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신정동 센트럴플라자 앞에서 학생들이 토스트, 김밥 등을 먹고 수업을 받기 위해 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박재원의 공감학습
아이가 다른 게 아니라 부모가 달라…엄마 욕망만 내세우지 말아야
‘학원도 최소 1주일 다녀보고 결정한다’ 등 합리적 ‘가족 규칙’ 필요 수능시험일, 고사장에 들어가는 척하다가 몰래 빠져나온 여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이 말하기를, 공부 때문에 그동안 엄마한테 당한 걸 생각하면 당장 복수하고 싶었지만 가장 확실하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결국 수능시험 때를 골랐다고 한다. 당혹스럽지만 점점 부모에게 복수하기를 꿈꾸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주체할 수 없는 자기 욕망의 그림자처럼 살게 한 엄마들이 주로 대상이다. ■ 주체할 수 없는 엄마들의 욕망 앞 회에서 ‘콩가루 집안’이 늘고 있다고 했다. 같은 공간에 함께 모여 살고 법적으로도 분명 한 가족이지만 속사정은 정말 엉망인 가족 말이다. 가족 공동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콩가루 집안의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삶을 산다. 드물게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도 대화가 없다. 에스엔에스에 빠진 아빠, 게임기나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아이,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불만에 가득 찬 엄마. 주로 가족 단위의 외식 장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각자의 심리상태는 일촉즉발이다. 아이의 학원비를 대는 아빠의 마음도, 학원에 다니느라 지친 아이의 마음도 엄마 눈치 보기에 바쁘다. 가족 외식을 계기로 잠시 휴전을 했지만 엄마의 욕망은 결코 휴식을 모르기 때문이다. 수능을 통해 대학에 들어간 ‘수능 세대 부모’들의 욕망은 특히 강렬하다. 대부분 ‘사교육 더 많이 시키기’ 경쟁에 나서 아이들의 사교육 뺑뺑이 돌리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특별한 학습효과를 자랑하거나 부모 사이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거리가 나타나면 주저 없이 덥석 문다. 당연히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은 특수를 누리며 불경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마치 부모의 욕망을 자극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교육 공급자와 사교육 친화적인 성향의 ‘수능 세대 부모’가 구매자로서 합세해 학생들을 궁지로 모는 것처럼 보인다. 사교육과 수능 세대 엄마들 사이에 형성되기 시작한 이런 은밀한 커넥션은 아이들에게 분명 재앙이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과도한 공부노동으로 내몰아 결국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공부할 수 없는 수동적 학습자로 전락한다. 하지만 부모의 욕망은 이런 심각하고 치명적인 부작용조차 외면하게 만든다. 사교육과 엄마 욕망의 합작품으로 늘 우등생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치밀한 관리와 엄마들의 치열한 통제가 결합하면 ‘한번 우등생’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훼손당했기 때문에 ‘계속 우등생’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욕망에 사로잡힌 엄마들은 개의치 않는다. ■ 부모 눈치 안 보고 자란 아이가 반듯하다 ‘한번 우등생’이 있으면 ‘계속 우등생’도 있다. 보통은 아이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부모가 다르다. 부모 자신의 욕망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정해 그에 맞게 행동한다. 용돈도 부모 기분에 따라, 아이의 성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금액 안에서 융통성을 조금 발휘하는 정도다.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반듯하다. 가정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 가족관계에 질서가 있기에 부모 눈치를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부모와 의견 차이가 생기면 규칙과 질서를 통해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고민한다. 자기 욕망의 실현이 아니라 아이의 공부에 진정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가정을 만들려면 어떤 부모가 돼야 할까? 가족끼리 서로 합의하고, 의무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지키고 싶은 규칙과 질서를 만들어 보자. 가족 공동체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가 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가정이라는 기본적인 공동체 생활을 통해 배우고 익힌 것들이 바탕이 될 때 아이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의견 차이를 원만하게 해결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을 기른다. 가족 간에 서로 존중하는, 특히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존중받아온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자존감이 높다. 부모이면서 동시에 인생 선배에게 세상살이 경험과 많은 정보를 얻은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지만 콩가루 집안 아이들은 부모와 자주 진로와 관련된 전쟁을 치른다. 