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수준 높은 독서가는 누구인가? 책을 ‘고물과 보물’로 바라보는 이들이다. 그들은 독서를 대상 풍부한 탐구의 여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원천으로 여긴다.
다음과 같은 가상의 ‘고철 기술자들의 사회’를 생각해보라. 이 사회의 사람들은 모두 기계를 고치고 만드는 기술자들이다. 다만 그들의 기술 수준과 분야는 천차만별이지만 누구나 기계에 대한 관심만은 대단하다. 잘 만들거나, 멋지게 개량하거나, 훌륭하게 보수된 기계는 사람들에게 찬탄의 대상이 된다. 이 사회의 사람들이 다들 사랑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고물과 보물의 창고’다. 그 창고엔 여러 가지 기계들이 가득하다. 기상천외한 기계부터 익숙한 기계까지. 오래된 기계부터 새로 막 들어온 기계까지. 어떤 기계는 인기가 많고 어떤 기계는 인기가 덜하다. 그러나 기술자는 인기만으로 기계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이 창고에서 머무는 것을 기술자들은 무척 즐거워한다. 그들은 기계 중 하나를 골라 보며 감탄한다. “와, 저런 일을 기계가 하게 만들다니, 발상이 대단해!” “이런 식으로 메커니즘을 구성하다니, 이건 정말 입이 안 다물어지는군!” 특히 지금 기술적 문제점에 부딪혀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술자는, 하나의 기계를 살펴보기 위해 반복해서 여러 번 창고에 오기도 한다. 흠이 거의 없다고 정평이 난 기계도 있다. 사람들은 그 기계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고는 그대로 가져다 쓴다. 보통은 개량할 부분을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은 때로는 완전히 고철처럼 보이는 오래된 기계를 재미로 살펴보다가, 자신이 지금 만들려고 하는 기계를 어떻게 설계할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엉터리 기계를 살펴보면서 어디서 오류가 났는지 분석하는 기술자도 있다. 그래서 창고 안의 기계는 고물이자 보물이다.
이 기술자들이 ‘고물과 보물의 창고’에 들어가는 것이 바로 ‘책’ 읽기다. 독서가가 능동적인 탐구의 여정 속에 있을 때 책의 진가가 살아난다. 진가를 살리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그중 일부만 살펴보자. 첫째, 책의 논증이 훌륭하다면 그대로 결론을 가져다 쓸 수 있다. 엉터리를 함부로 쓰면 안되니, 그렇게 하려면 그 논증이 정말로 맞는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둘째, 추론 방식을 유추해서 다른 과제에 적용할 수 있다. 그 책이 적용된 주제와 결론만 보지 말고, 사용된 사고의 방식이 어디에 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질문하며 책을 읽는 것이다. 셋째,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는 책이라면, 싫다고 던져 버릴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철저히 뜯어보고 비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즉, 타산지석을 통해 나의 문제풀이 모델을 더 정교하게 만든다. 넷째, 책에 담긴 정보를 기록해두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다섯째, 책의 문제의식을 저자가 다룬 범위보다 더 확장해서 철저히 밀고 나가 본다. 그리고 문제풀이 방식을 보충하고 교정해서 더 개선할 수 없는지 생각해본다. 여섯째, 추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면 구체적인 문제에 직접 적용해본다.
이것이 바로 ‘전략적 독서가’의 책 읽는 방법이다. 그들은 책의 내용을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단순한 소비자의 태도를 넘어선다. 마치 가상의 ‘고철 기술자들’과 같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예리하게 문제 제기를 하며, 문제풀이의 결과뿐 아니라 방식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수준은 상관없다. 문제가 아직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도 좋다. 책을 잘 읽는 이는 바로 흥미로운 탐구의 여정길에 올라 있는 사람이다.
<이것이 공부다>·<너의 의무를 묻는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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