 수업사례 연구회에서 교사들이 동료 교사의 수업 영상을 보고 있다.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제공
지난 14일 전주 전일초등학교에서 열린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세미나 수업사례 연구회에서 교사들이 동료 교사의 수업 영상을 보고 있다.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제공
교사들 수업공개 영상 보며 다양한 의견 나눠
아이들은 또래 간 상호작용 통해 훨씬 잘 배워
“앗! 차가워.” “녹는다, 녹아!” “손이 굳는 거 같아.” 아이들이 손바닥 위에 얼음을 올려놓고 난리법석이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이루어지는 전북 남원 인월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 이날 수업은 ‘물과 얼음’이라는 주제로 물과 얼음의 특징을 살펴본 뒤 얼음이 녹는 과정을 관찰해보는 시간이었다.

6개의 모둠으로 나눠 앉은 아이들은 얼음이 왜 녹는지, 손에 두거나 찬물에 넣어둔 얼음도 모두 녹는 이유는 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들이 듣고 보고 아는 내용을 서로 묻고 대답하며 툭탁거리기도 했다. 이후 발표를 하면서 의견을 조금씩 덧붙이거나 반대 의견을 말하며 함께 해답을 찾아갔다. 이경희 교사는 일방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모둠활동을 반복해서 진행했다.

이 수업 영상은 지난 14일 전주 전일초등학교 2학년 2반 교실에서 30여명의 교사들에게 공개됐다. 교사들은 수업 장면을 꼼꼼히 메모하면서 열심히 분석했다. “아! 이렇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은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세미나 오후 일정으로 수업사례 연구회가 열렸다. 초등 7개, 중등 11개, 고등분과 3개의 수업 영상이 공개됐고 교사들은 21개의 교실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참관했다.

참관이 끝나자 교사들끼리 모둠을 지어서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교사는 “일상 수업을 공개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다. 듣는 훈련이 잘된 아이들을 보니 우리 아이들에 대한 믿음도 생겼다”고 말했다. 또 “나는 같은 주제를 가르치면서 끙끙대고 고생했는데 동료 교사의 수업을 보니 교사의 순간적 판단이나 흐름에 따라 수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반면, 다른 교사는 “한 단계 높은 주제로 넘어갈 때는 난이도 조절을 잘해야 한다”며 “아이들의 이야기로 수업을 풀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간에 개념도 명확하게 짚어주고 가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각, 옆 교실에서도 경기 가평 미원초등학교 조경아 교사의 3학년 사회 수업 영상을 보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 수업은 ‘마을의 그림지도’라는 주제로 그림지도 그리는 방법을 알고 학교 주변의 모습을 간단한 그림지도로 나타내는 내용이었다. 교사와 학생이 대화하며 방위와 기호를 이해하고, 각자 동서남북을 나눠서 학교 주변의 지도를 그린 뒤 이어붙이는 모둠활동으로 진행됐다.

전북 완주 동상초등학교 오수현 교사는 “확실히 기존의 수업방식과 다르다. 예전 같으면 금방 끝났을 텐데, 아이들이 서로 얘기하고 끊임없이 뭔가를 하면서 스스로 깨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 간에 상호작용이 더 잘 이루어지도록 수업이 좀더 정교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 발표훈련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됐다는 것이 좋다는 한편, 손을 안 들고 아무나 얘기하니까 특정 학생이 말해버리면 나머지 학생의 사고를 차단시키는 부작용도 보인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수업 영상을 공개한 조경아 교사는 2009년에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손우정 대표의 수업을 듣고 작년부터 배움의 공동체 교육을 하고 있다. 그는 “수업 공개는 이전에도 몇 번 했다. 정답은 될 수 없지만, 내가 놓치는 부분을 얘기해줘서 많이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 수업을 하면서 자신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무엇보다 교사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이다. “애들이 못하면 내 탓이고, 애들은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니에요. 지식은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의사소통을 통해서 찾아지는 것이더라고요.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배우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말해주는 것보다 또래 상호작용을 통해 훨씬 많은 것을, 잘 배운다고 했다. 그는 “교사는 단순히 답을 던져주기 보다 아이들에게 학습동기와 궁금증 유발을 통한 활동을 만들어주며 스스로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미나에 처음 참가했다는 전북 순창 적성초등학교의 한세원 교사는 “배움의 공동체 교육이 궁금해서 왔는데, 다른 교사들의 수업 영상을 보며 수업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봐왔던 교실의 모습, 교사 중심의 수업 설계와 구조에서 아이들 중심으로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신이 맡은 반 학생이 3명뿐인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모델링을 할 수 있는 아이가 없어서 교사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협동적인 배움이 퇴색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며 “그래도 지금까지 교육개혁이 관 주도인 데 반해 지금은 선생님들이 주체라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손우정 대표는 “수업사례 연구회는 교사를 비판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며 “예전에는 교사의 수업방식을 중심으로 논의가 오갔지만, 지금은 교사보다는 아이들의 모둠활동을 분석하는 데 집중한다.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관찰하고 협동적인 배움이 잘 일어나도록 하기 위한 방법들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는?

2010년 조직된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www.learningcom.kr)는 현재 1750명의 회원이 있으며 서울, 경남, 경기, 전북, 전남, 강원 등 전국 7개 지역의 네트워크가 구성돼 있다. 매월 한 차례 지역의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을 공개해 촬영한 뒤 수업사례 연구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전국 65명의 운영진 중 20여명은 배움의 공동체 강사 및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배움의 공동체로 학교개혁을 추진한 경험이 있는 교장ㆍ교감이나 현재 지역에서 활동중인 교사들이다.

지난 14일 전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사토 마나부 교수와 함께하는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세미나에는 1200여명의 교사가 참여해 뜨거운 교육개혁의 열기를 보여줬다. 또한 손우정 대표는 얼마 전 <배움의 공동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사토 마나부 교수의 제자로 지난 10년간 수많은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전파해 왔다. 이 책은 배움의 공동체의 철학과 수업디자인의 노하우, 실제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장곡중, 삼정중, 흥덕고 등 배움의 공동체 철학과 수업 방식을 통해 혁신을 이루어가고 있는 국내 학교 사례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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