건강한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가족관계에서 의욕을 얻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부모의 욕망이 지배하는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의존하며 스트레스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결국 사교육의 도움과 부모의 감시가 없으면 공부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지는데 보통 부모들은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족관계와 가정생활의 문제를 아이 개인의 잘못으로 곡해하는 것이다. ■ ‘가족규칙’ 만들어 아이를 돕자 아이 성적에 집착하고 명문대 진학에 목숨 거는, 특히 ‘수능 세대 부모’들의 욕망 앞에서 아이들이 무너지고 있다. 물론 부모들의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부모들의 가치관 재정립을 주문할 수 있지만 우선 ‘가족규칙’을 제안한다. 아이에 대한 일방적인 욕심을 제어하지 못해 ‘가정의 폭군’으로 돌변한 엄마의 마음을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서 가족규칙을 제안하는 것이다. 우선 가정의 질서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규칙을 정해야 한다. 먼저 어른 공경에 대한 규칙이 필요하다. 아빠에게 권위를 부여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어른에 대한 예의를 회복한다는 차원에서다. 다음으로 자기 일은 자신이 하며 서로에게 피해가 없도록, 그리고 서로 합의한 생활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골격의 생활규칙을 정한다. 가족행사에 대한 규칙도 필요하다. 가족이라면 예외 없이 참석해야 하는 행사와 선택할 수 있는 행사로 구분하되 세부적인 진행 방식도 정해두는 것이 좋다. 가급적 정기적으로 가족회의를 하도록 규칙을 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감정 충돌을 피하고 원만한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몸에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교육과 관련된 규칙은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때 사교육을 활용한다’, ‘아이가 최소한 1주일 정도 먼저 다녀본 다음에 계속 다닐지 여부를 결정한다’, ‘3개월마다 득과 실을 함께 따져본 후 계속 다닐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식이다.
가장은 아니지만 가정생활의 실질적인 리더는 엄마다. 그러므로 자신의 리더십이 민주적인지, 아니면 독재에 가까운지를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결국 콩가루 집안으로 전락하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엄마들의 의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가정이 아닌, 건강한 가족관계와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우선 가족규칙을 통해 희망을 키워보자. 가족규칙이 사교육보다 결과적으로 아이를 명문대에 보낼 수 있는 확률도 높인다. 많은 부모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아이들의 반란과 복수는 안심해도 좋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 사랑이 넘치면 부모가 고립적으로 준비해야 할 노후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가족규칙은 순진한 다윗 같은 엄마들이 영악한 골리앗이 되어버린 사교육에 맞서 자신과 자신의 가정을 지킬 수 있는 훌륭한 장치다. 엄마만의 노력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가는 ‘신의 한 수’다.
가훈과 가족규칙을 혼동할 수 있는데 가족관계가 부모 주도로 일방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제어하기 위한 필요에서 정하는 것이 가족규칙이라는 점에서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가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 <박재원의 부모효과>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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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도 최소 1주일 다녀보고 결정한다’ 등 합리적 ‘가족 규칙’ 필요 수능시험일, 고사장에 들어가는 척하다가 몰래 빠져나온 여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이 말하기를, 공부 때문에 그동안 엄마한테 당한 걸 생각하면 당장 복수하고 싶었지만 가장 확실하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결국 수능시험 때를 골랐다고 한다. 당혹스럽지만 점점 부모에게 복수하기를 꿈꾸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주체할 수 없는 자기 욕망의 그림자처럼 살게 한 엄마들이 주로 대상이다. ■ 주체할 수 없는 엄마들의 욕망 앞 회에서 ‘콩가루 집안’이 늘고 있다고 했다. 같은 공간에 함께 모여 살고 법적으로도 분명 한 가족이지만 속사정은 정말 엉망인 가족 말이다. 가족 공동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콩가루 집안의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한 삶을 산다. 드물게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도 대화가 없다. 에스엔에스에 빠진 아빠, 게임기나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아이,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불만에 가득 찬 엄마. 주로 가족 단위의 외식 장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각자의 심리상태는 일촉즉발이다. 아이의 학원비를 대는 아빠의 마음도, 학원에 다니느라 지친 아이의 마음도 엄마 눈치 보기에 바쁘다. 가족 외식을 계기로 잠시 휴전을 했지만 엄마의 욕망은 결코 휴식을 모르기 때문이다. 수능을 통해 대학에 들어간 ‘수능 세대 부모’들의 욕망은 특히 강렬하다. 대부분 ‘사교육 더 많이 시키기’ 경쟁에 나서 아이들의 사교육 뺑뺑이 돌리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특별한 학습효과를 자랑하거나 부모 사이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거리가 나타나면 주저 없이 덥석 문다. 당연히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은 특수를 누리며 불경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마치 부모의 욕망을 자극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교육 공급자와 사교육 친화적인 성향의 ‘수능 세대 부모’가 구매자로서 합세해 학생들을 궁지로 모는 것처럼 보인다. 사교육과 수능 세대 엄마들 사이에 형성되기 시작한 이런 은밀한 커넥션은 아이들에게 분명 재앙이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과도한 공부노동으로 내몰아 결국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공부할 수 없는 수동적 학습자로 전락한다. 하지만 부모의 욕망은 이런 심각하고 치명적인 부작용조차 외면하게 만든다. 사교육과 엄마 욕망의 합작품으로 늘 우등생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치밀한 관리와 엄마들의 치열한 통제가 결합하면 ‘한번 우등생’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훼손당했기 때문에 ‘계속 우등생’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욕망에 사로잡힌 엄마들은 개의치 않는다. ■ 부모 눈치 안 보고 자란 아이가 반듯하다 ‘한번 우등생’이 있으면 ‘계속 우등생’도 있다. 보통은 아이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부모가 다르다. 부모 자신의 욕망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정해 그에 맞게 행동한다. 용돈도 부모 기분에 따라, 아이의 성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금액 안에서 융통성을 조금 발휘하는 정도다.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반듯하다. 가정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 가족관계에 질서가 있기에 부모 눈치를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부모와 의견 차이가 생기면 규칙과 질서를 통해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고민한다. 자기 욕망의 실현이 아니라 아이의 공부에 진정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가정을 만들려면 어떤 부모가 돼야 할까? 가족끼리 서로 합의하고, 의무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지키고 싶은 규칙과 질서를 만들어 보자. 가족 공동체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가 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가정이라는 기본적인 공동체 생활을 통해 배우고 익힌 것들이 바탕이 될 때 아이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의견 차이를 원만하게 해결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을 기른다. 가족 간에 서로 존중하는, 특히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존중받아온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자존감이 높다. 부모이면서 동시에 인생 선배에게 세상살이 경험과 많은 정보를 얻은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지만 콩가루 집안 아이들은 부모와 자주 진로와 관련된 전쟁을 치른다. 건강한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가족관계에서 의욕을 얻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부모의 욕망이 지배하는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의존하며 스트레스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결국 사교육의 도움과 부모의 감시가 없으면 공부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지는데 보통 부모들은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족관계와 가정생활의 문제를 아이 개인의 잘못으로 곡해하는 것이다. ■ ‘가족규칙’ 만들어 아이를 돕자 아이 성적에 집착하고 명문대 진학에 목숨 거는, 특히 ‘수능 세대 부모’들의 욕망 앞에서 아이들이 무너지고 있다. 물론 부모들의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부모들의 가치관 재정립을 주문할 수 있지만 우선 ‘가족규칙’을 제안한다. 아이에 대한 일방적인 욕심을 제어하지 못해 ‘가정의 폭군’으로 돌변한 엄마의 마음을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서 가족규칙을 제안하는 것이다. 우선 가정의 질서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규칙을 정해야 한다. 먼저 어른 공경에 대한 규칙이 필요하다. 아빠에게 권위를 부여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어른에 대한 예의를 회복한다는 차원에서다. 다음으로 자기 일은 자신이 하며 서로에게 피해가 없도록, 그리고 서로 합의한 생활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골격의 생활규칙을 정한다. 가족행사에 대한 규칙도 필요하다. 가족이라면 예외 없이 참석해야 하는 행사와 선택할 수 있는 행사로 구분하되 세부적인 진행 방식도 정해두는 것이 좋다. 가급적 정기적으로 가족회의를 하도록 규칙을 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감정 충돌을 피하고 원만한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몸에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교육과 관련된 규칙은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때 사교육을 활용한다’, ‘아이가 최소한 1주일 정도 먼저 다녀본 다음에 계속 다닐지 여부를 결정한다’, ‘3개월마다 득과 실을 함께 따져본 후 계속 다닐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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